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충돌 부각해 판세 반전시키려는 보수언론들

그러나 문제는 이종섭-황상무가 아니라 윤-한 자신

문제의 본질 정면으로 보지 않으려는 게 진짜 문제

'윤석열 한동훈 갈등'을 언론들, 특히 보수언론들이 띄우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이 도주 대사 이종섭의 즉각 귀국과 회칼 테러 협박 발언을 한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사퇴를 요구한 것을 크게 중계하며 이를 '윤한 2차 충돌'로 이름 붙이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2차 충돌이 크게 벌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이 갈등 국면은 보수 언론들에게는 이번 총선의 사활이 달린 문제다. 여당에 불리해지는 선거 판세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정면도전해 1차 갈등 때처럼 성공한다면 다시 한 번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게 보수언론들의 바람이다. 김건희 명품백 논란에 따른 충돌, 혹은 충돌처럼 보였던 상황에서 대통령은 사퇴를 요구한 적이 없었는데, 한 위원장이 그걸 흘려 결과적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셈이라는 언론의 해석이 있듯 이번에도 한동훈과 국힘의 '독립'을 도와 '윤석열'로부터 분리시켜야 할 상황이다. '총선 3주 앞두고' 윤-한 간의 '2차 갈등'이라는 조선일보의 19일자 1면 머릿기사의 제목에 그같은 위기의식과 간절함이 함께 드러나 있다.   

 

조선일보의 18일자 1면 머릿기사 제목. 
조선일보의 18일자 1면 머릿기사 제목. 

국민 눈높이 대변하는 한동훈?

 한동훈 위원장이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하고, 이종섭은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나 황상무 수석의 발언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한 것을 한 위원장이 국민들의 분노와 '눈높이'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수언론들은 한동훈 띄워주기와 응원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과연 2차 갈등도 한동훈의 승리, 기회로의 반전에 성공할 것인가. 그러나 두 번은 힘들다. 한 번의 성공이 다음 번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첫 번째가 성공했기 때문에 두 번째 성공은 없는 것이다. 1차 때와 똑같은 인물에다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각본과 대사로는 두 번째의 성공은 힘든 것이다.

이번에도 잘하면 1차 충돌 때처럼 한동훈이 윤 대통령 행차길에 미리 가서 대령하고 달려가 90도 굽히기(폴더) 인사를 하고 윤석열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동생'의 어깨를 툭 치면서 화해하는 결말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은 체면을 세우고 한동훈은 문제를 수습하면서 능력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나 '2차 대련'은 첫 발차기부터 어긋나고 있다. 한동훈이 용산으로 공을 넘겼지만 퇴짜를 맞았다. 어느 언론은 윤석열이 '격노'했다고 전한다. 조선일보의 19일자 사설은 불만을 숨기지 않는다. 사설 제목은 “대통령도 이상하고 공수처도 이상하다”고 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완곡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바로 그것이 문제다. 한동훈 위원장이 이종섭 사태에 대해 그의 즉각 귀국과 공수처의 소환을 요구하고, 조선일보가 공수처 비판을 끼워 넣어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조선일보의 문제이며 또한 한동훈의 문제다. 지금의 사태는 공수처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문제'인 것은 물론, 이종섭 대사 사태는 이종섭 문제가 아닌 '윤석열 문제'이며 황상무 문제도 그 본질은 윤석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윤석열 문제는 곧 '한동훈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항상 문제는 '윤석열-한동훈 문제'라는 것이다. '윤석열 한동훈 갈등'의 진짜 문제는 사실은 진짜 갈등인 적이 없었다는 것에 있다. 1차 갈등의 진짜 문제는 그 결과가 이해 관계의 타협이며 미봉이었다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실은 갈등이 제대로 표출되기도 전에 수습돼버렸다는 것에 있다. 이번에도 한동훈은 이종섭에 대해 귀국을 요구했으나 문제는 그의 임명 자체에 있는 것이다. 윤석열은 이종섭을 호주로 억지대사 임명해 도피시켜 수사개입에 범죄자 도피까지 중대범죄를 이중으로 저질렀지만 한동훈은 그에 대한 얘기는 없다.

한동훈 위원장은 황상무 수석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해서 그의 언론인 테러 발언을 다만 '눈높이'의 문제로 본다. '높이'만 올리면 되는 발언이었는가. 그 망언은 단지 '부적절한' 정도였을 뿐인가. 

이는 조선일보가 이종섭 대사 건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일"로, 다만 "국민 여론을 악화시켜 국정 수행에 장애가 될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게 민심을 반영하는 길이다”고 해 이 사태를 제대로 보는 것을 회피하는 것과도 일치한다.

보수언론 자신이 키운 착시에 도취 

한동훈과 보수언론의 이같은 문제 회피는 상당 부분 착시에 의해 비롯됐다. 그것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 자신들에 의해 이뤄진 결과에 다름 아니었다. 국민의힘의 공천은 무난하다고 평가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천에 대해선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들, “더불어민주당에서 총선 공천을 두고 밀실·비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 반면 <한동훈표 ‘쿨하게 룰대로’ 공천 순항> 식의 보도들이 쏟아졌다. 그와 함께 여러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전망, 한겨레와 경향조차 “정권심판론은 사분오열됐다" "용산의 웃음소리가 들린다"는 식의 기사들에 의해, 보수언론은 자신들이 주조한 술에 스스로 취해버렸다. 

1차 윤한 갈등이 이른바 '약속 대련'은 아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번 갈등은 더욱 약속 대련은 아닌 양상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약속대련’이냐 아니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대련을 벌이는 이들이 9단이 아닌 9급 초보들이라는 것에 있다. 대련의 기술 문제가 아닌 자신들이 어떤 대련을 벌이느냐는 것을 모른다는 것에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문제'에 정면으로 부닥쳐 보려 하지 않는다. 윤석열은 문제를 못 보고 한동훈은 보지 않으려 한다. 그 반대일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간에 이들은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4.1.23.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4.1.23.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에는 어린이 야구 교실에 가서 박찬호를 만났고 13일에는 삼천포 용궁수산시장에 가서 상인들을 만났다고 한다. 18일에는 마트를 찾아 과일 가격을 '점검'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제공하는 사진은 어디를 가나 군중의 환호 한가운데 그 자신이 있다. 그의 배우자 김건희 씨는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방문 이후 언론에 나서지 않고 있다. 김건희 씨는 아예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지고 감춰지고 있다. 반면 윤석열은 자신을 노출하면서 동시에 감춘다. 늘 사람들 앞에 나서고 있지만 그가 답변하고 설명해야 할 문제들 앞에는 결코 서지 않는다. 그는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동훈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지 않던 한동훈은 도어 스테핑을 중단했다고 한다. “선대위 발언과 출근길 발언이 겹치기 때문에 논의 끝에 매일 백브리핑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고, 언론에서는 “여권발 악재가 잇따른 상황에서 1인 스피커로 활동해 온 데 대한 피로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그의 많은 말들이 그렇듯 그는 '진짜 문제'를 만나면 답하지 않는다. 

한동훈 씨가 윤 대통령의 '아바타'란 이미지를 탈피해 자립한 듯 비치고, 윤석열과  국힘당 간에 선이 그어지듯 분리되면서 여당의 지지율은 반등하자 그는 고무됐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봉합했을 뿐인 '문제'는 미처 정산하지 못한 청구서를 다시 그에게 내밀고 있다. 그 사이에 계산해야 할 금액은 훨씬 더 커졌다. 회오리바람은 아침을 넘기지 못하고 소나기는 하루종일 내릴 수 없는 법이듯 그의 반짝 호시절은 오래 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성공이, 성공한 듯 보였던 것이, 자신들을 빠뜨리는 함정이 되고 있다. 자신에게 열광하는 구름인파와 표를 사는 민생토론회의 투표 쇼핑으로 찾아온, 반전인 듯 보였던 것이 그 자신들의 눈을 가렸던 것이다. 경제의 파탄이나 민생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반창고를 바르고 국민의힘의 당색처럼 '빨간약'만 바르면 통할 줄 알았던 착각이 결국 더 큰 문제로 돌아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자신은 '할만큼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노골적인 관권 선거 비판에도 불구하고 20차례 가까운 민생토론회를 열어서 여당의 제1호 선거운동원 노릇을 해 줬는데, 라는 공치사를 하고 싶을 것이다. 자신의 헌신과 분투를 알아주지 않고 감히 자신에게 치받는 한동훈에게 그는 1차 때와 같은 타협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윤, 자신과 닮은 행태 보이는 한동훈 용납할 수 없어

윤석열과 한동훈 간의 가장 큰 문제는 두 사람이 다른 듯 닮았다는 그것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은 '단정한 윤석열' '잘 차려입은 윤석열'이다. 그러나 1차 갈등 때 윤 대통령이 분명히 확인했던 것은 그때까지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한동훈은 윤석열 자신이 했던 방식 그대로를 보여주는 한동훈을 봤다. 자신이 문재인 정부 때 했었던 그 방식 그대로, 자신의 목표와 이익 앞에서는 오랜 인연도 의리도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봤었을 것이다. 바로 그것, 한동훈에게서 '윤석열' 자신이 보이는 것이야말로 윤석열-한동훈 갈등극이 제대로 풀리기 어려운 큰 이유일 것이다. 

중앙일보의 19일자 <대통령의 ‘박력’이 놓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사회디렉터의 칼럼은 의대 증원 밀어붙이기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 과감한 박력'으로, 대통령을 '박력 있는 사나이'로 보는 이 신문의 오랜 찬사를 또 늘어놓는 듯하더니 “박력만큼 넘치지 않는 정교함 탓에 국익을 제대로 형량했는지에 대한 의심을 멈출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칼럼은 윤 대통령에게 정교함을 보여달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그러나 윤석열-한동훈 두 사람의 문제는 정교함과 박력의 부족이나 결여가 아니다. 한사코 자신의 환부에 칼을 대려 하지 않으려는, 수술대에 한사코 눕지 않으려는 것에 있다. 그런 상황에 대해 중앙일보 사설은 이렇게 묻는다. "이번 총선 결과가 윤석열 정부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대통령실이 엄중한 인식이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이 글의 ‘윤석열 정부의 미래’에 자신들 보수 언론 세력이라는 말이 또한 들어 있을 것이다. '민심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이 사설의 마지막 말은 경고이자 애원이자 자신들의 초조함의 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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