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이 탄광의 물비상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 특별상
리영희재단은 28일 제12회 리영희상의 본상 수상자로 박정훈 해병대 대령을, 특별상 수상자로 일본의 시민운동 단체인 ‘조세이(長生)탄광의 물비상(水非常)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역사에 새기는 모임)을 선정, 발표했다.
박정훈 대령은 수해 현장에서 안전 조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수중 수색을 하다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하면서 정부 고위층의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수사 외압을 거부하고 법과 원칙, 양심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등 공직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또한 이 사건을 통해 위험한 수해 현장에 충분한 안전 조치를 강구하지 않은 채, 병사를 위험에 빠뜨리면서도 생색내기용 전시 효과에 집착하는 군 상층부의 폐습과 문제점이 드러났다. 현재 3년 징역형을 구형받은 피고인의 신분으로 군사재판을 받고 있는 박 대령의 소신있는 공직자로서의 처신이 폐쇄된 군 내부에서 발생한 수많은 인권 유린 및 군 사망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으며, 군의 정치적 중립화와 전문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하였다고 재단쪽은 밝혔다.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세이(長生)탄광의 물비상(水非常)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은 식민지 시대에 일본의 탄광에서 조선인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희생된 사건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유골 발굴에 노력하는 일본의 시민운동 단체다.
1991년에 발족한 ‘역사에 새기는 모임’은 장기간 은폐되어 있던 야마구치현 우베지역에서 발생한 해저탄광 수몰 사고의 진상 규명과 추모사업을 오랫동안 해왔다. 1942년 2월 3일에 발생한 조세이 탄광 사고로 조선인 136명, 일본인 47명 등 합계 183명이 수몰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으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사건 자체가 일본사회에서 잊혀져 갔다.
시민들로 구성된 ‘역사에 새기는 모임’은 1992년 한국의 유족을 찾아내는 등 진상규명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들의 노력으로 ‘조세이탄광 희생자 대한민국유족회’가 결성됐으며, ‘역사에 새기는 모임’은 1993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추모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이들은 또 2013년에는 조선인 희생자가 본명으로 기재된 추도비를 건립하였다. 정부가 시민과 유족의 유골 발굴 요구를 외면하자, ‘역사에 새기는 모임’은 독자적인 모금으로 현장 조사 비용을 조달하여 지난 9월 갱도 입구를 찾아낸 데 이어 10월부터는 잠수사를 동원해 수중 갱도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수중 조사 과정에서 유골을 발견하게 되면 지금까지 개입을 회피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이라는 시민과 유족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재단쪽은 ‘역사에 새기는 모임’의 이러한 활동은 역사적 진실의 규명과 과거사 청산에 기반을 둔 한일간의 진정한 화해와 우호 협력의 기반을 조성하는 사례라면서 "이같은 시민운동이 평화, 인권, 민주주의의 가치를 확산시켜 사회의 우경화와 보수화를 견제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본상 수상자인 박정훈 대령에게는 상패와 상금 1천만원, 특별상 수상자인 역사를 새기는 모임에는 상패와 상금 500만원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12월 2일 오후 4시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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