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기자회견 도중 백혜련 의원 계란테러
경찰, 테러 당한 뒤에야 차벽 세워
"이런 상황이니 헌재 재판관들 압박 느낄 것"
"법을 어긴 윤 대통령이 뿌린 씨앗을 확인해"
"(계란을 맞아서) 지금 너무 아픕니다. 이걸 가까이 맞았으면… 계란이 터진 건 괜찮은데 너무 아파요. 이건 정말 민주주의 사회에선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에게 반드시 범인 찾아주시길 요청드리고요, 저도 개인적으로 고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날계란 테러를 당한 뒤 한 말이다.
민주당 원내부대표단이 20일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기자회견 도중 극우집단으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던진 날계란에 백 의원과 이건태 의원이 맞는 테러를 당했다.
백 의원이 날계란을 맞기 직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열로 나란히 서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 중인데도 극우들이 무분별하게 '부부젤라'를 불어 서로의 목소리를 듣기 힘들 정도였다. 의원들은 '윤석열을 파면하라!'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백 의원과 이 의원은 중간에 서 있었는데 민주당 의원 중 한 명이 "추경호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 날계란이 날라와 백 의원의 오른쪽 이마와 이 의원의 왼쪽 어깨에 맞았다. 바닥에는 깨진 계란 조각 외에 삶은 계란으로 추정되는 깨지지 않은 계란과 바나나도 있었다.
계란이 조금이라도 낮게 날라와 백 의원의 눈을 맞혔으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백 의원은 충격에 몸을 왼쪽으로 피했고, 함께 있던 의원들이 놀라서 "누가 계란을 던졌다"고 말하며 백 의원의 머리에 묻은 계란 껍질을 치워줬지만, 얼굴에는 계란 노른자가 흐르고 있었다. 백 의원은 계란을 맞은 직후 충격에 제대로 눈을 뜨지 못했지만 이내 "누가 (계란을) 던졌는지 확인해주세요"라고 말하며 계란이 날아온 방향을 지목했다. 함께 있던 의원들은 "이게 뭐 하는거냐" "누가 계란을 던졌냐" "누가 던졌는지 꼭 확인해 달라"고 했다.
백 의원과 이 의원은 주위에서 챙겨준 휴지로 얼굴과 옷에 묻은 계란을 정리했고 바로 "윤석열을 파면하라" "헌재는 즉각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백 의원은 얼굴에 묻은 계란을 휴지로 닦았지만, 목도리에 묻은 계란은 지워지지 않았고, 의원들은 현장에 있던 경찰들을 향해 "대한민국 경찰은 누구의 경찰이냐"고 "현행범을 당장 잡아라"고 했다. 백 의원과 이 의원이 계란 테러를 당하는 와중에도 부부젤라를 끝도 없이 불어서 언론사와 인터뷰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계란 테러 사건 이후 같은 장소에서 '계란 투척 사건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정 의원은 "아침에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계란과 바나나가 투척되는 상황에도 경찰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백 의원이 계란을 몸에 맞고 나서야 (경찰이) 차 벽을 친 것에 대해 심각하게 유감을 표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기서 진을 치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고 했다.
이 의원은 "무엇보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정치 테러에 대해서 뭐라고 말한 지 아냐"며 "민주당의 자작극이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망언을 내뱉고 있다. 먼저는 (백 의원이) 다쳤는지 확인하는 게 인간의 도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 인근에 진을 치고 있는 극우들에 대한 발언도 있었다. 서영교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수없이 많은 극우가 준동하고 있다"며 "이러니 헌재 재판관들이 얼마나 압박을 받을 것이냐.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를 안정시키려면 빠른 파면과 인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 기자회견이었는데 계란이 날아온 것"이라고 했다.
서 의원은 "대한민국이 이런 상황까지 와도 되는 것이냐"며 "그 계란이 백 의원의 눈에 맞았거나 돌이면 어쩔 뻔했냐. 너무 무서운 상황이다. 극우들이 계란을 던지는 현장 뒤에 누가 있었는지, 우리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극우의 폭력을 규탄했다.
서 의원은 또한 "우리들의 안전한 기자회견과 헌재 재판소 재판관들의 안전을 요청한다"며 "온 세상이 지켜본 불법 계엄으로 이제 윤석열 파면을 인용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국론이 분열되고 극우가 준동하기에 빠른 파면을 촉구한다. 법적 조치는 형사재판에서 이뤄지고 헌재에서는 위헌·위법한 것을 따져 파면을 인용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계란 테러를 당한 당사자인 백혜련 의원은 '정치 테러'를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대통령이 뿌린 씨앗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오늘 보여준 것"이라며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이런 정치 테러를 당했다. 헌재 인근의 시민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동안 극우 세력이 폭행을 하고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한다. 경찰은 정치 테러 행위가 발생하자 차 벽을 세우고 그 사람들을 해산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라며 "경찰이 바로 할 수 있는 일인데 한 달 이상 이런 상황을 방치한 것이다. 결국 사회적 갈등과 서로 간의 분란이 커지는 시간이 된 것"이라고 했다.
백 의원은 "헌재 재판관들에게 호소한다"며 "이제 윤석열 파면을 결정할 때다. 더 이상 사회적 갈등과 국론분열이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면담했다. 행정안전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은 면담 후 취재진과 만나 "헌재 앞 유튜버, 시위대에 대한 안일한 경비태세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지 집중 추궁했다"며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헌재 정문 옆 천막 철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백 의원에 대한 계란 투척은 헌재에 대한 폭력 행위이자 겁박"이라며 "며칠 전 예견된 일임에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윤건영 의원은 경찰 수뇌부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불행한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송구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경찰 측은 "극우 유튜버의 헌재 앞 통행을 철저히 통제하고, 헌재 겁박 행위를 막기 위해 차 벽을 쓰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아울러 헌재 정문 옆 천막에 대해서는 서울 종로구청의 행정대집행이 이뤄져야 경찰 동원이 가능하다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조항보다 우선해 불법 행위를 척결하는 게 필요하다"며 즉각 조치를 요구했고, 경찰 측은 "오늘 중 불법 천막에 대한 법적 검토를 마쳐서 조치 계획을 보고하겠다"고 답했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백 의원이 당한 계란 테러 사건에 "경찰은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지시했다. 기재부는 최 권한대행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집회 시위 현장 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 대행은 "정부는 이번 일이 발생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무겁게 보고 있다"며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 표현 방식은 언제나 평화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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