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당일 대검 검사 2명 선관위로 출동"

민주당 기자회견…"제보 통해 검찰 개입 확인"

여인형 "검찰‧국정원이 선관위에 올테니 지원"

정성우는 방첩사 대령 8명에 같은 명령 하달

이후 대검 과학수사부 박모 선임과장이 전화

송모 대령, 다시 국정원 과학대응처장과 통화

'부정선거' 뒷받침하려 데이터 조작 기획했나

대검 "친분 있어 사적 통화한 것…출동 안 해"

정성우 방첩사령부 1처장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대비 문건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2.10. 연합뉴스
정성우 방첩사령부 1처장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대비 문건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2.10.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당시 검찰이 국군방첩사령부 측과 전화 통화를 하고 대검찰청 소속 고위급 검사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로 출동한 정황이 공개됐다. 당시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정성우 방첩사 1처장에게 "선관위에 검찰과 국정원이 올 것이니 중요한 임무는 검찰과 국정원에게 맡기고 그들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을 통해 전해진 바 있으나 검찰이 실제 개입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과 국정원이 12·3 내란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자료와 제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단장을 맡고 있는 추미애 의원은 "내란 진상조사단에서 아주 중요한 제보를 받고 확인을 한 사실을 알리겠다"면서 "내란 당일에 대검 고위급 검사가 방첩사에 연락을 했고 결국 선관위에 출동했는데도 검찰은 '내 식구 감싸기'로 관련 수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얼마 전인 오후 8시 30분쯤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에게 "선관위에 검찰과 국정원에서 올 거다. 중요한 임무는 검찰과 국정원에서 할 거니 그들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정 처장은 계엄 선포 뒤인 오후 11시 50분쯤 방첩사 대령 8명에게 같은 명령을 하달했다. 당시 배석한 방첩사 신원보안실 중령은 이를 꼼꼼히 메모까지 했고 수사기관에 그대로 제출했다고 한다. 정 처장에게 지시받은 방첩사 인원 중 대령 4명이 검찰 및 국정원 개입에 관해 진술한 내용을 진상조사단이 확보했는데, 다음과 같다.

A 대령 : 정성우 처장이 8명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검찰과 국정원을 언급한 사실이 있음.
B 대령 : 선관위 출동을 앞두고 회의 과정에서 서버를 확보하면 검찰과 국정원이 올 것이고, 인계해주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음.
C 대령 : 계엄 선포 이후, 선관위 출동 전에 정성우 처장이 검찰과 국정원을 언급했음.
D 대령 : 선관위에 가서 서버를 확보하면 검찰과 국정원이 올 거다, 거기에 인계해 주면 된다는 지시를 받음.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선관위 관련 진술. JTBC 뉴스 화면 갈무리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선관위 관련 진술. JTBC 뉴스 화면 갈무리
정성우 방첩사 1처장은 계엄 당시 출동할 부하들에게
정성우 방첩사 1처장은 계엄 당시 출동할 부하들에게 "선관위에 검찰과 국정원이 올 것이다" "중요한 임무는 검찰 등에 맡기고 이후에 지원하면 된다"고 알렸다. JTBC 뉴스 화면 갈무리

이 같은 방첩사 대령 4명의 진술은 여인형 사령관이 정성우 처장에게 지시했다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여 사령관의 지시와 정 처장의 명령 하달 후, 자정을 넘긴 12월 4일 0시 37분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소속 박모 선임과장(부장검사급)이 방첩사 송모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1분 22초 정도 통화를 했다. 이어 0시 53분쯤 방첩사 대령은 국가정보원 과학대응처장과 약 2분 2초간 통화했다. 대검 과학수사부 선임과장은 디지털 포렌식과 거짓말 탐지기 조사, DNA 분석, 사이버범죄 수사 등을 하는 부장검사급 고위 검사이고, 국정원 과학대응처장은 국가안보수사국 소속 고위공무원으로 사이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진상조사단 소속 박선원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선임과장, 방첩사 대령, 국정원 과학대응처장 간의 통화 내역은 처음 밝혀진 것으로, 그 한밤중에 누구의 지시에 의해 대검 선임과장은 왜 방첩사 대령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또 어떤 실행 계획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은 "검찰과 법무부가 개입되었다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했고, 검사장 출신인 양부남 의원도 "경찰이 신청한 김성훈 경호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왜 그토록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기각했는지 그 이유와 전모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했다.

진상조사단은 나아가 "검찰, 방첩사, 국정원 간의 한밤중 통화에 이어 12월 4일 새벽에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고위급 검사 2명이 과천 선관위로 출동했다는 주요 제보까지 확인됐다"면서 "무엇보다 선관위로 출동한 고위급 검사 2명 중 1명은 방첩사 대령과 통화한 대검 과학수사부 선임과장이라고 한다.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검 고위 검사가 방첩사 대령과 소통한 후에 선관위로 출동한 것으로, 12·3 내란 관련 실질적인 검찰 개입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 고위 검사가 선관위에 도착했는지까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출동만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민병덕 의원은 "그런데 김용현, 윤석열 공소장에는 이 부분과 관련해 국정원은 나오지만 검찰은 나오지 않는다. '국정원과 수사기관 등' 이렇게 나온다"며 "제가 내란 국정조사 특위에서 다섯 번 질의를 했지만 검찰과 법무부 측은 모두 본인들이 조사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 뜬소문일 뿐이라고만 했다"고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대검 과학수사부 소속 고위급 검사 2명이 왜 출동했는지, 추가적으로 과학수사부 소속 수사관은 총 몇 명이나 출동했는지, 누구의 지침을 받았는지 등이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면서 "이처럼 검찰의 12·3 내란 관련 개입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수사기관은 검찰 개입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밝히고, 국힘당은 특검을 즉시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모습. 2021.6.14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모습. 2021.6.14 연합뉴스.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연합뉴스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연합뉴스

진상조사단 측은 계엄 당시 검찰이 방첩사로부터 중앙선관위 서버를 넘겨받아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데이터 조작을 기획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직할 조직인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포렌식 수사 인력과 역량을 갖춘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검찰이 선관위로 이동하기도 전에 국회가 새벽 1시 신속하게 계엄 해제 결의를 하면서 '미수'에 그쳤을 가능성을 추정해볼 수 있다. 당시 방첩사 병력도 선관위 과천청사 인근에서 대기하다가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되자 곧 철수했다.

그러나 대검은 이날 민주당 진상조사단 기자회견 뒤 언론 공지를 통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방첩사 등 다른 기관으로부터 어떠한 지원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고 다른 기관을 지원한 사실도 없음을 재차 밝힌다"고 했다. 대검은 "해당 과장은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비상소집으로 대검에 출근해 사무실에서 대기하던 중 평소 친분이 있는 방첩사 대령이 걱정돼 사적으로 먼저 전화를 해 어떤 상황인지와 함께 안부를 물었고, 상황이 종료돼 귀가한 후 다시 전화로 건강을 잘 챙기라고 당부했을 뿐"이라며 "방첩사로부터 지원을 요청받거나 선관위에 출동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가 지난해 12월 4일 0시 5분에 대검 청사에 들어와 2시 46분쯤 나간 것으로 출입 기록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대검은 "특히 해당 과장의 전담 업무는 영상녹화 조사, 문서 감정, 심리 분석 등 법과학 분석 분야"라면서 "컴퓨터 서버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업무는 해당 과장이 아닌 다른 과장(디지털수사과장)의 소관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도 언론에 배포한 공지문에서 계엄 당시 통화했다는 방첩사 대령과 국정원 처장에 대해 "평소 교류가 있던 선후배 사이"라며 "방첩사 대령이 국정원 직원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 단순 문의하는 개인적인 통화를 한 것"이라고 대검과 흡사한 해명을 내놨다. 그러면서 "방첩사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거나 선관위 출동 등 어떠한 조치도 한 것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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