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No", 펜타곤 침묵…우리 국방부만 "협의중"

합의 안된 말로 국민 안보불안 진정? 동맹에도 혼선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기획-공동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정보 공유와 계획, 훈련을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1.2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1.2 연합뉴스 

신년벽두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이 혼선을 주고 있다. 지난 2일자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내놓은 미국 핵무기를 동원한 '한·미 양국 간 공동 기획(Joint Planning)' 및 '연습(Joint Exercise)'에 관한 말이다. 대통령은 이어 "과거의 핵우산이나 확장억제 개념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전, 소련·중국에 대비하는 개념"이라면서 "미국이 알아서 다 해줄테니 한국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정도로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민은 물론, 미국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다름아닌 대통령의 발언이다. 

무엇보다 설령 실무진 사이에 논의 중이라고 할지라도 아직 어떠한 합의도 없는 상태다. 한·미 간 고위급 방위 협의창구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연례안보협의회(SCM)의 두 개다. 지난해 9월 북한이 핵무력 법령을 채택한 뒤 워싱턴에서 열렸던 제3차 EDSCG와 11월  제54차 SCM 공동성명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았다. 제임스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SCM성명에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미국은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철통 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양국 차관급이 참가하는 EDSCG 성명도 같은 내용을 확인하면서 "양자 연습 및 훈련, 역내 파트너들과의 3자·다자 협력 등 한·미 각국의 전략과 태세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토록 계속 공조하기로 약속했다"고 적었다.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신년 휴가를 마치고 2일 메릴랜드주 앤드류 공군기지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2  로이터연합뉴스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신년 휴가를 마치고 2일 메릴랜드주 앤드류 공군기지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2  로이터연합뉴스 

혼선이 이어지자 김은혜 홍보수석은 3일 서면 브리핑을 내놓았지만 역시 정확하지 않았다. 브리핑은 "한·미가 미국 보유 핵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 공유, 공동 기획,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핵자산과 전략자산은 다르다. 미국은 합훈 때 핵무기를 투발할 수 있는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해왔다. 그런데 대통령은 분명 '미국 핵무기'라고 명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마린 원 헬기에서 내린 직후 "지금 남한 대통령과 핵전쟁연습(Joint nuclear excises)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로이터 통신 기자의 물음에 "아니다(No)"라고 짧게 답했다. 홍보수석 브리핑은 이와 관련 "핵전쟁연습은 핵보유국들 사이에 가능한 용어"라면서 "로이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이 같이 물었으니 당연히 노(No)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의 발언과 브리핑을 겹쳐 보면 두 가지 모순이 드러난다. 일단 정상 차원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또 '합동(joint)'라는 말은 육해공 합훈 때 쓰는 표현이다. 국가 간 합훈은 '연합(combined)'이라고 한다. 

"'핵우산'이나 '확장억제 개념'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전 소련·중국에 대비하는 개념"이라는 대통령의 말도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다. '확장억제'는 지금도 미국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동맹국의 공식용어를 철지난 개념이라고 폄하하고, 정상간에 논의한 적이 없는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국가 간 외교관례에 명백하게 어긋난다.

 

조선일보 1월 2일자 1면 머릿기사 
조선일보 1월 2일자 1면 머릿기사 

이 같은 내용을 대서특필했던 조선일보는 3일 익명의 정부소식통의 말을 인용, "미 측과 아직 협의 중인 사안"이라고 말해 협의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상간 논의 사실이 없거나, 실무 차원에서도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는 점을 실토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미국의 핵투발 전략폭격기 B-2, B-52의 작전을 우리 공군 전투기가 지원하는 스노캣(SNOWCAT)을 예를 들어 "핵과 관련한 실전용 스노캣 훈련이 진행될 수 있다"는 군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얼핏 고유명사로 착각하기 쉬운 '스노캣'은 '재래식 공군전술로 핵작전 지원(Support of Nuclear Opertions With Conventional Air Tactics)'이라는 말의 약자이다. 핵무기를 탑재한 미국 전략자산을 우리 전투기가 지원한다고 해도 "미국 핵무기를 한·미가 공동 기획·연습한다'는 대통령의 말과는 거리가 멀다. 또 모든 훈련은 당연히 실전용이다. 우리 국방부 관계자의 말과 달리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의 관련 질의에 대해 "미·한 동맹은 단단하다"면서도 핵자산의 공동 연습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준비 안된 '호언'은 자칫 '호환'을 부른다. 미합의 내용을 부정확한 용어로 밝힌다고 국민의 안보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는게 아니다. 착각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한·미의 핵무기 공동기획·연습'의 진위는 올 상반기 제4차 EDSCG와 하반기 제55차 SCM에서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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