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과의 동맹과 결속 다지는 듯한 조선의 보도
아직은 서로가 필요하다는 판단 작용한 듯
그러나 '새판' 짜기 전까지의 불안한 잠정적 연대
윤석열 대통령과 조선일보의 밀월관계는 이상 없는 것인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 맺어진 조선일보-윤석열 간의 오랜 동맹과 결속이 총선 전후로 흔들리는 듯했지만 둘 간에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는 다시 견고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윤석열 딜레마’에 빠져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듯도 했지만 윤 대통령의 임기가 채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지금의 윤석열과 윤석열 정권을 있게 한 조선일보는 윤석열과의 결속을 일단 다지는 양상이다.
23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이 회사 주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달려와 축사를 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이 행사에 윤 대통령은 4년째 매년 참가하는 ‘충성’을 보이고 있는데, 올해 축사에서는 “전통과 권위의 정론지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조선일보”라고 한층 추켜세웠다. 그는 이 행사에 대통령 취임 이후 3년째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검찰총장 시절이던 2021년까지 포함하면 4년 연속이다.
윤 대통령은 이 축사에서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해 ‘자유’와 ‘연대’라는 본질적 가치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에 대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짜뉴스와 딥페이크와 같은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유의 ‘자유’의 강조와 함께 이를 가짜뉴스 위험으로 연결지어 '최고의 언론'인 조선일보가 가짜뉴스를 몰아내는 데 앞장서 달라는 주문을 하는 듯하는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연대’ 요청에 화답하기라도 한 듯한 칼럼이 같은 날짜 지면에 실렸다. 양상훈 주필의 칼럼 <이러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나>는 해병대원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한 특검법 재의결을 앞두고 다른 신문에서 찾아보기 힘든 논조를 펴고 있다.
이 글은 사단장을 변호하는 듯하지만 결국엔 윤석열에 대한 엄호 성이다. 양 주필은 “해병대 사단장에게까지 과실치사 혐의를 물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는 법적 권한이 없는 참고용 조사였을 뿐”이라면서 “국방부나 대통령실의 사건 처리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장병 사망 사고 때 사단장이 지휘 책임이 아니라 과실치사의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썼다. 그는 ‘일부 관련자의 일방적 진술’을 근거로 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한다면서 군의 지휘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군에는 군단장, 군사령관, 합참의장도 있지만 실제 적과 마주한 채 나라를 지키는 지휘관은 사단장”이라면서 이렇듯 역할이 막중한 사단장이 대민 지원 중 병사가 사고로 숨졌다고 해서 순직한 병사에 대해 사단장이 지휘 책임을 질 수는 있지만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감옥에 보낸다는 군의 지휘 체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사도 하기 전에 감옥을 보내기로 결론이 내려진 듯 논리 비약을 하고 있다.
“근로자가 사망하면 사장, 회장을 감옥 보낸다는 중대재해법을 군에도 적용하자는 건가”라면서 중대재해법의 군대판인 듯, 중대재해법에 대한 이 신문의 왜곡까지 다시 동원해 사단장의 책임을 수사하는 것에 대해 “이런 군대는 이미 군대가 아닐 것이다”고까지 성토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주필은 “윤 대통령의 판단, 결정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그런데 항간의 얘기대로 윤 대통령이 ‘이러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화를 냈다면 여기엔 공감한다”고 편들고 있다.
양 주필은 "무엇보다 도를 넘는 처벌로 군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면서 “해병대를 사랑한 채 상병도 바라지 않는 일일 것”이라고 해 억울한 죽음을 항한 채 상병이 자신의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듯이 무리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에 앞서 22일자에서도 윤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다른 신문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보도를 보였다. 22일 주요 아침신문들이 모두 1면 상단에 대통령의 10번째 거부권 행사 소식을 전한 것과 달리 조선일보는 이를 1면 하단에 보도하는 데 그치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민심 거부’ ‘대통령을 위한 거부권’ 등으로 비판적인 제목을 단 것에 비해 조선일보는 <尹대통령, 해병대원 특검법에 거부권 행사>라는 중립적 제목을 썼다. 같은 ‘보수 언론’으로 분류되는 동아일보가 강한 어조로 거부권 행사를 비판한 것과도 비교된다. 동아일보는 <‘격노설’엔 입 꾹 다문 채 ‘특검 거부’ 이해 바랄 순 없다> 사설에서 “4·10총선 참패 이후 민심에 부응하는 국정 운영을 다짐한 윤 대통령 처지에서 채 상병 사건 처리에 의혹의 눈초리를 던지는 국민을 설득하거나 야당과의 타협점을 찾으려는 별다른 노력도 없이 여야 간 강경 대결을 초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민주당 특검안 법리 안 맞지만 국민이 의문 가진 것도 사실>이라는 사설을 내보내, 그 제목에서부터 특검법안이 부당하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법리상으로는 윤 대통령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며, 민주당의 정치공세를 비판하고 있다.
조선일보 역시 다른 보수 언론들처럼 총선을 전후로 해서 윤석열 정권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윤석열-조선일보 간의 동맹은 아직은 견고해 보인다. 윤석열의 위기는 곧 조선일보의 위기인 상황에서 아직 윤석열을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혹은 특별한 상황 변화, 그에 따른 다른 판단이 있기 전까지의 잠정적인 양상일 수도 있다.
조선일보의 복잡한 속내는 총선 참패 6일 뒤인 4월 16일자에 실린 김대중 칼럼 <윤 대통령을 다시 주목한다>에서 보인다.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앞으로 남은 3년이 지리멸렬할 것이며 생각만 해도 무섭고 지겨워 차라리 윤 정권이 여기서 물러나고 새판을 짜는 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윤석열 퇴진까지도 거론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다시 결론은 여전히 윤석열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내려진다. 그는 “주변에 설문 조사 하듯 물었더니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물러나는 것은 상책이 아니라는 의견이었다”면서 “윤 대통령이 대오각성해서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 그나마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며 윤 정권이 아무리 못해도 친북 좌파 세력의 준동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김대중 씨의 칼럼이 드러내는 조선일보의 사정은 윤석열과의 밀월이 아직은 필요하지만 그 밀월은 끈끈해 보여도 불안한 동맹이며, '새판'을 짤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급속히 무너질 수 있는 잠정적 연대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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