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도발, 외환죄인가 침략범죄인가?
침략범죄 계획과 준비라도 처벌 가능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심리학자들이나 법률가들은 그의 모든 행동이 영구집권을 향한다고 진단해왔다. 공화국을 해체하고 제왕의 질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전복과 파괴가 필요하였다는 것이다. 윤석열이 벌인 반역을 처벌할 근거조항을 두고 법률가들 사이에서 견해차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윤석열의 반역이 내란죄와 군형법상 반란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을 찾기 어렵지만 외환유치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외환(外患)은 외국과의 군사적 적대행위의 발생이나 그 지속 또는 국가의 대외적 안전의 침해나 파괴를 의미한다. 그러나 외환의 죄가 단순히 외국과의 교전 상태를 초래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외환유치죄(형법 제92조)는 ‘외국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대하여 전단(戰端-전쟁의 단서)을 열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하는 행위를 벌하기 때문이다. 외환유치죄와 관련해서 실제 적용사건도, 교과서적인 설명사례도 없어 답답함을 느낀다.
최근 1년 새 윤석열의 행동 중 외환죄와 관련해서 세 가지 맥락을 짚어볼 수 있겠다. 첫째로, 무인기를 보내서 평양 상공에서 삐라를 수만 장 뿌려서 북한을 자극하고 이와 같은 도발에 북한이 반격을 가하면 원점타격으로 전면적 군사행동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둘째로, 계엄 과정에서 비밀요원을 북한군으로 위장하여 눈엣가시 같은 인물들을 수거하여 살해하고 이를 북한의 공격으로 덮어씌워 대규모 군사적 타격을 가한다는 계획이다. 셋째로, 제1차 계엄이 실패하더라도 제2차, 제3차 계엄으로 위장공작원으로써 사드 기지, 청주공항, 대구공항을 파괴하고 이를 북한이나 중국 특수부대의 소행으로 돌리고 이 땅에서 국제적인 전쟁을 발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첫 번째 행위는 이미 진실이라고 보이며, 두 번째와 세 번째 행위는 더 수사를 해야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역사에서 날조와 조작으로 시작된 전쟁과 그로 인한 망국의 사례는 헤아릴 수 없다. 과거에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시대에 제국들은 약소국을 도발하여 약소국이 미약한 자위권을 발동하면 이를 트집잡아 해당국가를 정복하였다. 히틀러는 국회의사당 방화사건을 조작하여 이를 빌미로 비상조치법(수권법)을 통과시킨 후 독일과 세계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지난 1964년 미국은 베트남전에 개입할 목적에서 있지도 않은 북베트남 해군과 미해군의 교전을 날조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미의회는 미대통령에 자유롭게 전쟁을 수행하라는 ‘통킹만 결의’를 통과시켰다. 그 전쟁은 미국에게 쓰라린 패배로 끝났다.
윤석열의 외환유도행위 또는 외환빙자 침략전쟁 기획은 한국 형사법의 체계에서 어떻게 규율되어야 하는가?
형법을 들여다보기 전에 먼저 우리 헌법을 살펴보자. 헌법 전문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 나아가 헌법은 6.25전쟁의 트라우마 때문에 평화적 통일(헌법 제4조), 침략적 전쟁의 부인(제5조), 평화적 통일에 대한 대통령의 의무(제66조 제3항), 평화통일에 대한 대통령의 선서(제69조) 등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규정을 두고 있다. 1945년 이후 국제질서도 세계대전의 트라우마 때문에 침략전쟁을 금지하였으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평화주의에 동참해왔다.
다시 외환의 죄로 돌아가보자. 한국 형법 제92조(외환유치)는 ‘외국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대하여 전단을 열거나 ‘외국인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대하여 항적한 자를 처벌하고, 제93조(여적)는 ‘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를 처벌한다. 그런데 윤석열의 행위는 외국과의 ‘통모’나 적과의 ‘합세’가 아니라 기만과 위장술에 의한 행위이기 때문에 제92조나 제93조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다수의 형법학자들은 외환유치죄를 포기하고 대신 일반이적죄(제99조)의 적용을 탐색한다. 그러나 윤석열의 행위가 일반이적죄의 기본행위로서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다.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겠다. 우선 음험한 침략전쟁을 획책하는 자에게 일반이적죄라는 보충적인 범죄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사태에 맞지 않다. 일반이적죄의 법정형이 낮다는 점도 이러한 사정을 설명해준다. 다음으로 침략전쟁이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주는 행위인지 여부는 전쟁의 상황과 전쟁의 결과를 통해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처럼 보인다. 더구나 침략전쟁이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침해한다는 시각은 평화주의적 관점에서 가능한 해석이다. 만일 팽창주의적 혹은 현실주의적 시각에서는 반대의 결론도 가능하다. 따라서 일반이적죄뿐만 아니라 외환유치죄는 침략범죄를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전쟁에서 반국익적 행동을 처벌하기 위한 범죄목록에 가깝다. 전쟁사유에 관한 법(jus ad bellum)과 전쟁중의 법(jus in bello)의 구별에 유의한다면 윤석열의 계획은 jus ad bellum에 대한 위반으로서 침략범죄에 해당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형법전상 <외환의 죄(형법 제92조—제104조)>에서는 이러한 침략범죄를 처벌할 마땅한 규정이 없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헌법의 평화주의 취지와 형법전상 <외환의 죄> 사이에 조화가 달성되지 못한 셈이다. 1945년 이후 국제평화질서를 나름대로 수용하려고 한 독일법제는 이런 맥락에서 참고할 만하다. 독일 형법은 내란죄 조항에 앞서 <평화에 반한 죄>라는 장에서 침략전쟁의 예비죄(제80조) 및 선동죄(제80조의1)를 처벌한다. 형법 자체가 국제주의적 시각에서 편집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독일은 2002년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1998)>의 취지를 수용하여 국제형법전(Völkerstrafgesetzbuch)을 제정하였고, 이 법에 침략범죄가 명시되었다(제13조).
우리나라도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가입하였고, 서울대학교 송상현 교수가 국제형사재판소 초대 재판소장을 역임할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2007년 로마규정의 국내적 이행법률인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제정하였다. 침략전쟁 또는 침략범죄는 뉘른베르크재판소와 도쿄재판소에서 처벌되었고, 구유고전범재판소 등에서 처벌되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국제인도법의 발전을 일단락지으며 침략범죄, 제노사이드, 전쟁범죄, 인도에 반하는 범죄를 관할 범죄로 규정하였다. 이미 많은 재판이 이루어졌다. 로마규정이 채택될 당시에는 침략범죄에 대한 규정을 유보했다가 2010년 세밀하게 조문화하였다. 그 조문은 과거 유엔총회의 결의와 국제관습법의 내용을 반영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이행법률은 독일과 달리 침략범죄를 빼놓았기 때문에 한국의 이행법률에서 윤석열의 침략범죄 예비음모를 처벌할 조항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로마규정의 당사국으로서 침략범죄를 처벌할 의무가 국제법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한국의 형사법정이 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제8조의1)을 근거로 윤석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정도에 이르면, 윤석열이 실제로 북한에 침략하거나 중국에 폭격을 가한 것도 아닌데 계획과 준비가 침략범죄에 해당하는지 의문을 가질 사람도 있겠다. 내란죄에서 예비음모죄가 있듯이 침략범죄에서도 예비음모죄가 있다.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소 실치 헌장(1945)은 관할범죄로서 ‘평화에 반하는 범죄(침략범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침략전쟁 또는 국제조약, 협정, 보장을 위반하는 전쟁을 계획, 준비, 시작 또는 실행, 앞의 행위를 달성하기 위하여 공동계획이나 공모에 대한 참여”라고 한다.
로마규정은 2010년 6월 11일 새로이 추가된 제8조의1에서 침략범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규정상 침략 범죄는 국가의 정치적 또는 군사적 행동에 효과적으로 통제력을 행사하거나 지시할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성격, 심각성, 규모로 보아 유엔헌장의 명백한 위반을 구성하는 침략 행위의 계획, 준비, 개시, 실행을 의미한다(제1항). 더욱 상세한 침략범죄의 내용과 정의는 1974년 12월 14일 유엔총회 3314(XXIX) 결의를 참조하면 충분하다. 한 마디로 종합하자면, 국제사회는 침략범죄의 계획과 준비도 침략범죄로 처벌한다는 점, 조약당사국인 한국도 이 로마규정을 적용하여 윤석열과 그 일당들의 침략범죄자로 처벌해야 한다는 점이다. 윤석열은 내란과 반란의 수괴이고, 헌정질서파괴범죄자이고, 침략범죄의 기획 및 명령자로서 가히 제왕이다. 불법의 제왕.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