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폭력적 탄압, 친정부 언론들 여론몰이 지속
조합원들 고립감, 경제적 고통…안전운임제 폐지 위기감도
"3년 연장 약속 지켜져야"…민주노총은 2차 총파업 취소
"ILO 긴급 개입까지 폄훼, 노동 후진국 국제적 확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결국 총파업을 철회했다. 강경 일변도인 윤석열 정부의 폭력적 탄압과 친정부 언론들의 일방적 여론몰이에 조합원들의 고립감과 경제적 고통이 깊어지고, 안전운임제 자체가 폐지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노총은 14일로 예정됐던 제2차 총파업·총력투쟁대회도 취소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눈물을 머금고 업무 현장으로 복귀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원점 재검토'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그나마 '품목 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이라도 이행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화물연대는 9일 조합원들을 상대로 파업 종료 찬반을 묻는 직접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61.8%(2211표), 반대 37.6%(1343표), 무효 21표(0.58%)로 파업 종료의 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조합원 2만 6144명 중 3575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13.7%였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달 24일 총파업을 시작한 지 15일 만이다. 투표 결과에 따라 화물연대 16개 지역본부는 본부별로 해단식을 진행한 뒤 농성 천막도 해체하고 바로 현장으로 복귀했다.
이번 투표는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이 제시했던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 없는 일몰 3년 연장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민주당은 오는 31일 일몰을 맞게 되는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는 사태는 일단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복귀를 거부한 화물차 차주들을 고발 조치하는 등 압박을 갈수록 강화하던 상황이었다.
화물연대는 성명에서 "정부의 강경 대응은 산업 내 갈등을 고조시키고 화물노동자를 파산으로 내몰아 물류산업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며 "조합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강경 탄압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하여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가 화물노동자의 생명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제도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며 정부·여당이 스스로 밝혔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약속을 지키고 입법화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에 관한 논의 역시 지속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종료하고 현장으로 복귀하지만 안전운임제 지속과 확대를 위해 흔들림 없이 걸어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파업 지지를 위해 14일에 개최하기로 했던 제2차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취소했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총파업 종료에 대한 입장'을 내고 애초에 이번 파업이 정부·여당의 약속 미이행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지난 6월 첫 파업 끝에 합의했던 '안전운임제 지속과 품목 확대를 위한 논의 추진'이 이후 5개월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 이후 계속된 지지율 하락과 권력 기반 약화, 10·29 이태원 참사 등으로 집권 초부터 위기에 봉착하자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반전 카드로 내세운 것이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에 대한 색깔론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긴급 개입을 애써 폄훼하며 공정거래위까지 동원한 정부의 공격은 결국 한국이 노동 후진국임을 국제적으로 확인시킨 것이며 한국이 법위에 군림하는 '재벌과 자본의 천국'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정부는 그러나 화물연대 총파업 철회에도 불구하고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업무개시명령서를 받고 복귀하지 않은 화물차주에 대한 제재 절차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화물차 기사가 업무개시명령에 1차 불응하면 자격 정지 30일, 2차 불응하면 자격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형사처벌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11월 22일 정부·여당이 집단 운송 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인데, 화물연대가 이를 거부하고 11월 24일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해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물연대는 그동안 국민경제에 끼친 피해와 일하고자 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지난 16일간의 운송거부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종결 관련 입장'을 통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우리 경제와 민생에 천문학적 피해를 줬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 화물업계의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여야가 서로 협의하고 논의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제도적 조치에 대해선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야권은 정부가 화물연대의 대승적 양보를 받아들여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여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내팽개치듯 파기할 것이 아니라면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안전한 운행을 위한 마지막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고 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정부와 여당은 그 무능과 무책임을 덮고자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면서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 노동자들을 방임한 채로, 사법 처벌과 손배소 운운으로 노동자를 협박하는 재벌의 대리인 같은 행태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앞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골자로 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이 법안을 의결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어 안전운임제 기한 연장이 실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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