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보수 세력이 온존한 배경이 된 그 법

위기 때마다 색깔공격으로 위기를 돌파

그들을 파렴치·무능·부패 얼룩으로 만들어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정치는 계급 혹은 공동체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사람들의 활동을 조직하고 지휘하는 사회적 기능이다. 사람들, 집단 간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자본주의 사회 –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간의 이익 불일치가 대표적이다 - 에서 정치세력들은 각각 특정한 계급 혹은 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 예를 들면 자본가계급을 대변하는 보수정당과 노동자계급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이 경쟁하는 식이다.

정책경쟁으로 승패 결정짓는 것이 정상적인 정치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은 무엇보다 이념과 정책에서 대립적이다. 일반적으로 보수정당은 자본가계급의 이익,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자유민주주주의 이념을 표방하며 친자본적인 정책을 내세운다. 반면에 진보정당은 노동자계급을 비롯한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려는 진보적인 이념을 표방하며, 다수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내세운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은 각자의 정책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방법으로 경쟁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상적인 정치란 각 정당이 훌륭한 정책을 계발하고 그것을 국민에게 호소하여 선택을 받는 방식으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공정한 정책경쟁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정상적인 정치이다.

정상적인 정치의 귀결은 복지국가

지금은 상당 부분 퇴색했지만, 북유럽 나라들은 정책경쟁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정상적인 정치를 모범적으로 실현했다. 북유럽 나라들은 사상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했기에 미국의 매카시즘 같은 사상 배척이나 탄압이 없었다. 덕분에 북유럽에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과거의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정당)들은 치열한 정책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북유럽 나라들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같은 복지제도가 광범위하게 확립되어 있다. 이런 복지제도가 만들어지고 시행될 수 있었던 것은 북유럽의 보수정당이 진보정당에게 양보하고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진보정당이 무상교육을 주장했을 때 보수정당이 그것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북유럽의 보수정당 정치인들은 유전적으로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것일까? 당연히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북유럽의 보수정당이 진보정당의 주장을 수용했던 것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선거에서 참패하거나 정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진보정당이 요구하는 무상교육을 절대다수 국민들이 지지하는데도 보수정당이 그것을 계속 반대하다가는 국민들로부터 배척당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유럽의 보수정당은 원래부터 착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진보정당에게 양보하고 타협했으며 그 결과가 바로 북유럽 복지국가다. 어느 사회이든 간에 정상적인 정치가 보장되면 그 사회는 필연적으로 진보하고 발전한다. 정상적인 정치가 가능한 사회에서는 절대다수 국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이 등장할 수 있고 그 정당의 정책을 절대다수 국민들이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4.19혁명으로 하야한 이승만 대통령(가운데)이 60년 5월 하와이 망명 비행기에 오르기전 공항에서 쓸쓸한 표정을 짓고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960.5
4.19혁명으로 하야한 이승만 대통령(가운데)이 60년 5월 하와이 망명 비행기에 오르기전 공항에서 쓸쓸한 표정을 짓고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960.5

진보당 당수를 간첩 몰아 처형한 한국의 비정상적 정치

일찍이 1950년대에 한국은 북유럽 나라들 못지않은 복지국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956년 5월 15일에 치러진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봉암 선생은 극심한 부정선거에도 불구하고 무려 30%에 달하는 지지율을 기록함으로써 유력한 대권 주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대선에서의 여세를 몰아 조봉암 선생은 진보당을 창당했다. 조봉암 선생의 진보당은 북유럽의 진보정당들보다도 더 진보적인 정당이었다. 만일 당시의 한국이 북유럽처럼 정상적인 정치가 가능한 사회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진보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나날이 높아졌을 것이고, 이승만 극우정당은 북유럽의 보수정당들처럼 어쩔 수 없이 양보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진보당의 정책을 마냥 반대하다가는 이후의 선거에서 참패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승만 극우정당이 북유럽의 보수정당들처럼 진보당의 주장을 수용했다면 오늘날의 한국은 북유럽을 능가하는 복지국가가 되어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1950년대의 한국은 정상적인 정치가 불가능한 사회였다. 극우정당은 공정한 정책경쟁으로는 진보당을 이길 수 없자 조봉암 선생을 간첩으로 몰아 처형해버렸다. 색깔공격으로 단번에 최대의 정적이자 야당 지도자를 제거해버린 것이다. 이 사례는 한국의 정치가 정책경쟁이 아닌 색깔공격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비정상적이고 후진적인 정치임을 보여준다. 한국의 정치는 권투시합을 하다가 불리해지면 칼을 빼들어 상대를 찔러 죽이는 것과 같은 반칙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정치라고 할 수 있다.

 

5.16 주요세력, 왼쪽부터 박정희 소장, 박종규 소령, 이낙선 소령, 차지철 대위.
5.16 주요세력, 왼쪽부터 박정희 소장, 박종규 소령, 이낙선 소령, 차지철 대위.

‘색깔공격’ 절대무기 삼아 변화 거부해 온 극우사대주의 세력

한국의 극우사대주의 세력은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 모습 그대로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전혀 변하지 않은 것에 그치지 않고 70여 년간 고여서 썩었고 그 결과 그 질이 급속도로 저하되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보수정당이 무능력하고 부패할 경우 야당의 비판과 반대에 부딪히는 것은 물론이고 선거 등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따라서 야당이 제구실을 하며 국민들이 깨어있는 사회에서 보수정당은 나름대로 노력해서 능력을 계발하거나 부패를 일정 정도 척결하는 등으로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만일 변화를 거부하면 국민적 심판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극우사대주의 세력은 능력을 계발하지 않아도 괜찮다. 부정부패를 척결해서 깨끗해져야 할 이유도 없다. 기득권이 위험해지면 절대무기인 색깔공격을 동원해 야당과 국민들의 비판이나 반대를 단번에 눌러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극우사대주의 세력은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색깔공격으로 그 위기를 돌파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그들은 색깔공격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조금도 변화하지 않고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빠른 속도로 퇴화되어왔다. 윤석열 정권으로 대변되는 오늘날의 극우사대주의 세력이 극단적인 개인이기주의와 파렴치함, 극도의 무능력, 온갖 편법과 탈법,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덕성 공격은 제2의 색깔공격

비정상적인 정치가 초래한 가장 큰 문제는 한국에서 이념 정당, 정책 정당의 등장과 성장이 원천봉쇄되고 정책경쟁이 아닌 색깔공격이 승패를 좌우하는 정치풍토가 고착되었다는 것이다. 만일 한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였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0년대에 능히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젊은 패기로 한국을 크게 바꿔놓았을 것이다. 박정희 정권은 이념과 정책으로는 절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이천시 중리천로에서 송석준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2024.4.8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이천시 중리천로에서 송석준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2024.4.8 연합뉴스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색깔공격의 위력이 현저히 저하되었다. 예를 들면 이번 총선에서 한동훈 국힘당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을 종북세력의 숙주 정당이라고 공격했지만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고전적인 색깔공격의 위력이 떨어지자 극우사대주의 세력은 도덕성 공격이라는 제2의 색깔론 – 제2의 색깔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도덕성 공격에서부터 본격화되었다 - 을 들고 나왔다. 도덕성 공격을 제2의 색깔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자기 실력으로 상대방을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흠집내서 꺾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고전적인 색깔공격이 잘 먹혀들지 않자 제2의 색깔공격이라고 할 수 있는 범죄자 심판 구호를 치켜들었다.

대승 거둔 범야권 “국보법을 박물관으로” 노무현의 꿈 실현해야

비록 그 위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저하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공산전체주의 발언처럼 색깔공격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색깔공격은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을 위축시킴으로써 정책정당의 출현이나 공정한 정책경쟁을 방해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국민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훌륭한 정책일지라도 그것이 색깔공격을 당할 위험이 있으면 정책화하지 못하며 입밖에 꺼내지도 못하게 된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나 (구)기본소득당이 기본소득이라는 훌륭한 정책을 과감하게 홍보하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21세기 들어 그것이 세계적인 화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만약 기본소득이 세계적으로 활발히 논의되지 않았더라면 한국 사회에서 그것을 입밖에 꺼내기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랬다가는 빨갱이로 낙인찍혔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대승을 거두었다. 범야권 앞에는 여러 개혁과제가 놓여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상의 자유를 불허함으로써 한국의 정치를 기형화, 비정상화, 후진화시키는 주범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만 한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버리자면서 자신의 임기 내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고 노력했다. 범야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을 반드시 실현함으로써 한국의 정치를 정상궤도에 올려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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