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병행 추진하면 시너지 혁신효과 낼 것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시민의회는 다른 말로 하면 입법배심제다. 인류는 민주주의가 채택되고 대의민주주의제로 역사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선거에 의한 대의제는 정치적 대립이나 당사자 이해관계사안에서는 결정력을 상실한다. 뿐만 아니라 긴호흡의 초당파적 사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즉 선거에 당선되는 능력자들의 이해관계에 더 충실할 뿐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국민들이 분투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아직도 헤매고 있는 이유다.

이런 근본적 결함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것이 바로 시민의회다. 지금 유럽과 북미에서는 국민적 상식이나 도덕적 판단에 토대를 두는 시민의회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의회의 구성은 두가지 그림이 나온다. 국가적 사안은 국회의원 정수와 비슷한 300인 이상으로 선출하고, 지역적 시민의회는 지방자치단체 의회 평균기준으로 50인 이상으로 설정한다.

시민의회 선출방식은 사법의 배심제 선출방식과 유사하다. 그러나 국민 대표성을 고려하여 학력 소득 직업 정치성향 분포율까지 전체국민과 동일하게 미니공중 그대로 실현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선출의회가 실패하는 예외적 사안을 단발적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는 사법 배심제의 선발방식이 그러하고 단발적 재판에만 적용하는 배심제와 개념이 유사하다.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민의회 국제심포지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 5.8 시민의회입법추진100인위원회 제공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민의회 국제심포지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 5.8 시민의회입법추진100인위원회 제공 

사법부에 배심제가 필요한 이유

배심제의 핵심 사상은 ‘민심은 천심’이라고 일컬어진다. 불특정 선발된 배심원의 12명의 합의 결정은 민심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안은 법관이 할 수 없는 만큼 중요한 것이 있는데, 이런 경우 민심의 공정한 판단에 맡긴다는 취지에서 배심제가 요구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이름으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배심제에 대한 인식은 너무나도 뒤쳐져 있고 대다수 국민들이 이에 대해서 무지하다. 진보적인 법률가도 마찬가지다. 그는 배심제의 평결에는 판결문이 없고 구조적으로 판결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판결이유에 익숙한 우리나라나 대륙법계 국가의 법감정상 배심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가령 현 조대희 대법원장조차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그는 ‘영미법 근간의 배심제는 무죄면 항소도 없고 판결도 안 쓴다’고 하면서, ‘우리는 법관이 기록을 직접 다 검토해 유무죄를 가리고 많게는 수천 쪽의 판결문도 쓴다’면서 ‘미국식으로 하는 건 국민을 속이고 엄청난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라면서 반대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홍규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배심에서 사실 오인에 의한 상소가 어렵다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즉 실제로는 공판기록과 증거기록이 작성되므로 상소는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법 현실을 보면 재판관의 판결 잘못이 시정되기도 어렵고, 잘못이 확인되어도 판사의 고의적인 잘못이 아니면 배상되기 어려운 판례가 있다. 이것도 바로잡아야 하지만 방치되어 있다. 게다가 1심과 2심의 판결문은 비공개로 처리되기 일쑤다. 이런 모든 것들은 배심제 강화만이 해결할 수 있는 현실인데 일반인들은 인식이 부족하고 법률가들은 폄하하여 하세월이 지나고 있다.

입법부에는 시민의회를

입법부는 어떤가? 대의민주제인 국회의 상황을 보면 1987년 헌법체제에서 출발한 비례성이 부족한 선거제도가 이제 겨우 보완되기 시작한 편이다. 하지만 적은 수의 비례의원을, 절반연동형비례제로 하고 있어서 비례대표 확장에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입법활동에 있어서도 가령 원자력폐기물 처리 입법도 난항중이고 정치적 대립 민생입법은 하염없이 방치되고 있다. 입법부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시스템이 부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이와 같은 사법부의 모순적 운영과, 입법부의 기능부전을 선진사법제도의 핵심인 배심제 도입과, 대의민주제의 대안인 시민의회의 두가지를 혁신적으로 도입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시민의회는 입법화 하더라도 헌법개정으로 결정력을 부여하지 않는 한 권고사항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지금의 국민참여제 배심제 처지와도 같다. 배심제도 내재적인 실정법 적용 거부권까지 가지려면 개헌해야 한다고 한다. 현실적인 추진과정을 볼 때 배심제 강화 운동을 하면서 시민의회의 강점을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두 가지가 병행되면서 추진하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법체제에서의 배심제의 필요성과 성공이, 입법부 운영에도 비전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승작용을 하는 것이다. 투 트랙 전략이다. 결국 배심제와 시민의회는 같이 추진해야 할 사안이고 그래야 성공한다고 본다.

아시아권에서 선진사법제도 완성에 성공한 나라가 아직 없다. 2000년 초 일본에서도 대법원장 출신이 배심제 도입을 주장하고 일본 시민사회와 변호사단체에서도 적극 지지했는데 참심제로 논의하다가 재판관의 권한이 더욱 반영된 재판원제로 결론이 나서 선진 사법제도 정착에 실패했다. 이는 일본 지성의 좌절이었고 기득권층의 공고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희망이 있다. 배심제의 핵심사상인 민심은 천심이다를 사법에 정착시키고, 그 흐름을 타고 대의제를 보완하는 시민의회를 정착시키면 정치선진화와 사법선진화를 이루는 나라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 확장은 입법에서는 시민의회로, 사법에서는 배심제로 바로잡으면 자연히 행정부분의 모순도 해결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대한민국 선진민주주의를 위해서 노력해야 할 핵심정책은 사법부에는 배심제를, 입법부에는 시민의회를 도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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