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몰)상식의 연속인 상황에서 필자들이 겪는 고충

저희 <민들레>에 명료하고 깊이 있는 법조 칼럼을 써주시는 변호사가 계십니다. 지난 금요일(2일)이 그 분이 쓸 순서였습니다. 그런데 원고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오후 늦게서야 연락이 왔습니다. 

“제 원고 오늘 밤에나 드릴 수 있습니다. 주제는 조희대 대법원 판결의 의미, 앞으로의 전망입니다. (원고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평소에도 대단히 바쁜 분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데, 조희대의 ‘사법 쿠데타’가 일어난 바로 다음날이니 얼마나 바쁘고 번잡스럽겠습니까. 여기저기 의견을 묻는 전화가 빗발치는 등 경황이 없을 텐데, 비록 몇 시간 늦어도 <민들레> 투고 날짜를 지키겠다는 말씀이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만큼 조희대의 ‘사법 쿠데타’를 훨씬 더 철저히 분석하고 명쾌하게 전망하는 칼럼을 <민들레> 독자들에게 전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에 원고는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3일)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4일에도, 5일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오늘도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유를 묻지도 않고 재촉하지도 않을 작정입니다. 이 분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원래 (기자가 쓰는 기사도 그렇지만) 칼럼이란, 필자의 확신과, 그 확신을 받쳐 줄 정확한 정보(지식)가 있을 때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독자들의 상식에 부응할 때 글이 더욱 빛나는 것이고요.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매일매일 상식과 비(몰)상식이 부딪치는 상황입니다. 오늘 벌어진 일을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무리 상식적으로 해석하고 내일을 대비해도, 내일에는 또다른 비(몰)상식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매일매일 상상 이상의 일이 벌어진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컴컴한 어둠 속에서 꾸며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법률가일지라도 이런 상황을 모두 꿰뚫고 정확한 진단과 전망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온 세상에 온갖 정보와 추측과 방안과 대책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갑론을박, 자기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핏대를 올리고 삿대질 하기 일쑤입니다. 관련 글과 말을 읽고 듣다 보면 눈과 귀에 피가 나고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이런 혼란 상황에서 <민들레>는 법률가 칼럼니스트에게 글을 재촉하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다른 모든 기사와 칼럼들도 최대한 품위와 정확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일희일비 부화뇌동 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 헌정 질서의 완전 회복에 집중할 것입니다. 그 원칙은 ‘내란세력의 준동을 완전 진압하고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의 지배를 받는 나라이지 법관의 지배를 받는 나라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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