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1위였는데도 1차 경선에서 탈락 충격
검찰이 씌운 전무후무한 '사후매수죄' 질긴 굴레
진성준, 당 공식회의 통해 '곽노현 불가' 메시지
정당 개입 금지한 지방교육자치법 정면 위반 소지
추진위원 투표 방식도 불리…조직 표 동원에 달려
유력 후보 밀어내는 1인2표제 '역선택'이 치명타
곽 "결과 깨끗이 승복…교육 지키는 싸움은 계속"
"서울교육감 진보 진영의 승리 위해 혼신 다할 것"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나선 진보 성향 후보군 중 여론조사 1위를 달렸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경선 탈락은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곽 전 교육감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물론 그를 지지했던 진보 진영의 많은 인사와 시민들이 뜻밖의 결과에 충격과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곽 전 교육감은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4년 전 검찰이 씌웠던, 그 전에도 없었고 그 뒤로도 없었던 죄목인 '사후매수죄'의 굴레에도 불구하고 교육 혁신에 관한 탁월한 역량과 압도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곽노현 전 교육감이 진보 후보군 중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적어도 1차 경선은 무난히 통과하리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그래서 그의 탈락은 큰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자 출마 가능성을 내다보기도 했지만 곽 전 교육감은 이를 일축하고 진보 교육감 당선을 위해 힘을 합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곽 전 교육감은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며 "그러나 서울 교육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이어 "막가파식 윤석열 정권을 그대로 놔두고 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공정과 상식, 국정 근간을 무너뜨리며 무능, 무도, 무치의 극치를 보여준 윤석열 정권은 그 존재 자체로 가장 비교육적"이라면서 "독도 지우기와 뉴라이트 역사 왜곡에 이르러서는 말문이 막힌다. 이거야말로 의료대란보다 더 무서운 교육대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서 저의 선거운동은 접지만 제가 이번 선거의 본질로 규정한 윤석열 정권의 교육정책 탄핵, 정치검찰 탄핵, 몸통 그 자체 탄핵이라는 '3중 탄핵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며 "이번 서울교육감 보궐선거는 단순히 교육정책을 겨루는 선거로 그칠 수 없다. 천만 서울시민 여러분,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3중 탄핵 표심을 확실하게 표출해서 윤석열 탄핵의 결정적 국면을 만들어내고 탄핵 시계를 앞당기자. 그래야 우리 교육이 살고 우리 미래가 살 수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시는 정치권력이 의료대란을 비롯해 교육대란에 이르기까지 모든 망국적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저 나름으로 최선을 다해 진력하겠다"면서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 제 역할을 끝까지 하겠다. 법치 파괴와 역사 왜곡을 일삼는 윤석열 검찰정권과의 싸움을 끝까지 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아울러 "이들이 파탄 내려는 혁신미래교육을 구하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존엄한 존재로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고 어떤 처지에 있든 자기다움을 탁월하게 발현할 수 있는 진짜 교육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윤석열 정권이 더욱 활짝 열어젖히려는 특권으로 멍든 교육, 돈으로 피눈물 나게 하는 교육, 무한경쟁으로 죽음을 자초하는 교육, 반드시 종식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우리 모두의 승리를 이루는 일에 저의 혼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최종 경선에 나서게 되신 예비후보들에게 축하와 더불어 응원의 말씀을 드린다"며 "서울시민 여러분들께서 저에게 주신 지지와 사랑에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진보 후보 단일화 기구인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 추진위원회'(추진위)는 22일 추진위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홍제남 전 오류중학교 교장 등 3명이 1차 경선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곽 전 교육감과 안승문 전 서울시 교육위원은 탈락했다. 투표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1차 경선 방식은 추진위원, 즉 선거인단의 투표를 통해 이뤄졌다. 추진위는 만 14세 이상 서울시민들로 구성된 추진위원들의 모바일 및 현장 투표를 21일부터 이틀간 실시했다. 추진위원으로 총 9100여 명이 등록했으며, 서울 소재 직장인과 중복 참여를 제외한 서울시민 7437명 중 5311명이 투표해 최종 투표율은 71.4%였다.
그전에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8일~9일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 8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11일 발표한 결과(무선 ARS,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5%p)에 따르면 곽노현 전 교육감은 진보 성향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14.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어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12.2%,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8.4%, 김경범 서울대 교수 6.2%,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5.9%, 방현석 중앙대 교수 4.4%,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4.1%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렇게 여론조사상으로는 우세한 상황이었음에도 곽 전 교육감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당 공식회의를 통해 '곽노현 불가' 메시지를 대놓고 표명하면서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공개석상 발언은 '정당의 대표자나 간부, 유급 사무직원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 선거에 관여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46조 2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혐의가 짙지만 곽 전 교육감은 같은 혐의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고소한 반면 진성준 정책위의장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하면서도 그냥 넘어간 바 있다.
교육계에서는 추진위원 투표 방식도 곽 전 교육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진위 가입을 위해서는 여러 항목의 온라인 서류를 작성하고 참가비 1만 원도 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특정 후보 주변인들과 적극 지지층 위주로 구성될 수밖에 없어 조직 표 동원이 관건이었다. 하지만 곽 전 교육감은 높은 인지도와 진보 진영에서의 폭넓은 신망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조직 기반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매우 이례적인 방식인 추진위원들의 1인2표제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각 후보 진영의 추진위원들이 자기 후보에게 1표를 행사하고 나머지 1표는 그중 '만만한'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투표함으로써 가장 유력했던 곽 전 교육감이 '역선택'에 걸려 배제됐다는 것이다. 투표 방식 논의 과정에서 추진위원회 측이 처음부터 1인2표제를 제시하자 곽 전 교육감 측은 이에 반대하며 1인1표제로 선출할 것을 주장했으나 결국 다수 후보의 의견에 밀려 1인2표제를 받아들여야 했다. '모두의 견제 대상'이 배제 투표를 당하는 불합리한 구조에 곽 전 교육감 측은 고심이 깊었지만 단일화 틀을 깰 수는 없었다고 한다.
추진위는 1차 경선을 통과한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을 대상으로 24~25일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1차 경선 결과와 2차 여론조사 결과를 50대 50으로 반영해 25일 오후 8시 최종 단일화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추진위에 참여하지 않은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조기숙 전 이화여대 교수, 최보선 전 서울시 교육의원 등이 별도의 단일화 기구를 제안하거나 독자 출마를 불사하고 있어 진보 후보가 난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보들은 26∼27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완료해야 하므로 그전까지 단일화를 마쳐야 해 시일이 촉박하다.
관련기사
- '곽노현의 출마 자격'을 묻는 이들에게 먼저 필요한 것
- 곽노현의 역공…'교육감 선거 관여' 한동훈 고소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출마…"윤석열 교육정책 탄핵"
- 떠나는 조희연 "해직교사 채용 후회없어…사회정의 부합"
- 이재명 대표 구속 '절대 불가' 이유, 차고 넘친다
- 민주당,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을 해야 하나
- 대통령 국민소환제가 있다면? 탄핵사유는 이미 넘친다
- 체포동의안 찬성 의원들, '무기명 특권' 안에 숨지 말아야
-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교육정책이 나아갈 길
- 가을 탄핵 바람 부를까…'10·16 재보선' 후보 등록 시작
- 보수 후보만 불러 토론회 연 선관위-KBS의 '기만'
- 서울 교육감 선거 위기…반전의 기회는 남았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