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이용자들 "페북 게시 1분도 안돼 삭제당해"
민들레 기사, 체코 신문 '김건희 추문' 보도 소개
'규정 위반' 이유, 그러나 규정에 '없는' 삭제 조치
김건희 비판한 민들레 기사에 '검열' 들어간 듯
페북, 지난해엔 '홍범도' 관련 포스팅 무더기 삭제
국제인권단체 "페북 검열 실제 존재" 폭로하기도
미국 메타(Meta)가 운영하는 SNS 페이스북이 22일 체코 유력 매체의 김건희 씨 관련 보도를 인용해 쓴 <시민언론민들레> 기사 포스팅을 삭제해 비난을 사고 있다. 다수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시민언론민들레> 기사를 링크해 게시한 글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삭제되었다고 알려왔다.
페이스북에서 ‘삭제’된 게시물은 <시민언론민들레>가 21일 밤 11시35분 홈페이지에 보도한 “체코 유력지, 김건희 표절·주가조작 의혹 집중 조명” 기사를 링크해 올린 글이다. 이 기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국빈 방문 중인 체코 현지에서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타블로이드 신문 ‘블레스크(BLESK)’가 김건희 씨를 ‘사기꾼(podvodnik)’으로 표현하고 그의 세금체납, 표절, 학력위조, 주가조작 의혹을 상세히 보도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사는 또 ‘블레스크’가 김건희 씨 관련 첫 보도를 낸 뒤 제목과 본문 중에 ‘사기꾼’이란 표현을 포함해 김 씨의 학력위조, 사과와 내조 약속 발언, 윤 대통령의 제2부속실 폐지 약속 등 민감한 내용을 삭제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도 전했다.
이 기사 주소를 링크해 페이스북에 글을 포스팅한 다수의 이용자들은 “포스팅한 지 1분도 되지 않아 ‘삭제’ 통보를 받았다”며 삭제 통보 화면을 캡쳐해 SNS 단체대화방에 공유하거나 <시민언론민들레>에 알려왔다. 제보된 페이스북의 삭제 통보문에는 “원인: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방식으로 좋아요, 팔로우, 공유 또는 동영상 조회를 얻으려고 하신 것 같습니다”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링크되어있는 <시민언론민들레> 기사나 이용자의 게시 글이 어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방식’이어서 삭제 조치했는지는 전혀 나와 있지 않다.
페이스북은 또 이런 결정이 “기술 기반 판정 결과, 회원님의 콘텐츠가 커뮤니티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어 기술적 조치가 취해졌다”고 적었다.
페이스북은 ‘허용되지 않는 행위의 예시’로 △사람들에게 다른 사이트의 콘텐츠에 액세스하려면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러야 한다고 알림 △사람들이 쉽게 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웹사이트에 관련 없는 팝업 사용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Meta(메타) 플랫폼에 있는 설문이나 동영상 등으로 링크를 위장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가 ‘페이스북에서 허용되는 콘텐츠와 허용되지 않는 콘텐츠를 설명’하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을 보면 ‘허용되지 않는 콘텐츠’로 △폭력 및 범죄행위(범죄 조장이나 사기, 폭력 및 선동 등) △안전(성인·아동 대상 성적 학대 및 나체 이미지, 따돌림 및 괴롭힘, 인신착취, 자살, 자해) △불쾌한 콘텐츠(나체·성적 행위, 성매매 알선, 사생활 보호권 침해, 폭력·자극적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삭제 조치의 타깃이 된 <시민언론민들레>의 기사는 체코의 언론매체가 김건희 씨에 관한 의혹을 보도한 것을 인용한 것이며, 의혹은 모두 한국 내 일부 언론에서 이미 제기했거나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다. 또한 페이스북 규정이 제시한 ‘허용되지 않는 콘텐츠’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다. 게시물 삭제 조치를 당한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폭력이나 혐오, 차별, 성적 비하를 담고 있는 기사가 전혀 아닐 뿐 아니라 국내 언론에서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을 보도한 체코 언론을 인용한 기사를 게시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직접 쓴 글 중에 ‘김건희’나 ‘사기꾼’ 등이 포함되지 않아도 단순히 <시민언론민들레> 기사를 링크한 게시물에 대해 모두 삭제 조치했다. 또 게시물을 올린 뒤 단 1분도 경과하지 않아 삭제조치 한 것 등으로 미루어 <시민언론민들레> 기사 중 김건희 씨에 비판적인 특정 기사 노출을 막으려는 ‘기술적 장치(알고리즘)’가 시도된 것으로 추정된다.
페이스북이 한국 내 정치적 상황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 포스팅을 삭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엔 윤석열 정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 제거를 추진해 논란이 일자 이를 비판하는 글과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콘텐츠를 무더기로 삭제하거나 계정경고·차단 조치를 가해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당시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Mark_Zuckerberg #stop_censorship’(마크 주커버그, 검열을 중단하라)’이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항의성 글을 올리거나 공유하고 페이스북 사용 중단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관련기사 “페북, 이번엔 ‘홍범도 장군의 절규’ 시 게시물 차단”)
당시 페이스북 코리아 측은 정부 비판 콘텐츠를 검열·삭제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과 항의에 “특정 혐오 발언이 있으면 규정에 따라 차단되지만 정치적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아니며, 특정 용어 차단 알고리즘은 미국 본사에서 관리한다”며 삭제·차단 조치의 명확한 이유 설명과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메타가 운용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게시물과 사용자 계정이 메타 측에 의해 ‘검열(censorship)’ 당해 왔음이 국제인권단체에 의해 폭로된 바 있다. (관련기사 “페북·인스타 '콘텐츠 검열' 사실로…한국에선?”)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HRW)’가 지난해 12월 21일 발간한 ‘메타의 깨진 약속들-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팔레스타인 콘텐트의 체계적 검열(Meta’s Broken Promises – Systemic Censorship of Palestine Content on Instagram and Facebook)’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10월부터 11월까지 팔레스타인인과 지지자들이 게시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콘텐츠에 대한 검열-게시중단이 1050건 이상 신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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