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이 야당 대표를 '깡패 배후' 범죄자 취급

일방적 수사 내용 기정사실화하며 여론몰이 노골화

윤 대통령 순방 가니 왕 노릇?…도 넘은 정치 개입

"자극적인 말 서슴없이 쏟아내…정치 지망생 처신"

"한동훈 그입 좀 다물라…법무장관 입 너무 가벼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국회 법사위 업무보고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2023.1.16.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국회 법사위 업무보고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2023.1.16.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노웅래 의원 피의사실 공표로 고발을 당한 데 이어, 이번에는 소환 통지서도 받지 않은 이재명 대표를 사실상 범죄자처럼 언급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최대한 지켜야할 국무위원이 '무죄추정의 원칙'까지 무시해가며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노골적인 정치 개입이자 수사 개입으로 볼 수 있다.

한 장관은 지난 16일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을 위해 국회 본관에 들어서면서 정치부 기자들과 만나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 대표 추가 소환과 관련, "성남FC든 대장동이든 성남시에서 있었던 지역 토착 비리 범죄 혐의"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를 향해서는 "맥락에 맞지 않는 공허한 음모론이나 힘자랑 뒤에 숨는 단계는 오래전에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대표가 수사받는 사건으로 기소된 분도 많으시고 구속된 분도 많고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도 계신다"며 이 대표가 사건과 관련이 깊거나 배후에 있다는 뉘앙스를 의도적으로 풍겼다. 그러면서 "그게 이제 그분을 포함해 민주당이 말하는 당당하게 수사에 응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한 것에 대해선 "해외 도피한 중범죄자들이 못 견디고 귀국하기 직전에 자기 입장을 전할 언론사를 선택해서 일방적인 인터뷰를 하고 자기에 유리하게 보도되게 하고 관련자들에게 일종의 '말맞추기'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이 송환이 '정치적 의도'라는 지적에 대해선 "민주당이 이번 범죄인 송환에 왜 이렇게 예민하게 생각하고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며 "국민들이 진짜로 궁금해하시는 것은 민주당이 말하는 '깡패' 잡아 오는 '배후'가 아니라 '깡패 배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장관이 말한 '깡패'는 김 전 회장, '깡패 배후'는 이 대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장관이 야당 대표에 대해 '깡패 배후'라 말한 자체도 부적절하지만,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의 관계를 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를 향해 '깡패 배후'라고 하고 '말맞추기' '지역 토착 비리 범죄 혐의' 등을 언급한 것은 헌법 제27조4항에서 규정하는 무죄추정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현행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 지휘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수사 방향을 나타내는 듯한 한 장관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일선 수사팀으로부터 야당 대표에 대한 개별 사건 내용을 보고 받고 수사 '배후'로서 개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

더군다나 이번 추가 소환과 관련된 대장동 사건은 엄희준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강백신 부장검사(반부패수사 3부)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 출신들이 맡고 있다.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을 수사하고 있는 수원지검 역시 윤 사단으로 분류되는 홍승욱 지검장을 비롯해 박찬록 1차장, 김영일 2차장 등이 자리잡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수사 역시 윤 사단 출신인 이창수 성남지청장이 부임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정 토론회에 참석한 뒤 의원실로 이동하고 있다. 2023.1.17.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정 토론회에 참석한 뒤 의원실로 이동하고 있다. 2023.1.17. 연합뉴스

윤 사단의 정점에 있는 한동훈 장관은 "지금 이 사안들은 사적 보복이란 프레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구조"라며 "단순한 범죄 수사일 뿐"이라고 했지만, 헌정 사상 유례 없는 검찰의 동시다발적 야당 대표 수사를 '단순한 범죄 수사'라고 표현한 자체가 '국민 기만'으로 보인다.

한 장관의 이러한 노골적인 정치 개입, 수사 개입은 지난달에도 있었다. 그는 국회에서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돈 받는 현장 녹음까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 의원이) 수사기관의 조작이라고 거짓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며 노 의원을 범죄자로 단정하고 무분별하게 피의사실을 열거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과거 법무장관 사례를 봐도 이 같은 상세한 체포동의 요청 취지 설명은 없었다. 한 장관은 마치 일개 검사처럼 세부적인 혐의까지 국민들이 보는 본회의장에서 공개해 수사중 잠정적으로 파악된 내용을 마치 사실처럼 공표했고, 피의사실 공표가 논란이 됐음에도 한술 더 떠 "제 설명이 과했던 게 아니라 오히려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법무부는 설명자료까지 내고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 수사지휘 여부 관계 없이 과거 70여년 간 개별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아왔고,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표결의 근거자료로서 범죄혐의와 증거관계를 사실대로 설득력 있는 설명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며 한 장관을 두둔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연이은 소환 통보로 '야당 죽이기' 작업에 나서는 가운데, 한 장관이 야당 대표를 표적 삼아 또 다시 대놓고 정치 개입, 수사 개입 의지를 보임에 따라 민주당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17일 논평을 내고 "언제부터 법무부가 대통령의 정적을 제거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부처가 되었냐"면서 "한 장관이 제1야당 대표를 비난하고 나섰다. 세간의 관심을 끌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것인지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일국의 법무부 장관이란 사람이 야당 대표와 동등하게 보이고 싶은 것이냐"며 "국무위원의 처신이 아니라 정치 지망생의 처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재판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법무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특정하고 수사 정당성을 강변했다"며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부르짖는 정의냐"고 했다.

박 대변인은 "한동훈 장관은 팩트나 증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재명 대표 사건에 대해서는 물증 하나 없이 사사로운 견해를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며 "검찰총장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될 소리를 법무부장관이 하고 있으니 가당치 않다.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자기 정치 욕심에 날뛰는 검찰본당 대표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킹>과의 인터뷰에서 "그 사람(한동훈)은 입 좀 다물라고 그러라"며 "그 사람은 법무부 장관인데 왜 이렇게 말이 많냐"고 비난했다. 이어 "특정 사건에 대해서 원래 물어봐도 대답 안 하는 것이 법무장관의 무거운 태도인데 너무 가볍다"며 "이 대표 잡으려고 하는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너무 야유성 발언을 많이 하고,  정치적 발언도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대장동 수사와 관련해서는 "김만배 씨가 '석열이 형, 내가 입 열면 죽어'라고 얘기했던 내용들은 사기꾼 헛소리라고 그랬는데, 같은 사람이 한 말 중에 어떤 말은 헛소리고 이 대표에 대해서 한 말은 다 진실이고 왜 선택적으로 따지냐"고 했다. 그러면서 "김만배 씨가 '석열이 형 자기 입 열면 죽는다'고 했는데 이재명을 수사할 거면 윤석열도 수사해야 한다"며 '말맞추기'라는 한 장관 발언에 대해서도 "김성태라는 분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믿어줘야지"라고 꼬집었다.

우 의원은 한 장관과 검찰의 의도에 대해서는 "지금의 검찰 수사는 실제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아니면 말고식으로 계속 소환해서 제1야당 대표를 마치 어마어마한 범죄자로 만들어서 총선에 국민의힘의 선거를 돕겠다고 하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정치적 수사이고 보복 수사고 너무 심각한 편향 수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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