지지자·언론의 찬사와 칭송 경계해야 할 이유

개인적 미덕과 지도자의 공적 자질 간 큰 괴리

히틀러, 박정희 등 학정 가리는 장식물 될 수도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한편에선 그에 대한 여러 찬사와 칭송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그의 검소, 청렴함을 보여주는 일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어느 지지자는 그에 대해 “검소함 그 자체다”라면서 “11일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나서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 총회에서 큰 절을 할 때 입은 단벌 양복, 3만 원짜리 신발 한 켤레가 김문수가 어떤 인간인지를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함께 식사한 고교 동기들이 10만~20만 원씩 거둬 300만 원을 몰래 주머니에 넣어주었더니, 그다음 날 비서가 찾아와서 일일이 확인해 후원금 영수증을 발급할 정도로 결백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감명을 받았다”는 ‘미담’도 언론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이 같은 일화와 미담들을 근거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자 구도에 대해 ‘진정한 민주화 투사이자 청렴결백의 대명사’와 ‘단군 이래 가장 부패하고 파렴치한 인물’과의 대결이라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이 같은 대비가 얼마나 타당한지는 별개로, 김문수 후보의 청렴함이 인간적 미덕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경기도 지사 2번에 3선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봉천동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것도 그의 근검과 청렴에 대한 하나의 증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같은 검소 청렴함이 민주주의 정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공적 자질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극단적 신념과 짝을 이루면서 위험한 착시를 불러 일으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김 후보가 노동운동을 하다 두 번 해고되고 옥살이도 두 번 했던 이력에 대해 심상정이 "운동권의 황태자이자 전설이었다”고 하지만 정작 김 후보는 지난 몇 년간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반노동 인식을 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11일 대선 후보로 확정된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의원 총회에서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 국민의힘 홈페이지
11일 대선 후보로 확정된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의원 총회에서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 국민의힘 홈페이지

여성비하, 차별, 약자 조롱, 식민지 역사 왜곡, 극우 종교 정치 옹호 등 김문수 후보의 숱한 망언들은 단순한 말실수에 그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에는 한국 국적이 일본이었다'라거나 “전광훈 목사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인물” 등 민주당 중앙선대위가 11일 공개한 김문수 망언집의 발언들은 그의 확고한 극단 극우적인 세계관, 정치적 인식의 산물이다.

청렴하지만 동시에 무지하고, 독선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랄 수 있다. 검소 청렴함이 그의 개인적 윤리를 보여줄 수는 있어도, 그가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되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개인의 청렴이 공동체의 해악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이유가 되고 있다.

이는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는 민족우월주의와 인종주의의 도살극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금욕적이고, 사치를 멀리하며, 국가의 자원을 함부로 쓰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사적으로는 검소한 생활을 한 것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자녀들에게 "권력으로 부정축재하지 말라" 했다는 등의 얘기가 전해진다. 히틀러나 박정희 둘 다 청렴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통치는 민주주의의 유린, 수많은 정치인과 민주인사들에 대한 고문·투옥·사형의 죄과로 점철돼 있다. 히틀러나 박정희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나는 부패하지 않았다"는 신념이 한편으로는 독선과 독재에 대한 정당화의 한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렴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적 가치와 결합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완고하고 폐쇄적인 정치로 이어질 수 있다. 김문수 후보는 그의 결백함과 검소함으로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주고 있지만, 이는 그의 극단적인 인식과 혐오 표현을 낳는 배타성과 편향성이라는 양면성을 보여준다. 혹은 개인적 미덕을 장식물로 삼아 어두운 면을 감추는 결과가 되고 있다. 

개인적 미덕과 공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 간의 큰 괴리는 그의 고위공직자 시절의 행태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청렴하지만 사회적 양극화를 개선하는 것이나 국가의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에는 소극적이거나 반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정권에서 그의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에 대해 야당과 민주노총이 “천인공노할 인사참사”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은 “불법 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과 같은 말로 노조 혐오, 약자들의 생존권 주장에 대한 냉소로 일관했던 것에 대한 당연한 반발이었다. 윤석열 정권의 '부자감세' 정책이나 법인세 인하, 상속세 개악 등에 대해서도 김문수 후보가 이렇다 할 반대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었다.

경기도지사 시절 대표적인 국고 낭비사업으로 평가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내내 적극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도 개인적 윤리와 공인으로서의 덕목 간의 불균형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4대강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평가하면서 경기도 차원에서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반대 운동을 벌이는 팔당유기농가와 종교계에 대해 ‘남의 물통에 농사짓는 꼴’이라고 비난한 것에서 편향적이고 폐쇄적인 인식을 보였다. 

김문수 후보의 청렴함에 대한 칭송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여기에 있다. 칭송과 함께, 혹은 찬사 이상으로 그 이면에 자리한 그의 정치적 비전과 민주주의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함께 따져볼 것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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