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유튜브 방송인인 김어준을 안 부르는 현실

기성 언론이 권력 감시, 진실 보도, 약자 대변했다?

심각한 언론 불신이 유튜브 저널리즘 확대 낳아

족벌언론뿐 아니라 진보언론 기계적 중립도 실망

언론사의 독점 넘어서 시민들 스스로 뉴스 선택

윤석열 언론 장악 맞서 싸울 때 시민들 연대할 것

 

MBC 시사 토크쇼 '손석희의 질문들'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시사 토크쇼 '손석희의 질문들' 방송 화면 갈무리

최근 MBC는 손석희 전 앵커를 진행자로 해서 새로운 시사 토크쇼 <손석희의 질문들>을 시험 방송하고 있다. MBC 출신으로 JTBC 뉴스도 진행했던 손석희는 한국의 대표적인 언론인이면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국민적 신뢰를 받아 왔다. 그리고 <손석희의 질문들>은 얼마 전 ‘유튜브가 미디어 세계를 어떻게 바꿨는가’ 편을 방송했다. 이 방송을 흥미롭고 유익하게 보면서도 몇 가지 실망도 있었다.

먼저 실망한 것은 패널의 구성이었다. 유시민 작가도 지적했듯이 ‘유튜브 저널리즘을 주제로 다루는데 대표적 유튜브 방송인 김어준 씨를 패널로 부르지 않은 것’은 큰 아쉬움이었다. 김어준 공장장은 시민들이 꼽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2위’에 꾸준히 오르고 있고, 매일 무려 100~150만 명이 그가 진행하는 <뉴스공장> 방송을 보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유튜브 저널리즘에 대해서 가장 묻고 답할 게 가장 많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무한도전’을 논하는데 유재석 MC를 부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김어준 방송에 대한 호불호나 가치 판단을 떠나서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부를 수 없고, 한국의 언론 방송은 김어준을 부를 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인가? 특히 그나마 지금의 언론 방송 현실에 가장 저항하고 있는 MBC마저 그럴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검열 중에 가장 무서운 게 자기 검열’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것은 단순히 지금의 윤석열 정부와 기득권 세력이 김어준과 그가 진행하는 정부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방송들을 매우 적대하고 증오하다시피 하는 것만이 이유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덧붙여 매우 많은 기성 언론과 방송계의 엘리트들이 김어준으로 상징되는 유튜브 저널리즘에 불편함과 거부감을 느끼고 뭔가 인정하기 싫어하는 분위기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동접자 수 최상위를 차지하는 유튜브 저널리즘. 플레이보드 국내 라이브 방송 순위 갈무리
실시간 동접자 수 최상위를 차지하는 유튜브 저널리즘. 플레이보드 국내 라이브 방송 순위 갈무리

대신에 출연한 것은 유튜브 방송에 활발하게 출연해 온 유시민 작가와 기성 언론에서 일하는 한국일보 김희원 뉴스스탠다드 실장이었다. 오늘날 언론의 현실에 대한 김희원 실장의 인식이 두 번째로 실망을 느낀 부분이었다. 김희원 실장은 유튜브 저널리즘의 약점이나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 등에 대해서 몇 가지 필요하고 타당한 지적도 했지만, 대체로 공감하기 어려운 주장들을 했다.

“객관성을 갖고 독립성을 잃지 않는 저널리즘 규범을 가지고 권력 감시와 진실 보도를 하는 (기성 언론의) 역할은 변함이 없고 여전히 중요하고 유효하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것이 언론이다.” “정의는 겨우겨우 힘들게 이기는 것이고, 진실은 가까스로 밝혀진다. 그 노력을 기자들이 하고 있다.” “반면에 유튜브는 매우 정파적이고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언론이 자기 애완견 되라고 요구한다.”

이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레거시 미디어를 불신하고 뉴미디어인 유튜브로 몰려가는 한국의 수많은 독자와 시청자들은 큰 문제가 있다는 말이 된다. 정파성에 매몰돼 진실을 밝히고 정의가 이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대부분의 독자와 시청자들은 ‘레거시 미디어들이 객관성과 독립성을 걷어차고 저널리즘 규범도 무시하며 권력 감시와 진실 보도를 안 한다’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란말이를 받아먹고, 야당 대표를 수백 번 압수수색하며 정적 제거하려는 검찰의 애완견처럼 굴면서 부당한 탄압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레거시 미디어들의 행태를 지켜보는 게 지긋지긋하고, 믿음이 가지 않는다’라는 것이 많은 시민의 생각과 정서이다. “언론기관은 기득권 집단의 일부가 되어 있고 … 기성 언론이 한쪽으로 완전히 경도되었기 때문에 반작용으로 유튜브로 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유시민 작가)

이것이 현재 한국 언론 신뢰성 위기의 바탕에 있고 그래서 많은 사람은 더 이상 신문을 사보지 않고 뉴스도 잘 안 보고 유튜브로 달려간다. 한국일보 김희원 실장이 ‘아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등을 봐라. 정부를 비판하고 소수자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레거시 미디어를 상징하는 것은 그런 신문들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다.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만든 계란말이를 참석 기자들이 먹고 있는 장면. 대통령실 사진.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만든 계란말이를 참석 기자들이 먹고 있는 장면. 대통령실 사진.

극우적 족벌언론과 종편 방송들, ‘땡윤 방송’이 된 KBS, 민영방송인 SBS, 친재벌 반노동의 경제신문들, 기타 주류 언론들이다. 이들이 비정파적이다?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누구나 농담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이들의 기만적인 태도다. ‘오로지 팩트만을 중시하며 권력을 비판하며 약자를 대변해 왔다’라는 조선일보나 족벌언론들의 주장에 분노를 느끼지 않기는 어렵다.

더구나 요즘 많은 이들은 한겨레-경향 등도 충분히 공정하거나 정확하다고 보지 않고 있다. 예컨대 한겨레는 지난번 이재명 대표 암살 시도도, 이번 국민의힘 전당 대회 폭력 사태도 ‘강성 지지층과 팬덤 정치’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설과 칼럼을 계속 실었다. 이것은 ‘이재명과 개딸이 문제’라는 프레임이나 양비론으로 쉽게 연결된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오히려 보수우파 정치세력의 분열과 위기에서 분석을 시작하는 게 맞다.

또 최근 경향신문에는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의 존재감이 너무 없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그러나 1. 조국혁신당이 총선 이후 존재감이 약해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주류언론이 외면하기 때문이고 2. 의석과 지지율에서 비교가 안 되는 조국혁신당과 이준석 개혁신당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모순이고 3. 개혁신당과 같은 3석인 진보당은 이 기사에서 아예 삭제돼 있었다. 이게 공정하고 정확한 분석일까?

유시민 작가가 지적했듯이, 지금처럼 ‘누군가 반칙을 하는데 중간에서 중계방송’을 하면 “한 패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이재명 대표 검찰 수사에 대한 주류 언론과 특히 법조기자들의 보도 태도다. 그래서 그 피해자인 이재명 대표는 강하게 항변하며 억울함을 표현했지만, 김희원 실장은 거꾸로 이재명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같은 정치인이 부럽다’라고 했다.

하지만 오바마가 칭찬한 미국 주요 언론은 적어도 기만적이고 기계적인 ‘중립’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는 노골적으로 트럼프에 반대해 민주당과 바이든을 지지했다. 한국 언론처럼 '공정한 척'하면서 기득권 세력의 이해만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공정하다는 기만'을 사양하고 솔직하게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는 유튜브 방송들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관심과 선호에 따라서 유튜브 방송을 선택해 보게 된다. 

 

기성언론이 이렇게 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 불신이 존재한다. MBC 시사 토크쇼 '손석희의 질문들' 방송 화면 갈무리
기성언론이 이렇게 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 불신이 존재한다. MBC 시사 토크쇼 '손석희의 질문들' 방송 화면 갈무리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따라서 추천해주는 방송들이 이어지고, 각자의 관심과 선호에 따른 선택의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 따라서 김희원 실장이 지적한 ‘김어준 뉴스공장의 이용자 96.7%가 민주당 지지자이고 배승희 채널의 96.4%가 국민의힘 지지자’라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도 놀랄 것도 없는 일이다. 이것은 재즈 유튜브 방송 이용자의 대다수가 재즈를 좋아하고, 헤비메탈 유튜브 방송 이용자의 대다수가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이걸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첫째,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보다는 레거시 미디어가 “한정식처럼 차려주는” 것이 가장 공정하고 둘째,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지지하지 않는 독자들이 가장 ’객관적‘이며 셋째, 특정 유튜브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전부 그것에 세뇌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과연 그럴까? 유시민 작가가 지적한 “지난 100여 년 동안 신문사, 방송국 등이 독점”해 온 “뉴스를 결정하는 과정”을 시민들이 스스로 통제하면 안 되는 것일까?

물론, ‘최근에는 채해병 사건과 김건희 소환 조사 등에 대해 레거시 미디어들도 열심히 보도하고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유시민 작가는 이것을 “공정한 척”이라고 했지만,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더 많은 점을 봐야 한다. 이마저도 MBC와 한겨레와 경향 등이 앞장서고 있고, 무엇보다 언론 시장의 경쟁과 윤석열 정부의 레임덕이라는 요인을 봐야 한다. 언론 시장의 경쟁은 2005년에 족벌언론들도 ‘삼성 X파일’ 특종 보도에 나서도록 만들었고,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은 국정농단 관련 보도에 조선일보가 앞장서게 만들었다.  

 

최근 KBS는 방송 화면에서 세월호 리본을 지워버렸고 윤석열 정부는 MBC도 이렇게 만들려 한다. KBS 방송 화면 갈무리 
최근 KBS는 방송 화면에서 세월호 리본을 지워버렸고 윤석열 정부는 MBC도 이렇게 만들려 한다. KBS 방송 화면 갈무리 

김희원 실장이 지적했듯이 지금 윤석열 정부 아래서 언론과 방송에 대한 유례없는 검열과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김희원 실장은 이에 맞서 언론인들을 도와달라고 했지만, 유시민 작가는 ‘언론인들이 스스로 안 싸우는데 어떻게 돕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지금 적어도 MBC는 싸우고 있다. 요즘 MBC 저녁 뉴스 클로징은 윤석열 정부를 직격하는 멘트가 이어지고 있다. 손석희 전 앵커를 데려와 새 프로를 만든 것도 저항의 맥락으로 보인다.

이것은 손석희 앵커가 JTBC 뉴스에서 주옥같은 앵커 브리핑을 하던 박근혜 탄핵 촛불항쟁 시절의 기억을 일깨우는 측면이 있다. MBC 뉴스는 시청률과 신뢰도가 올라가고 있고, 얼마 전 MBC 지키기 문화제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응원하며 참가했다. 레거시 미디어의 언론인들이 권력과 자본의 통제에서 벗어나서 애완견 역할을 거부하고 기계적 중립도 벗어던지며 용기 있게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서려고 한다면, 시민들은 언제든지 함께 연대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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