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다가와 대뜸 '명함' 보여달라고 요구

'헌법재판관' 손팻말 들었다 경찰에 제지되기도

재동초교 앞 태극기부대…'이러니 휴교할 수밖에'

헌재 인근 150m는 대형 경찰차로 완전히 통제

경찰 "내일은 차단선을 기존 150m에서 더 확장"

3일 오전 2시 헌법재판소 맞은 편 도로에서 바라본 헌재 정문. 경찰차로 차 벽이 설치돼 있었다. 2025.04.03. 김민주 기자
3일 오전 2시 헌법재판소 맞은 편 도로에서 바라본 헌재 정문. 경찰차로 차 벽이 설치돼 있었다. 2025.04.03. 김민주 기자
헌법재판소 150m 인근에 설치된 경찰차. 2025.04.03. 김민주 기자
헌법재판소 150m 인근에 설치된 경찰차. 2025.04.03. 김민주 기자

헌법재판소가 정한 윤석열 탄핵 심판 선거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경찰은 서울시 종로구 헌재 인근 150m에 차 벽과 펜스를 설치해서 '진공상태'로 만든다고 발표했다. 3일 오전 2시 방문한 헌재 인근은 경찰의 발표대로 차 벽과 펜스로 진입할 수 없었다. 이 와중에도 극우로 추측되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재 인근인 재동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하고 있었다.

"어디 언론사에서 나오신 거죠? 확인해야 하니 명함이나 기자증을 보여주세요."

기자가 차 벽과 펜스로 막힌 헌재를 지나 재동초등학교 정문 앞에 멈춰 시위 장면을 지켜보자 한 중년 남자가 말을 걸었다. 언뜻 보기에 중년 남성이 입은 검은 옷이 '경찰복'처럼 보여 명함을 꺼내려다가 일반인인 걸 알았다. "무슨 일로 그러시죠?"라고 물어보자, 중년 남자는 쭈뼛거리며 "혹시 우리가 시위하는 것 취재하려고 하면 도와주려고…"라고 말끝을 흐리며 자리를 피하려 했다. 그는 다시 "궁금한 게 있으면 재동초교 앞에 경찰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자리를 피했다. 

재동초등학교 정문에는 30명 정도의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거나 어깨에 걸치고 "탄핵 반대"라고 외치고 있었다. 모두 50대가 넘어 보였다. '이러니 헌재 인근 학교를 휴교할 수밖에 없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경찰이 시위대를 막고 있었지만, 시위대가 헌재 인근으로 가려고 하니 돌발 상황도 발생할 것 같았다. 

 

헌법재판소 인근 재동초등학교 정문에서 윤석열 지지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2025.04.03. 김민주 기자
헌법재판소 인근 재동초등학교 정문에서 윤석열 지지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2025.04.03. 김민주 기자

재동초교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런 상황을 이해하긴 하지만 시위가 자주 되니 힘들긴 하다"고 토로했다. 재동초등학교 안에는 간이 화장실이 설치돼 있었는데, 경찰들이 헌재 주변으로 밀집하니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한 것이다. 차량처럼 보이는 화장실도 보였다.

혼자서 시위하러 온 사람들도 있었다. 재동초등학교 앞 삼거리 인도에는 쉼터 의자가 설치돼 있었는데, 여기에는 혼자서 시위하는 중장년층이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평상시는 북적거릴 거리지만, 오늘은 관광하러 온 외국인이 대부분이었다. 관광객들은 시위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거나 잠시 서서 구경했다. 한복을 입고 길을 걷는 외국인 관광객 쉽게 볼 수 있었다.

경찰이 탄핵 반대 진영을 통제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남성이 헌법재판관의 이름이 적혀 있는 손팻말을 들고 헌재 인근으로 가려고 하자, 경찰은 즉시 이 남성을 통제했다. 그러면서 "손에 들고 있는 것 들고 가면 안 됩니다"고 말했다. 남성이 경찰을 무시하고 길을 가려고 하자 경찰은 한 번 더 제지했다. 결국 남성은 손에 들고 있던 손팻말을 버리고 나서야 길을 갈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 정문은 경찰의 통제 하에 헌법재판소 직원과 취재진만 들어갈 수 있었다. 2025.04.03. 김민주 기자
헌법재판소 정문은 경찰의 통제 하에 헌법재판소 직원과 취재진만 들어갈 수 있었다. 2025.04.03. 김민주 기자

외국인들은 시위대를 구경하기도 했지만, 봉쇄된 헌재 인근을 구경하기도 했다. 안국역 4번과 5번 출구는 거대한 펜스로 차량이 완전히 통제돼 있었다. 안국역 2번 출구부터 헌재 인근은 대형 경찰차로 도로를 완전히 통제했다. 인도에는 펜스가 설치돼 있어서 1명씩만 걸을 수 있었다. 이마저도 경찰들이 행렬로 이동하고 있어서 걷기 힘들었다. 

헌재 정문 입구에는 취재진과 헌재 직원만 출입할 수 있었다. 경찰들은 행인들에게 "돌아서 가 달라"고 부탁했다. 일반인은 안국역 근처에서 횡단보도를 이용해 헌재 정문 맞은편 도로로 가야 했다. 경찰은 헌재 정문뿐 아니라 헌재 담벼락 사방을 모두 경찰차로 막았다. 

헌재 정문 맞은편 도로에서는 헌재 정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차량 틈새로 헌재 정문을 볼 수 있긴 했지만, 그곳뿐이었다. 나머지 차량 틈새는 주차금지 표지판으로 막아놨다. 헌재 인근 가게는 '4월 3일부터 4월 4일까지 휴무'라고 써진 곳이 많았다. 상점 중에는 장사를 하는 곳도 있었지만, 평상시보단 손님이 없었다.

헌재 주변 진공상태는 이날 오후 2시에 완료됐다. 안국역 1번·6번 출구, 수운회관과 운현궁, 현대 계동사옥, 재동초등학교 인근 양방향 도로까지 차 벽으로 둘러싸여 차량 통행 등 통제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버스 160여 대, 차 벽 트럭 20여 대 등 총 200여 대 차량이 동원됐다.

탄핵 찬성 집회를 했던 시위자들은 돗자리 등을 깔고 버텼지만, 오후 7시쯤 모두 자진 이동했다. 이에 따라 헌재 앞 진공상태가 완성됐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완충구역 설정을 위해 내일 차단선을 기존 150m에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헌재 경내에는 경찰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선고 당일에는 경찰 특공대 30여 명이 배치돼 테러나 드론 공격에 대비한다.

 

헌법재판소 후문 쪽은 경찰이 봉쇄해했다. 2025.04.03. 김민주 기자
헌법재판소 후문 쪽은 경찰이 봉쇄해했다. 2025.04.03. 김민주 기자

종로·중구 일대는 특별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설정돼 8개 구역으로 나뉜다. 서울 경찰서장 8명이 각 구역 '책임 서장'을 맡는 가운데 기동순찰대, 지역 경찰, 교통경찰, 형사, 대화 경찰 등 1500여 명이 배치된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개인용 소화기를 1인당 1개씩 지급했고, 극단 행동을 하는 시위자에 대비해 소화포 194개를 순찰차 1대당 1개씩 배치했다. 서부지법 사태 때와 같이 헌재 난입 등을 선동할 수 있다는 우려에 경찰은 일부 유튜버들의 방송 역시 모니터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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