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가 산 자 살렸다…영구독재 길 막아
전 연합뉴스 기자인 채삼석 작가가 12‧3 비상계엄 발령 전후의 긴박했던 상황 및 그 뒤 석달 간 벌어진 일들에 대해 사실과 다소의 상상력을 뒤섞은 ‘내란 전말기'를 써서 시민언론 민들레에 보내왔기에 민들레들판에 싣는다(편집자 주).
도대체 어떤 생각이 이따위 망동으로 이어졌을까? 어느 주술적 미신이 그들만의 맹신, 광신으로 발전했을까? 상상력과 취재력을 총동원해 초겨울 밤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서 2시간 반 만에 종친 12‧3 친위 쿠데타의 발원지를 찾아 나섰다.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둬왔지만, 이번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어느 누가 눈앞에 쓰나미가 밀려오는데 좀비나 초인처럼 "난 몰라"하며 초연할 수 있을까? 순수해도 참여해도 저항해도 작가는 작가다.
44년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 전야, 해군 중위 때 겪은 일이 떠올랐다. 3함대 방어전대 작전관의 완장을 차고 목포 고속경비정 부두를 순찰하던 중 사관학교 출신 부장들과 기관장 등이 함정 갑판에서 나누던 수다에 충격을 받는다. "데모하는 대학생 새끼들 말이야, 싹 다 M16(자동소총)으로 갈겨버려야 해!" 12‧12 군사 반란으로 실권을 잡은 전두환 보안사령관 겸 중앙정보부장 치하 계엄 포고령에 저항하면 ‘빨갱이'로 낙인찍히던 시절이다. "이건 아닌데?"라고 판단하면서도 ‘나 홀로 용기를 내?' 반박이나 설득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린 무력감이 정신적 부채로 남아 고희를 넘긴 지금도 고통스럽다. 당시 공수부대의 살인적 진압에 맞서다 희생된 수많은 광주 시민과 학생들을 생각하면 만사가 허무하다.
첫 공식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여사
첫 공개석상 등장부터 그녀는 예사롭지 않았다. 2019년 청와대에서 남편이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은 자리였다. 퀴니거니 여사는 샤넬라인보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간 깜장 투피스 치마 정장 차림에 애교머리를 서너 갈래 늘어뜨린 채 야릇한 눈 화장 모습으로 대통령의 축하 꽃다발을 받는다. 일본 만화 엉덩이탐정의 볼 부은 얼굴에 2 대 8 가르마 탄 머리로 임명장을 받은 유니스카 왕검사보다 카메라 플래시가 더 집중한다. 여사의 스타일은 경조사 동시 패션이다. 대통령과의 기념 촬영, 커피 타임 사이에 민정수석이 다가와 왕검사와 악수한다. 머리를 꾸벅 숙이고 허리를 꺾은 각도가 다소 차이 난다. 도리도리 건들대는 왕검사와 샌님 같은 수석이 보내는 메시지가 서로 다른 듯했다. 권력투쟁의 예고편이었다.
쿠데타의 역심은 유니스카 검사의 머릿속에 일찍부터 자리 잡는다. 9수까지 늘어진 사법시험 준비 시절, 원본 대신 소설 손자병법과 만화 삼국지를 가벼이 탐독한다. 고시방 후배와 말술로 스트레스도 종종 푼다. 총장에 오르기까지 현직 대통령을 탄핵 파면한 특검 수사를 지휘하고 전직 대통령도 재수사해 투옥 시킨다. 강골 검사로 이름 날리며 하늘을 찌른 권력을 맛보니 눈앞의 장애물은 불편한 존재다. ‘나 홀로'방송 드라마 제3공화국과 제5공화국을 즐겨 시청한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장군과 전두환 대통령이 새삼 존경스러워진다. 한 술자리에서 "육사에 들어갔다면 김종필처럼 중령 때 쿠데타 했을 것"이라고 혼잣말로 내뱉는다. 대검 검찰부장 출신 한동수 변호사의 증언이다.
퀴니 여사는 어떤가. 모텔 사업과 부동산 투자로 번 모친의 자금을 지원받아 디자인 석박사 학위까지 따낸 여사는 호텔 살롱 문화가에서 자칭 불교인의 소개로 왕검사 후보를 만나 고급 아파트에 살림을 차린다. 밍타이 도사의 진단처럼 ‘장님 무사 어깨에 올라탄 주술사'에 가깝다. 웬만한 무당은 "저리 가라" 할 정도라 하고 개똥철학을 좋아한다. 법사, 스님 등과 두루 친하다는 자칭 도학자다.
"장님 무사 어깨에 올라탄 주술사"
어떤 이의 권유로 여사는 한때 중화TV가 방영한 장편 시대극 <무미랑전기>에 빠져든다. 주인공 미랑은 13세에 당 태종의 말단 후궁으로 장안성에 들어가 품계가 오르면서 아들 고종의 황후가 된다. 급기야 다른 아들 황제 둘을 폐위하고 스스로 황제가 된다. 중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여황제 무측천이다. 냉혹한 궁중 암투 과정에서 어린 아들을 직접 죽이기까지 한다. 판빙빙이 546억 원을 들여 제작하고 직접 측천무후 역을 맡았다. 본인의 인생역정을 확대판으로 상상해 무측천과 비교해보니 여사의 기분은 구름 위를 걷는 듯하다.
이젠 나라의 정상 자리가 부부의 공동 목표다. 왕검사 너머로 왕관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왕좌를 향해 검사왕과 왕무당이 율사, 법사, 도사, 주술사, 역술인과 관상가, 검사 출신 고관 등과 함께 ‘무검연대'를 공동 결성했다. 이제 왕좌를 차지하기만 하면 된다.
검찰에서 나온 유니스카의 첫 싸움터는 ‘대한국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장이었다. 후보 유니스카는 1차 방송토론에서 ‘왼손바닥에 있던 王'(왕) 자를 들켰다. "떨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며 여사가 새겨 준 것이다. 대한국민당 최종 후보로 결정돼 대선에 나간 유니 후보는 ‘더불민주당' 후보에 0.73%포인트 차로 가까스로 이긴다. 여당 표심은 어쩌면 대통령보다 국왕을 뽑았다. 야권은 헌법상의 민주공화국 체제를 지지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중도 표방의 아니차르스가 국민당과 단일화하고 정의당 시미부리나 후보가 완주한 것도 승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가 대통령 된 유니-퀴니 커플이 웅대한 공군 1호기로 해외 순방에 나가서 거의 왕 대접을 받을 때 기분은 하늘을 날아가지만, 국내 문제는 귀찮고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공정과 상식'의 간판을 달고 출범했지만, ‘이채양명주'를 비롯한 각종 부정비리 의혹에 휩싸여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검찰은 야당 지도자 부인의 7만 원 회식은 수없이 압수수색해 기소하고 여사의 23억 원대 주가 조작 의혹은 황제수사를 거쳐 무혐의 처리했다.
온갖 부정비리 의혹에 휩싸인 대통령 부부
더는 버틸 수 없었던 유니스카 대통령은 마침내 12월 3일 밤 정치 집회 등을 금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여의도 국회 의사당과 과천 선거관리위원회 본청 등에 계엄군이 속속 출동한다. 곧바로 의사당에 달려간 시민들, 국회의원과 보좌진, 국회사무처 직원과 언론인 등의 저항이 이번엔 만만치 않다. 미군정의 계엄령 치하 1948년 제주도 일원의 4‧3 사태나 12‧12 군사반란에 저항했던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와는 상황 전개가 사뭇 달랐다. 707 특임단을 필두로 특전사와 수방사는 물론 정보사, 방첩사 장병 수천 명이 소총과 폭약 등 완전군장 상태로 야간투시경을 헬멧에 달고 출동한다. 대통령이 거듭 원격 통화를 했지만, 발포 명령이 거부되는 상황으로 역전했다. 북한 지휘부 납치 살해 등 대북 미션을 특정해 최강 훈련을 받은 참수부대원들이 평양 주석궁 아닌 서울 여의도 의사당에 난입해 남측 국회 의원, 시민 등과 마주치자 "뭔가 잘못됐다..." 현타가 온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필두로 국회의원 다수는 경찰이 정문을 닫고 봉쇄한 의사당의 담장을 넘었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노종면 의원 부인 등은 한밤의 계엄 선포에 곧바로 눈물 속 승용차 운전대를 잡았다. 춘천 지역구에 나간 허영 국회의원 등은 과속 딱지를 수없이 찍은 채 국회를 향해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결국 국회 본회의장에 속속 집결한 국회의원 190명 전원의 찬성 표결로 계엄령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비상계엄 선포 2시간 반 만인 4일 새벽 1시3분이다. 초겨울 한밤 한강 한가운데 여의도의 국회 의사당에서 국가의 존망을 가른 ‘무혈 명예혁명'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12‧3 사태의 반전극은 방송 채널과 유튜브 등을 통해 국내외에 생중계됐다. 세계인이 실시간으로 K-다큐 내란계엄 드라마를 시청하며 걱정과 찬탄을 공유했다. 제2, 제3의 계엄령 선포를 만지작거리던 대통령은 미몽에서 깨 4시 반이 돼서야 국무회의를 열고 계엄령 해제를 선포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다
내란에 즉각 대응한 시민, 국회의원과 보좌진, 사무처 직원 등의 신속 기동과 계엄 선발대 장병의 소극적 공세 등이 맞물려 사태의 진로를 바꿨다. 그날 밤 707 특임단을 태운 블랙호크 헬기 5대가 기상예보와 달리 강풍과 진눈깨비 탓에 한 시간 늦게 출동, 국회 뒷마당에 지연 착륙했다. 계엄 선봉군이 제때 출동해 국회를 봉쇄하고 민관군 대치 상황에서 장병 1명이라도 자동소총 방아쇠를 당기면 여의도 국회 현장은 피바다로 변했을 게 틀림없다. 그러면 전국에서 계엄군과 시위대 간 충돌과 살육이 내전으로 비화했을 가능성도 작지 않았다. 때마침 그때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선 5.18이 배경인 <소년이 온다>와 4‧3의 소재인 <작별하지 않는다> 작품 등으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 행사 기간이었다. 국가 흥망의 갈림길에서 4‧3과 5‧18 희생자 영령 등의 보살핌에 힘입어 국가 흥망의 갈림길에서 파국을 막은 것이다. 한강 작가의 말마따나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 역사적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신문 사주가 정치력을 자랑하며 ‘밤의 대통령은 나'라고 큰소리친 일도 있다. 밤의 여왕은 누굴까. 퀴니 여사 아닌가. "음지(밤)에서 일하고 양지(낮)를 지향한다"고 새긴 국가정보원의 원훈석을 연상해본다. 5‧16 군사 쿠데타 직후 창설한 중앙정보부의 첫 부장 김종필이 창작한 걸 김대중 대통령 때 이종찬 국정원장이 "정보는 국력"으로 바꿨다. 유니 대통령은 먼지 쌓인 ‘음지 양지'표석을 창고에서 꺼내 국정원 앞마당에 다시 설치하고 박정희-전두환 독재 시대로 정보기관의 운용 시스템을 되돌리려 했다. 계엄 선포 직후 유니 대통령은 "싹 잡아들여, 이번에 모두 정리하자"며 여야 당 대표와 국회의장, 판사, 언론인 등 16명에 대한 긴급 체포 명령을 내렸다. 대통령의 이 비화폰 지시를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이 사실상 거부함으로써 친위 쿠데타 실패의 중대한 변수로 작용했다.
12‧3 계엄 사변에 정보사는 북파 공작팀을 동원한다. "평소 배불리 먹여 잔칫날 잡아먹는다"는 이른바 ‘돼지부대'다. 북한 땅이 작전구역인데 이번은 아니었다. 국회 국정조사와 헌법재판소 변론을 통해 북파 공작팀 악용에도 최고위층이 간여한 정황이 짙게 배어 있다. 계엄 수개월 전 대통령궁 안보실에 정보사의 해당팀 간부가 별동대를 꾸린다. 계엄 전후 퀴니 여사 팀은 정보사 올드보이들과 은밀하게 핫라인을 가동한다. 예비역 소장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극비 임무가 깨알같이 메모돼 있다. 선관위 무력화와 반정부 인사 ‘수거 암살 처분'등이다. 선관위 위원장 등 수십 명을 구금 고문하고 그간 100여 차례 수사, 감사에도 근거가 없는 ‘부정 선거' 자백을 강요해 공표할 자료를 만든다. 계엄 지도부가 점찍은 정치인, 판사, 언론인 등을 붙잡아 눈을 가리고 결박해 서해 5도로 압송하는 길에 선박에서 사살, 수장한다. 해병부대는 K9 자주포, 경비 함정은 함포를 가동해 북측의 공격을 유도한다. 코드 네임 ‘백령도' 작전이다. 계엄 선포 전 수차 도모하던 국지전 상황을 다시 조성해본다. 평양 상공까지 무인기를 띄워 자극해보지만, 그들에겐 실망스럽게도 북한은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
내란 성공했으면 영구 독재의 길 열려
성추행으로 정보학교장에서 불명예 전역한 노 소장은 소령 때 자습한 사주명리학 부전공을 살려 안산에서 애기보살과 점집을 공동 운영한다. 군산, 서천의 무당과 교제해오다 대통령 경호처장의 부름을 받는다. 무당-군-검찰의 삼각 커넥션이 형성된다. 해당 미션의 실무 총책은 노상원. 친위 쿠데타가 성공하면 출셋길이 다시 열린다. 평상시 돼지부대는 일당백의 고강도 인간병기화 훈련을 감수한다. 유사시엔 북한 지도부 납치 암살, 평양 주석궁 폭파, 극비문서 탈취 등 특수 임무를 부여받는다. 이들은 북한식 복장과 언어생활 스타일로 훈련한다. 북한 현지의 실전 공작엔 북한인처럼 위장해 투입된다. 이들 북파공작원을 남파(?), 총구를 거꾸로 돌린 채 계엄 내란의 초기 핵심 역할을 맡도록 했다. 말이 되는가? 내란이 성공해도 유혈 작전의 참상은 북한의 소행으로 거짓 포장해 언론에 공개된다. 계엄 내란 공작에 동원된 요원 대다수는 비밀 유지를 위해 처단될 것이다. 12‧3 쿠데타가 실패한 이후에도 수 주간 정보사 블랙 요원들이 폭약과 권총을 휴대한 채 청주 전투비행장과 성주 미사일 기지 주변에 머물며 거사 명령을 기다렸다. 주한미군 정찰기와 도감청팀이 휴전선 이남에서 활동을 대폭 강화한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미측이 남측 동향을 북측보다 더 의심했다는 증좌 아닌가?
문제 인사로 수거돼 백령도 앞바다 인당수에 심청이처럼 수장할 수십 명을 제물로 남북 간 국지전이 발발하면서 전시로 전환된 상황의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다고 치자. 이 나라는 민주공화제가 군정-왕정 체제로 전복되면서 북한처럼 1인 1당 ‘선군정치'로 퇴행할 것이다. 최상목 비망록과 노상원 수첩에 적시한 비상입법기구가 국회 권능을 대체한다. 전두환의 국가보위입법회의, 박정희의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모델이다. 선관위원장 겁박을 통한 ‘부정 선거' 발표로 선거제도 자체가 사실상 폐지된다. 영구 독재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꽃샘추위'내란정국…그래도 봄은 곧 온다
신상필벌이 남았다. 전시나 사변도 아닌데 대통령 일당이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관위의 기능 마비를 획책하고 군대를 동원했다. 시민과 국회의원 및 보좌진, 사무처 직원의 저항에 좌초됐지만 명백한 위헌, 위법의 내란, 군사반란 책동이다. 우두머리가 재판에서 내란죄로 최종 심판을 받으면 형벌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앞서 구속수감된 국방장관과 수방-정보-방첩 사령관, 경찰청장 등도 형사 법정에 줄줄이 섰다. 내란 행위의 주요 임무 종사자들이다. 이들은 수방, 정보, 방첩의 첫 글자와 일치하는 중국산 백주 ‘수정방'을 대통령 관저나 안가에서 자주 마셨다. 1년 정도 계엄 작전을 모의하면서 군홧발을 연상시킨다는 스카치위스키 ‘조니 워커'도 즐겼다니...
국회에서 어렵사리 의결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넘겨지고 한남동 관저에서 압송된 대통령이 법원 판사의 영장에 따라 구속돼 형사재판을 받는다. 그러나 평온을 찾기엔 아직 멀었다. 대통령 구속영장이 집행된 새벽에 제왕처럼 군림하는 목사와 전도사 팀이 조종하는 무리가 일부 왕당파 시민들과 함께 법원 경내를 습격해 많은 경찰관을 해치고 수억 원의 시설 피해를 냈다. 헌법기관인 판사의 7층 사무실까지 급습하고 유리창과 컴퓨터를 파괴했다. 1‧19 폭동이다. 계획적인 제2의 내란이 아닐 수 없다. 본인들이 생중계한 영상이 증거로 되잡혀 수십 명이 체포된다. 내란 소요죄 등으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장기간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
내란 상황에서 일부 돈벌레 유튜버와 미신‧맹신‧광신 집단의 합작품이다. 이들에 편승하는 수구 여권 세력의 뒤집기 노력도 자못 집요하다. 곧 있을 대통령 보궐선거를 겨냥해 수구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도 물론 반영됐다. 하지만, 국내외 생중계된 계엄군의 국회와 선관위 등에 불법 출동했던 장면들이 너무 선명해 온갖 새빨간 거짓말과 요설을 들이민다 해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달라질 리는 없다. ‘내란 수괴' 유니스카가 우리 사회의 반국가세력과 종북세력 척결을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궤변을 펼쳤지만, 민주공화 체제를 전복시키고 북한식 유사 왕정 통치를 도모하려고 군대를 동원한 그가 되려 ‘종북 반국가' 세력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12.3 내란계엄 이후 해도 바뀌고 석 달 지났다. 안양천 변을 걷다 보니 봄이 오는 소리가 요란하다. 새 봄날 가랑비에 이어지는 봄비가 제법 세차다. 초목은 땅속에서도 겨울과 작별하는 중이다. 계엄 내란 정국엔 꽃샘추위가 기승이다. 무당벌레와 버마재비 등 곤충의 계절 배꼽시계도 지체 없이 작동할 거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제때 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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