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비핵화 원칙, 높아진 북·미 직접대화 전망
미국의 북핵 용인론-핵군축론은 진실호도한 과장
다시 등장한 보수진영 예비후보의 자체 핵무장론
자체 핵무장론,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인 대중선동
미국 내에서 한반도(북한) 비핵화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1월 14일에 열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른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20일 취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불렀다. 그뿐만이 아니다. 21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참석한 트럼프 2기의 첫 쿼드(QUAD) 외교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단골 메뉴였던 ‘북한 비핵화’ 표현이 빠졌다.
이와 같이 비핵화 원칙이 흔들리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공식 인정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에서는 보수진영의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들이 미국의 핵정책에 불신을 표명하며 자체 핵무장을 들고나왔다. 그러자 28일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최초로 정상급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이끌어 냈다”며 “집권 1기 때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대선 쟁점 떠오를 '자체 핵무장론'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김정은에게 다시 연락을 취할 것”이라며 북·미 정상외교의 재개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북·미 정상회담 경험자인 알렉스 웡, 북한 특임대사에 MAGA 충성파인 전 주독대사 그레넬을 임명했다. 또한 국무부 동아태국 부차관보에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실에서 근무했던 케빈 김, 국방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에 존 노 등 한국계 인사를 배치했다.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임명된 조셉 윤 주한 미 대리대사도 한반도 라인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벌써부터 북한에 추파를 던지고 있어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올 3월 무렵에는 북·미 물밑 접촉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북한 핵문제의 처리 방향이 세계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이 받아들여져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 보수진영에서는 지금까지 계엄 지지, 탄핵 반대의 명분으로 내걸었던 부정선거론을 내던지고 자체 핵무장론으로 이슈를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금년 봄 조기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벌써부터 자체 핵무장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월 22일 “남은 건 남북 핵균형정책을 현실화시켜 북핵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길밖에 없다”고 말한 데 이어, 24일 오세훈 서울시장도 미국이 한국을 배제하고 북한과 독자협상에 나설 우려가 있다며 “핵잠재력을 보유하는 것과 함께 자체 핵무장을 테이블 위에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진영 대선 예비후보들이 자체 핵무장을 꺼내는 이유는 국내 여론 때문이다. 통일연구원의 핵보유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핵무장 찬성 여론은 2016년 5월 북한의 제7차 당대회 이후 줄곧 60%대를 기록하다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 속에서 60.3%(2019.4)로 떨어졌지만, 대통령선거 국면에 들어와 71.3%(2021.10)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유승민 두 후보가 핵무장을 주장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통일연구원의 2024년 4월 조사에서는 국민의 66.0%가 핵무장을 찬성했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당시 미 국무부 군비통제 부차관보 알렉산드라 벨은 “한국의 핵무장 66% 지지는 조작된 여론”이라며 ‘질문을 바꾸면 답변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일연구원의 2023년 조사에서 자체 핵무장으로 경제 제재, 동맹 파기, 안보비용 심화 등 부작용을 포함해서 질문하자 찬성 의견이 60.2%에서 36~37%로 떨어졌다. 다만, 주한미군과 핵무장을 택일하라는 질문에는 2023년 49.5% vs. 33.8%였으나, 2024년 44.6% vs. 40.1%로 핵무장 여론이 앞섰다.
부풀려진 미국의 북핵 용인론, 핵군축론
자체 핵무장론의 근거가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지구 내 원자로 및 재처리 시설의 동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폐기만 추진하고 기존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북·미 핵군축을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지난 13일 국정원도 “(미국이) 단기간 내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작은 규모의 협상, ‘스몰 딜’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백악관 NSC 대변인이 이미 밝혔듯이,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할 가능성은 없다. 2018년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①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②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③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④전쟁희생자 유골 송환에 합의했다. 따라서 새로운 북·미 대화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목표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언급한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는 용어는 NTP가 공인하는 핵무기국가(nuclear weapon State)와는 다르다. nuclear power는 현실적으로 핵무기 능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를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2008년 11월에도 미 합동군사령부(USJFC)가 북한을 ‘nuclear power’로 표기했다가 논란이 되자, 곧바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엔 전혀 변화가 없다”고 해명해 수습한 적이 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력한 방식은 ‘스몰 딜’이라기보다 ‘단계적 동시행동적 비핵화 합의’이다. 즉, 완전한 비핵화의 목표를 견지하면서 동시행동 원칙에 따른 단계적인 합의-이행 방식이 될 것이다. 이는 큰 틀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뒤 동결 합의와 이행, 그리고 불능화 합의와 이행, 마지막으로 핵시설·핵무기 해체의 합의와 이행 등을 통한 단계적 비핵화와 같은 프로세스다.
이러한 비핵화 프로세스는 일각에서 말하는 북·미 핵군축도 아니다. 핵군축이 개념적으로 성립하려면 북한의 핵무기 감축에 상응해서 미국의 핵무기도 감축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능력(경성안보)을 포기하는 대신에 미국이 국교정상화나 평화협정과 같은 연성안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껏해야 ‘비대칭 핵군비통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자체 핵무장론을 보는 세 가지 시선
국내 보수진영의 일부 세력은 여전히 미국의 접근방식을 북핵 용인과 핵군축 협상이라며 이를 빌미로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단계적, 군비통제적’ 접근방식이 일정 기간이나마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내건다. 이들은 북한이 동의하지 않은 유엔안보리 결의를 한 글자도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북한과 합의한 「제네바 기본합의」 「9.19공동성명」 「북·미 정상공동성명」 등의 ‘한반도 비핵화’를 일방적으로 ‘북한 비핵화’로 바꾸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그렇다면 보수진영 일각에서 주장하는 자체 핵무장이 우리 안보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앞서 통일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우리 국민의 2/3 정도가 자체 핵보유를 찬성한다. 하지만 핵보유는 국제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찬성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체 핵무장을 바라보는 입장에는 윤리적 반대론, 현실적 불가능론, 심정적 개발론 등 세 가지가 있다.
윤리적 반대론은 핵무기가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핵무기 없는 세계’ 필요성을 담은 「프라하선언」을 발표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민간단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유엔총회에서 ‘핵무기금지조약’을 채택하게 만든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처럼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노력은 전 세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일정한 핵무기 감축의 성과도 거뒀지만, 아직은 정책적으로 현실성이 없다.
현실적 불가능론은 자체 핵무장이든 전술핵 재배치든 나토식 핵공유든 가능하다면 그 자체를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여러 제약 때문에 현실적으로 자체 핵무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아래에서는 자체 핵무장을 할 경우 한국이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를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량국가로 낙인찍혀 국가위상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심정적 개발론은 ‘서울을 위해 워싱턴이 핵위협을 감수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핵에는 핵’으로 대응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고 있다. 자체 핵무장 추진론에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핵잠재력을 키우자는 잠재력강화론, 미국의 전술핵무기 배치나 이를 토대로 나토식 핵공유를 주장하는 미국선처론, 그리고 당장 NPT를 탈퇴해 핵개발에 착수하자는 조기추진론이 있다.
자체 핵무장론의 여러 유형 모두 비현실적
먼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재처리 권한의 확보로 핵잠재력을 키우는 방안이 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우리가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1974년에 체결된 이 협정은 2015년에 개정됐기 때문에 재개정하기 위해서는 2035년까지 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2015년 개정 당시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외교 노력을 다했으나 결국은 미국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고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와 우라늄 20% 농축의 허용을 받아내는 데 그쳤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서와 달리 한국의 재처리 권한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두 차례나 핵물질 추출을 시도한 전력이 있고 국민들의 핵무장 여론이 높으며 이 때문에 한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주요감시대상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에게 재처리 권한을 허용하게 되면 필시 자체 핵무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재처리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자체 핵무장 여론이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다음, 미국 전술핵무기의 재배치는 미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진 여부는 미 행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사용하면 될 것을 굳이 추가로 영토 밖에 배치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설사 미 행정부가 추진하더라도 한국이 수용해서는 안 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의 주요시설과 주한미군 기지를 겨냥해 핵미사일을 조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내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북한을 피하려다 중·러 핵미사일의 타깃이 되고 만다.
이어, 나토식 핵공유는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고 한국이 NPT에서 탈퇴해야 가능하다. 일부 NATO 회원국과 미국 사이의 ‘핵공유 협정’은 NPT가 체결되기 직전인 1966년에 체결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은 NPT가 발효된 뒤인 1975년 4월에 NPT에 가입했기 때문에 나토식 핵공유 협정을 체결하려면 먼저 NPT에서 탈퇴해야만 한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 주도의 NPT 체제를 뒤흔든 한국과 핵공유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끝으로, 한국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NPT에서 탈퇴한 뒤 자체 핵무장에 나서는 방식이다. 이 경우 주한미군의 철수와 미국의 확장억제 철회를 각오한 채 자체 핵무장으로 자주국방을 실현해야 한다. 이 방식은 1970년대 미국이 주한미군 전면 철수를 단행하려 할 때 박정희 대통령이 시도했던 핵개발 구상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자주국방의 완전한 실현이라는 점에서 이상적인 목표이기는 하나, 무모하고 현실성이 전혀 없다.
자체 핵무장이 초래할 안보 위험의 역설
NPT를 탈퇴해 핵무기를 개발하게 되면 당장 유엔안보리에 회부되어 각종 제재를 받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100%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핵연료 MOX의 수입이 중단된다. 「에너지통계연보 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력생산에서 원자력의 비중은 석탄화력발전 39%에 이어 30%로 두 번째로 높다. 따라서 핵연료 공급의 차단만으로도 전력생산이 크게 줄 수밖에 없어 한국경제는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이 핵무장하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의 핵공격 목표가 된다는 점이다. 미국이 괌에 배치한 전략자산을 상시배치에서 수시배치로 전환한 이유가 중국이 괌 킬러라고 부르는 동풍-26미사일을 개발해 핵공격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도 한국 핵무장이 한미동맹을 훼손할 뿐 아니라 러시아·중국의 견제를 받아 오히려 한국안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보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핵무장이 안보에 독이 될 수 있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은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해도 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데프콘3가 발동되면 전시작전통제권이 주한미군사령관, 유엔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간다. 그렇게 되면 설사 한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핵무기를 갖고 있더라도 우리가 독자적으로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핵억제력이란 핵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주어 적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인데, 행사할 수 있는 권한도 없는 한국군의 핵무기는 대북 핵억제력이 될 수 없다.
그밖에 자체 핵무장으로 한국이 핵무기 사용 결정권을 갖게 되면서 남북한이 핵균형에 도달할 경우에 안정-불안정 패러독스(stability-instability paradox)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핵사용 결정권을 쥔 남북한 사이에 핵 전면전의 위험성은 낮아지는 반면, 재래식 분쟁의 가능성은 오히려 증대할 수 있다. 실제로 핵보유국인 소련과 중국 사이의 국경충돌,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국지전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빨라진 대선 일정, 자체 핵무장론 쟁점화에 대비해야
그렇다면 북핵 위협에 대한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은 무엇일까?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현실적인 방안은 미국의 확장억제력과 한국군의 3축체계를 결합해 대북 핵억제력을 구축한 뒤, 이를 토대로 북한과의 핵협상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북한이 아직은 저위력 핵무기(전술핵무기)를 보유한 수준이기 때문에 고위력 핵무기(전략핵무기) 보유로 나아가기 전에 단계적이고 동시행동적인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 및 북·미의 투 트랙 협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 주장과 우리의 리더십 공백 때문에 남북대화의 조기 재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과 미·러 대화 등으로 안전판이 확보되고 내부적으로 자력갱생 노선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북·미 대화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북한은 현재의 적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신정부는 빨라야 5월 중에 출범하고 몇 달이 지나야 대북정책 검토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는 통상적으로 정부 출범 뒤 6개월 정도 걸리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뒤늦게 출범하는 한국 신정부와 대북정책을 조율할 시간이 없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으로 볼 때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북·미 대화의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로서는 한국과 협의 없이 북·미 협상이 이뤄지는 ‘한국 패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한 우리의 선택지로는 첫째로 한·미 마찰을 각오하면서까지 북·미 직접대화의 저지에 외교력을 집중하는 방안이 있고, 둘째로 북·미 직접대화를 지지하되 한·미 사전협의를 제도화해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는 방안이 있다. 1990년대 초 북·미 고위급회담을 통한 ‘제네바 기본합의’ 채택 경험과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감안해 볼 때 후자가 바람직하다.
역대 최악인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고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대통령선거가 머지않아 실시될 것이다.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포퓰리즘적인 각종 선거쟁점들이 등장하게 될 텐데,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북·미 직접협상과 그에 따른 한국패싱 우려가 핵심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보수진영에서는 국민 다수의 찬성여론을 등에 업고 자체 핵무장론을 꺼내들어 선거쟁점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미국의 대선 경험을 바탕으로 쓴 『코끼리는 말하지 마: 진보와 보수, 문제는 프레임이다』라는 책은 다가오는 우리 대선에서 중요한 교훈을 준다. 보수진영에서 포퓰리즘에 바탕을 둔 자체 핵무장론을 담론 프레임으로 만들려고 할 때 이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만약 보수진영에서 끝까지 이 문제를 물고 넘어질 경우에는 어떻게든 대응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비해 일반 국민이 이에 휘둘리지 않도록 자체 핵무장론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차선책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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