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표 맡은 이래 정면 비판 매우 이례적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추경 통과 위해 포기?
"그런 말 한 적 없어…협상 과정에 관한 입장"
"결정하기 전 다양한 가능성 검토가 오락가락?"
"국힘 극우반동 행태에 경종부터 울려야" 일침
양대 노총 방문한 자리에선 '우클릭' 우려 불식
"노동시간 단축, 주4일 근무 민주당 입장 명확"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노란봉투법' 추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수구보수 언론을 대표하는 조선일보를 '언어도단' '색안경' 등의 강도 높은 표현으로 정면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일상화한 왜곡‧편파 보도가 새삼스러울 건 없고 이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이나 경기지사 시절에 이 신문의 행태를 비판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사령탑을 맡은 이래 이처럼 특정 보도를 직접 지목해 조선일보를 직격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어서 향후 오보 대응 기조의 변화를 예고한 것인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보도의 오류, 시정을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재명 오락가락한다며 비판하는 조선일보 기사 본문에 이런 부분이 있다"면서 조선일보가 이날 오전 출고한 <오전엔 右재명, 오후엔 左재명> 기사를 거론했다. 이 기사는 "이 대표는 이달 들어 구체적인 정책 각론을 두고 수시로 입장이 바뀌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을 두고도 '추경 통과를 위해선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사흘 뒤 발표한 추경안에 다시 포함시켰다. '오락가락' 비판에도 이 대표 측은 '실용주의적 면모'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대표는 다음과 같이 조목조목 반박했다.
1. 먼저 저는 "추경 통과를 위해선 포기하겠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추경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이것 때문에 추경을 못할 상황이어서 부득이하다면 추경 합의를 위해 "협상 과정에서 포기할 수 있다"고 했을 뿐입니다. 조선일보 정도면 이 정도 말의 차이는 구분할 것입니다.
2. 심의 전에 제출한 '추경 제안 내용'과, 제안을 기초로 협상을 하여 '확정된 추경안'은 당연히 다릅니다. 추경 통과를 위해 필요하다면 협상 과정에서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추경 제안에 포함시키는 건 하등 이상할 게 없지요? 오락가락이라 하는 건 언어도단 수준입니다.
3.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게 오락가락은 아니지요. '흑이 아닌 건 모두 백'은 아닙니다. 회색도, 무지개 색깔도 있습니다. 대화와 토론, 타협과 조정을 해야 하는 정치에서 옹고집은 유연함보다 문제입니다. 유연함과 오락가락은 종이 한 장 차이 같지만 천지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언론의 역할은 모호함과 팩트를 가려주는 것 아닐까요?
이 대표는 이어 "정통보수 집권당이라면서 보수의 핵심 가치인 헌법과 법치주의를 정면 부인하는 수구반동 정당 국민의힘이 민주공화국을 위협하는 중"이라며 "조선일보에 기사 중 팩트와 논리에 문제는 없는지 점검을 요청드리며, 진짜 보수를 위해서라도 먼저 국힘당의 극우반동 행태에 경종부터 울려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보수든 진보든, 네 편이든 내 편이든, 정상이라면 다 나라 잘 되자고 하는 일 아니겠는가"라며 "색안경을 끼고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지 말자"고 충고했다.
조선일보가 야당 비난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내란 동조 행위를 일삼는 집권당이나 제대로 감시하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 대표가 특히 '진짜 보수를 위해서라도'라고 언급한 것은 조선일보와 국민의힘을 비롯한 반민주 세력을 '가짜 보수'라고 여기는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신의 '중도보수론'을 공격하는 '가짜 보수' 세력에 대한 냉소도 담긴 것으로 읽힌다.
한편 이 대표는 전날 오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잇따라 방문해 노동계 끌어안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양대 노총 지도부를 만나 최근 자신을 향한 '우클릭'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이 대표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에 주52시간제 문제로 많은 분이 우려하시는데 저나 민주당의 입장은 명확하다. 우리 사회는 노동시간 단축과 주4일 근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 당시 반도체 협회, 삼성전자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주52시간 예외 제도를 만들어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총 노동시간을 늘리고 초과 근로나, 아니면 변형에 따른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부분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정말로 꼭 필요한 경우에 극히 예외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경우 법으로 그걸 금지할 필요가 있냐는 점에 대해 정치권 입장에서는 그쪽 입장도 좀 들어야 한다. 만약 대중이 동의하는 합리적인 얘기를 우리가 맹목적으로 거부한다면 이것도 우리 입장에서 사실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자꾸 우클릭한다고 우리를 문제 삼는데, 경제 성장에 집중하는 것은 민주당 역대 정권이 다 해온 해왔던 얘기다. 복지를 확대하고 분배를 강화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고 하는 그 목표를 지금인들 잊겠는가?"라며 "우리가 분배 문제나 사회 정의, 사회 개혁의 문제를 모른 척하고 그냥 무시하고 가는 건 전혀 아니다. 이건 일종의 상대에 의한 프레임이라고 이해를 좀 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중도보수라고 그랬더니 그러면 진보적 정치는 다 버렸냐고 한다. 진보와 보수 정책이라고 하는 건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는 게 아니라 다 섞여 있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여건에 따라서, 시기에 따라서 어느 쪽이 좀 더 비중을 더 갖든지 전면에 배치되느냐 차이일 뿐"이라며 "온 국민이 합의한 민주공화국의 기본 질서를 깨뜨린 내란, 친위 군사 쿠데타 등을 옹호하는 것이 어떻게 보수일 수가 있겠느냐. 그 보수의 질서와 가치를 지키는 일도 우리는 또 해야 되는 것"이라고 중도보수론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이 대표는 "만약 사회가 안정적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면 우리는 진보적 가치를 좀 더 전면에 내세우고 주력하게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언론에서 논쟁되고 있는 성장 중심, 또는 우클릭 등의 얘기들에 대해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면서 "노동 조건 개선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과제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으로 연간 천 몇백 명씩 산업 현장에서 죽어 나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 않느냐. 우리가 해야 할 일들, 또 여러분이 바라시는 일들에 대해 결코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국노총 방문을 마친 뒤엔 민주노총도 방문했다. 이 대표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만나 "저번 박근혜 탄핵 사태 때도 그랬고,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도 민주노총 조합원 여러분이 가장 큰 역할을 훌륭하게 잘 수행해 내신 것 같다"며 "더불어민주당 당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수고 많으셨고, 여러분의 그런 노력들이 결코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특히 "노동자라고 하는 것에 대한 관념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과거 '노동'이라고 하면 빨갱이가 생각나던 시절이 있었다. 저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노동이라는 단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며 "제가 하고 싶은데 아직 못한 일 중의 하나가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이 존중받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더불어민주당과 저는 결코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한국노총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노총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재추진 등 입법 과제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미 당론으로 추진했던 바인 만큼 앞으로도 당론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지난 17일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아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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