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부정선거 음모론 계기로 본격 증폭"
위성락 "야당을 악마로 만드는 가짜 뉴스"
북한 공포 활용해 권력 장악 정당화 시도
1987년 민주화 후 반공 활용한 첫 대통령
이상신 "윤석열 극렬 지지자, 하나의 컬트"
"윤석열(대통령)의 쿠데타가 실패하고 두 달, 그의 지지자들은 노소를 막론하고 반공의 광기에 사로잡혀 있다."
영국 BBC는 20일 '탄핵된 한국 대통령, 옛 공산주의 공포와 음모 부추겨'란 기사에서 이렇게 보고 "북한이나 공산주의에 관해 그다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이제는 역동적 민주주의가 좌익 독재로 바뀌기 직전에 있고, 그들의 지도자는 평양과 베이징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자 국민의 민주적 권리를 폐기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극렬 지지자, 반공의 광기에 사로잡혀"
북한 공포 활용해 권력 장악 정당화 시도
탄핵 반대 시위 현장에 있던 여러 명의 윤석열 극렬 지지자를 인터뷰한 BBC는 이들이 "좌경 야당이 북한과 합쳐 남한을 공산 국가로 바꾸려 한다는 생각"을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BBC는 지금 60~70대 한국인은 냉전을 겪고 한국전쟁의 폐허에 대한 쓰라린 기억을 지니고 있다고 소개한 뒤 "윤석열이 12월 초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 그의 권력 장악을 정당화하고자 이런 공포를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BBC는 "윤석열은 증거도 없이 '북한 공산 세력'이 야당에 침투해 나라를 전복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들을 척결해야 한다면서 신속하게 행동해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군에 책임을 맡겼다"라고 소개했다.
방송은 1968년 무장 공비 김신조의 1‧21 사태와 1980년대 초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주사파 학생운동 등을 두고 "한때 그런 위협은 매우 현실적이었다"고 지적한 뒤 "또한 권위주의 지도자들은 정적들에게 북한의 공모자 혐의를 씌우는 일이 흔했다"라고 소개했다.
신진욱 "반공, 남한 독재자들의 지배 이념"
1987년 민주화 후 반공 활용한 첫 대통령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BBC에 "반공은 남한의 군사 독재자들의 지배적 이념이 됐다"며 "그들은 사회를 통제하고 국민의 자유 제약을 정당화하고자 반공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BBC는 "오늘날 이런 위협들은 소멸됐다"고 전한 뒤 북핵 위협 등이 있지만 "남한에서 북한의 삶을 모방하길 바라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면서 단지 정치적 좌파와 우파가 북한을 대하는 방식에서 대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의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은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북한을 위협해 굴복시키려 하는 데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남북 평화공존을 염두에 두고 북한과의 교섭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이 이런 한국민의 역사적 공포를 이용해온 점도 지적했다. 신 교수는 "윤석열의 발언은 과거 독재자들의 그것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그는 한국이 1987년 민주화된 이후 반공 이념을 아주 노골적으로 활용한 첫 번째 대통령이다"라고 비판했다.
"부정선거론 윤석열 주장 계기 본격 증폭"
위성락 "야당을 악마로 만드는 가짜 뉴스"
이와 함께 BBC는 "윤석열은 중국의 도움을 받아 북한이 지난해 총선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견해를 내놨다"면서 이른바 '부정선거론'을 조명했다. 극히 일부 음모론자들이 불을 지핀 이 부정선거 주장은 이제 윤석열의 극렬 지지층에 만연해 있는데, 대통령인 윤석열의 주장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증폭됐다는 게 BBC의 진단이다. 지난달 윤 지지 집회에서 만나 인터뷰한 사람들 거의 모두가 윤석열이 자신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상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들 극보수 그룹은 "고립돼 있었고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윤석열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의 말에 무게가 실렸고 많은 사람이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고 분석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신 교수는 "중국이 부정하게 선거를 조작했다는 이런 믿을 수 없는 음모론이 점점 더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위성락 의원은 "야당을 악마로 만들고 자신의 완전히 비민주적 행동을 정당화하고자 윤석열이 꾸며낸 가짜 뉴스다"라고 가세했다,
BBC는 "윤석열의 근거 없는 주장들이 뿌리를 내리면서 그의 지지가 늘어나는 것 같다. 한국 국민의 다수는 여전히 윤석열을 영구히 직무에서 배제하길 바라지만, 그 숫자는 줄어들었다"면서 계엄령 선포 다음 주 75%에서 지난주 57%로 줄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반공 발언을 통해 들끓는 대중국 불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왔다. 북한을 두려워하는 건 이제 중국을 경계한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풀이했다.
"윤석열 극렬 지지자들, 하나의 컬트"
한국 내 분열 조장하는 윤석열 비판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최근 서울의 한 주말 집회에서 상당수의 윤 지지자가 그동안 2020년 미국 대선의 부정선거를 주장했던 도널드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을 모방해 들었던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 손팻말을 "CCP OUT"(중국 공산당 아웃) 손팻말로 바꿨다.
BBC는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 센터의 작년 조사를 인용해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보다 중국에 더 부정적 견해를 지닌 나라는 한국과 헝가리뿐이라는 점을 소개한 뒤 중국을 '위협'으로 보는 한국 젊은 층의 혐중 정서의 성격을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는 "(중국에 대한) 젊은이들의 두려움은 공산주의와 관계가 없다"며 "최근까지 한국인은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느꼈지만, 베이징이 더 강해지고 더 적극적이 되면서 중국을 위협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이 그렇게 하기 시작한 이후로"라고 말했다.
윤석열 극렬 지지자들에 대해 이상신 연구위원은 "빠르게 성장하는 하나의 컬트(광신 집단)"이고 그동안 윤석열의 행동은 "매우 분열을 조장한다"고 말한 뒤 "이는 앞으로 한국 사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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