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으로 위장한 내란 사태 모든 뉴스 덮어
총선, 명태균 파문, 의료대란도 별도 항목 제외
세밑 막판 무안공항 참사까지…국민 불안 가중
시민언론 민들레는 올해 10대 뉴스 선정에 예년에 없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터진 비상계엄 내란 사태가 모든 뉴스와 이슈를 덮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달려온 한해를 정리할 필요는 있겠기에 분야별로 10개 주제를 골랐습니다. 통상적이라면 당연히 별도로 선정됐을 '4·10 총선 야당 192석 압승' '명태균 게이트' '의료 대란' 등 굵직굵직한 소식들을 관련 기사 안에 녹여 전할 수 밖에 없었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 비상계엄 쿠데타와 끝나지 않은 내란 사태
12.3 비상계엄 친위쿠데타가 발생한 지도 한 달이 다 돼가지만 내란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괴인 윤석열은 긴급체포되기는커녕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와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도 콧방귀를 뀌며 여전히 한남동 관저에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또한 동조 세력인 한덕수 총리와 국민의힘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물론 헌법재판관 임명까지 필사적으로 거부하며 윤석열의 부활을 집요하게 획책해 왔다.
이미 명태균 게이트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등 온갖 국정농단 행태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벼랑 끝에 몰렸던 윤건희 정권은 계엄 카드까지 실패하자 이제 헌법재판소에서의 뒤집기를 노리며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대다수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과 야권 연대가 치밀한 전략·전술로 내란 연장전을 하루속히 종식시키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 시민사회의 놀라운 저력과 투쟁의 새 바람
국가 폭력의 전권을 이미 손아귀에 쥐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실패한 사례가 드물다는 친위쿠데타가 이번에 한국에서는 수포로 돌아갔다. 심야임에도 다급하게 국회로 달려와 계엄군의 총부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온몸으로 저항한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윤석열과 군부의 음모를 감지하고 경고음을 발신했으며, 기민한 대응으로 비상계엄을 무력화한 유능한 야당들을 만든 것 또한 지난 4월 총선에서 표를 몰아준 깨어 있는 시민 자신이었다.
특히 검찰독재정권 출범 초부터 매주 열린 촛불행동 집회에 꾸준히 참여해온 시민들은 선견지명으로 "윤석열 탄핵"을 목놓아 외쳤다. 그들이 다져놓은 투쟁의 마당에 결국 2030 여성들을 비롯한 '응원봉 세대'가 대거 합류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경찰의 폭력 진압에 맞서 외롭게 싸우던 농민들에게 승전보를 안겨줬던 '남태령 대첩'으로 또 한 번 시위 문화의 신기원을 이뤄낸 시민들은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파면"을 선언하는 날까지 내란 세력을 상대로 임전무퇴의 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 극에 달한 정치검찰의 폭주와 눈감은 보수 사법부
올해도 법비(法匪)의 만행이 극에 달했다. '연어 술파티' '진술 세미나' '공문서 짜깁기' 등 증거 조작·왜곡 정황이 만천하에 차고넘치게 드러났지만, 검찰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작은 없다던 검찰은 대놓고 벌어진 범죄엔 눈감았다. 김건희 씨가 명품백 받는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됐지만, 눈먼 검사들은 불기소 처분했다.
눈이 먼 것은 검찰뿐이 아니다. 법원은 청와대·총리실·국토부가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관련 100차례 이상 압박한 증거가 있음에도 모두 무시하고 이재명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징역형을 선고했다. 조국 전 대표의 재판 역시 동양대 PC 등 증거능력 문제가 있었지만, 유죄 예단을 한 재판부는 눈감았다. 보수 법원은 1심에서 사실상 무죄를 선고받은 윤미향 전 의원에게도 기어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해 후퇴한 결론을 내렸다. 정치검찰, 사법부와 결탁한 족벌언론은 '친윤무죄 반윤유죄'를 중립인 양 보도하며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
◇ 내란의 또 하나의 공범, 언론
대통령 윤석열에 의한 12.3 내란 사태 발발의 또 하나의 공범, 최소한 방조범은 언론이었다. 대다수 언론은 윤석열의 폭주와 파행을 견제하고 비판하지 않았다. 이같은 언론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은 기자회견 하는 윤석열 앞에서 공손한 자세로 받아적을 뿐 물어야 할 질문을 던지지 않는 기자들의 모습이었다.
한편으로는 일부 비판 언론과 기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고소고발이 이어졌지만, 주류 언론들의 감싸기와 비호 속에 윤석열 정권은 독선과 망상을 키웠다. 결국 언론이 계엄발동의 연료가 된 셈이다. 내란 사태는 언론의 지난 2년 반의 과오와 무책임을 청산할 기회를 역설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중립이 있을 수 없는 민주주의 파괴와 헌법 유린 사태 앞에서 언론은 다시 여야 갈등과 '극한대립의 정쟁' 프레임으로 돌아가고 있다. 언론의 내란 방조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로 치솟은 환율
올해 한국 경제를 강타한 악재가 많았다. 극심한 내수 부진과 수출 회복 둔화 등으로 성장률 전망치는 새로 나올 때마다 하향 조정됐다. 금융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상승하던 환율은 12.3 내란 사태 이후 더욱 가파르게 올라 달러당 1500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환율이 급등한 탓에 수입 물가가 오르고 기업들도 예상하지 못한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갑자기 급등한 환율을 방어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들은 수익성이 떨어지고 가계는 고물가로 고통을 받는다. 수입 물가는 몇 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세수 감소로 국가 재정도 적자가 쌓인다.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개념이 없는 윤석열 정부와 대외 악재가 겹치며 올해 한국 경제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문제는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3고가 여전히 유령처럼 어슬렁거리고 있는 점이다. 내년에도 한국 경제는 큰 시련과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 5.18광주, 제주4.3 작품화한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귀를 의심했던 또 하나의 소식.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이어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지만 문학상으론 첫 경사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은 육체와 영혼,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한강의 작품 가운데 <채식주의자 The Vegitarian>(2007), <희랍어 시간 Greek Lessons>(2011), <소년이 온다 Human Acts>(2014), <흰 The White Book>(2016), <작별하지 않는다 We Do Not Part>(2012)가 영어로 번역됐다.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작별하지 않는다>가 제주4.3을 다룬 점에서 각별하다. 그의 수상과 함께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세계문학사에 편입된 것은 아이러니다. 경사에 즈음해 구시대적 쿠데타가 일어나 세계적 이목이 더 쏠렸다.
◇ 돌아온 트럼프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에 패했던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를 물리치고 권좌에 극적으로 복귀했다.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과 함께 시작될 '트럼프 2.0' 체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트럼피즘' 구호가 상징하듯,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농후한 미국 제일주의 정책이 한층 더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과의 패권경쟁을 격화하면서 탈중심 다극주의 국제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더 높아질 관세장벽,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대한 국방비 대폭 증액 요구 등으로 신냉전적 글로벌 분단구조가 심화되고, 체제(시스템)보다 승부사 기질의 트럼프 개인적 성향이 도드라지면서 동맹관계에서도 갈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 중동 전역을 피로 물들인 이스라엘의 살육 작전
10월 1일 이스라엘군은 18년 만에 레바논을 지상 침공했다.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를 암살하고 나흘 지나서다. 11월 27일 헤즈볼라와 60일간의 휴전에 합의할 때까지 3700명이 사망했다. 차제에 이란을 누르고 중동 패권을 장악하고자 레드라인을 넘어 확전을 감행한 것이다.
가자 지구는 훨씬 더 참혹하다. 작년 10·7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15개월째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사망자 수는 4만 5000명을 넘었다. 주민 90%가 난민이 됐고, 가자 전역은 초토화됐다. 물과 전기, 통신, 의료 지원, 언론 취재를 차단하고 조직적 학살을 진행 중이다. 연일 수십 명의 주검이 쌓이고 얼어 죽는 아이마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휴전 협상 도중, 대표인 이스마일 하니예와 야히야 신와르를 암살했고, 현재 하마스와 인질과 수감자 석방을 맞바꾸는 휴전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타결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달 국제형사재판소가 '전범'으로 국제 수배를 내렸지만, 미국의 뒷배를 믿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광기를 멈추지 못했다. 네타냐후는 바샤르 아사드 정권 붕괴를 틈타 시리아에 진출했고, 친이란 반군 후티를 제거한다면서 예멘 폭격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랍권 등의 반발로 국제사회에서 네타냐후의 고립은 심화하고 있다.
◇ 윤석열 정부 '대북도발'…북풍은 없었다
남북이 서해 포사격으로 연 한해였다. 북이 1월 5일 200여 발의 포를 발사하자 남은 400발 발사로 대응했다. 합참은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육해공 적대행위 금지구역의 전면파기를 선언했다. 이후 남의 '대북 도발'이 계속됐다. 5월 탈북자단체의 삐라 풍선과 북의 '오물 풍선'이 수십 차례 오갔다. 10월 평양 상공에 뜬 무인기가 북한을 자극하는 삐라를 뿌렸다.
'양치기 소년'은 윤석열 정부였다. 4.13 총선 전 북의 대남 도발과 테러가 우려된다고 강조하더니, 11월 5일 미 대선 전에는 북의 7차 핵실험을 경고했다. 그러나 안보 위협의 '진앙'은 용산이었다. 12.3 내란 와중에 오물풍선의 원점타격과 서해 도발 계획이 공개됐다. 밖으로는 우크라이나를 공개 지지했고, 이는 6월 북러 포괄적 전략동반자조약 체결로 귀결됐다.
◇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도 갈 길 먼 진상 규명…무안공항 참사까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마침내 지난 5월 2일 통과됐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단지 길을 걷다 목숨을 잃은 159명을 비롯해 무려 47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초유의 대참사가 발생한 지 1년 6개월 만이었다. 단식 농성과 오체투지, 삭발, 혈서 쓰기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투쟁을 거의 다 시도했던 유가족들은 천신만고 끝에 특별법이 통과되자 크게 기뻐했으나 그 뒤로도 진상 규명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절감해야 했다. 정부‧여당의 방해로 특별법에서 '직권조사 권한'과 '영장 청구 의뢰권'이 삭제됐고, 특별조사위원회는 여태 예산을 편성받지 못해 본격적인 활동은 시작도 못했으며, 참사 책임자 중 그나마 기소됐던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1심 재판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렇게 이태원 참사의 충격과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무안국제공항에서 29일 오전 승객과 승무원 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해 179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또 다시 발생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가운데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것이다. 사고 원인은 일단 '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기체 고장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조류 충돌만으로 랜딩기어 3개가 전부 작동하지 않아 이 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많아 정확한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과 잔당 세력의 내란 사태가 해소되지 않았고, 정보사령부 소속 HID 블랙요원들이 청주공항과 대구공항 등지에서 테러를 일으키려 했다는 구체적 의혹도 제기된 바 있어 시민들이 불안감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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