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셋째주 키워드] '과잉경호' 사태 양쪽 입장만 전달

일부 주류언론들 강성희 의원 '행패' '특권'' 일탈'로 비난

친윤 '어그로' 진중권·전여옥 '아무말 대잔치' 받아쓰기도

최다 관심 키워드는 '한동훈' '민주당' '이재명' '이준석'

윤 정부 '대북강경론'에 북 '남북관계 재설정' 불안고조

지난 18일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경호실 직원들에게 입이 틀어막히고 팔다리가 들어올려져 끌려나갔다. 어떤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는 당시 현장 모습이 촬영된 영상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 국민의힘은 ‘강의원이 대통령 손을 놓지 않고 고성을 지르며 위해를 가했기 때문’에 ‘경호 프로토콜대로 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구차한 소리다. 영상을 보면 강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며 손을 놓지 않아 경호원들이 끌고나간 것도 아니고 특별히 심각한 위해를 가한 모습도 아니다. 악수한 손을 놓고 돌아서서 몇 걸음 걸어간 윤 대통령의 뒤에서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소리 치자마자 경호원 여러 명이 삽시간에 달려들어 강 의원의 입을 막고 사지를 들어 끌고 나간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강 의원의 목소리와 태도가 대통령 경호 상 제지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하더라도 입을 틀어막은 채 질질 끌어내고 쫓아낼 일은 아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내 행사장에서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이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대통령 면전에서 돌발적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이들은 구호를 외친 뒤 경호원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무사히 행사장 밖으로 퇴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중에 시끄럽게 항의하며 질문한 청년을 경호원이 내쫓으려하자 '그대로 두라,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비판의 펜을 들이대고 싶어하지 않는 우리 언론들은 이런 과거와 해외 사례는 기억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정을 비판하는 말을 대통령 뒤통수에 대고 큰소리로 하면 그 동네 국회의원도 저렇게 질질 끌려나가고 쫓겨나는데, 일반 국민이 그랬다면 어땠을까? 경호원들의 주먹에 얻어맞고 구둣발에 짓밟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끼친다. 이 정권이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국민, 야당, 언론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더 놀라운 것은, 자기 지역 국회의원이 경호원 여러 명에게 붙잡혀 짐승처럼 질질 끌려 나가는데도 행사장 참석자들 누구도 경호원들을 말리거나 항의하지 않는 모습이다. 말리거나 항의하면 나도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러나 이런 장면은 폭력의 현장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주류언론의 지면이나 화면에서 거의 매일 이런 모습이 발견된다.  이날도 강 의원이 끌려나가고 내쫓긴 사건을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은 그저 ‘무덤덤하게’ 전했을 뿐이다. 끌려나간 강 의원 측 입장과 끌고나간 대통령실 입장을 나란히 전하면서 이를 그저 ‘논란거리’라고 불렀다. 우리나라 주류 언론들이 어느 한쪽으로부터 욕먹지 않기 위해 자주 가져다 쓰는 ‘기계적 중립’이다.

특히 한겨레의 ‘중립적’ 논조가 눈에 띈다. “윤 대통령에 ‘국정기조 안 바꾸면 국민 불행’”(1.18, 엄지원 기자)이라며 ‘중립적’으로 사실을 전달한 뒤, “경호처 ‘의원 강퇴’ 진실공방”(1.19, 엄지원·선담은 기자) 기사에서는 이 사건을 양쪽의 ‘공방’으로 처리했다. 이 사건은 ‘공방’ ‘논란’으로 던져두고 국민이 알아서 시시비비를 판단하라고 하면 되는 사안인가? 그것이 권력 감시와 비판을 본업으로 삼는 언론이 할 일인가? 더구나 군사독재와 기득권의 권위주의를 그토록 날카롭고 세차게 비판했던 한겨레의 '초심'은 이제 이런 것인가?

 

극렬 ‘친윤언론’을 포함한 일부 주류언론들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척하면서도 사실은 대통령실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문화일보 사설 “대통령에 ‘의도적 행패’ 의원과 민주당의 무도한 두둔”(1.19), 한국경제신문 사설 “때와 장소 가리지 않는 것도 국회의원 특권인가”, 한국일보 칼럼 “국회의원의 위험한 일탈”(장인철) 등이 그랬다. 이 신문들은 강 의원의 행동만 문제삼아 ‘행패’ ‘특권’ ‘일탈’로 규정짓고 비난했다.

주류 언론들은 중립을 지키는 척하면서 한쪽 입장을 거들 때 주로 가져다 쓰는 이른바 ‘셀럽’들의 SNS 발언을 이번에도 부지런히 ‘받아쓰기’했다. 조선일보(이혜진 기자), 중앙일보(배재성·이하나 기자), 한국일보(최은서 기자), 서울신문(최재헌 기자), 국민일보(권남영 기자), 세계일보(김수연 기자), 문화일보(조성진 기자), 한국경제(홍민성 기자) 등이 진중권·전여옥 따위 친여 성향 유명인들의 ‘어그로 끌기용’ 말을 기사화한 것이다.

진중권은 이번 사건을 ‘강 의원 사태’ ‘운동권 버릇’이라고 했고, 전여옥은 ‘북 김정은이 와도 그랬을까’라며 느닷없이 색깔론을 끌어왔다. 편향적인데다 ‘아무말 대잔치’에 가까운 발언을 기사로 써 클릭수를 올리려는 목적 말고 이들의 발언을 기사화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기자 자신의 수준과 언론 신뢰를 깎아먹는 기사일 뿐이다. 

 

경향신문, MBC, 창원·전주·광주지역 KBS, YTN 등은 이번 사태를 ‘과잉 경호’ ‘대통령실의 폭력’이라는 입장에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에 직언하면 끌려나가는 나라”(신주영·유정인 기자) 기사와 “대통령 행사서 국정 비판한 진보당 의원 들어냈다니” 제목 사설에서 대통령실의 과잉경호를 비판했다. MBC, 일부 KBS 지역방송, YTN 등은 (강성희 의원이) “짐승처럼 내몰렸다” “끌려나가” 등으로 경호원들의 무리하고 폭력적 행위를 비난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언론의 친윤·국힘 지키기 보도가 계속된 지난주(1월 셋째주)에 언론 뉴스와 트위터·유튜브·커뮤니티·페이스북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여전히 총선 관련 키워드가 최다 언급량 상위에 올랐고, 북한 관련 키워드가 순위권에서 새로 급등했다.

최다 언급 키워드 1위에 ‘한동훈’ ‘민주당’이 함께 올랐고 ‘이재명’ ‘이준석’ ‘국민의힘’이 그 뒤를 이었다. ‘제3지대’ ‘선거’ ‘출마’ ‘지지자’ 등 총선 관련 키워드들도 급등세를 보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당무 복귀, 한동훈 국힘당 비대위원장 지역 행보, 이낙연-이준석 신당과 이른바 ‘빅텐트론’과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 지엽말단적이고 정치공학적 총선 관련 이슈에 언론·디지털플랫폼의 관심이 온통 쏠렸던 것이다. 

이밖에 윤 정부의 대북강경태도와 남북관계에 관한 북한의 변화된 입장 등으로 인해 ‘전쟁’ ‘북한’ 등의 키워드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 시대의 찌꺼기처럼 사라진 줄 알았던 ‘북풍’ 이슈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살아날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주류 언론 보도를 볼 때, 무능하고 폭주하는 정권에 대한 심판론, 여야 정치지형과 양당구도의 변화, 위기의 국정운영 정상화와 민생경제 회복 등 거시적이고도 국민의 바람이 담긴 주제들이 총선을 앞둔 아젠다로 이슈화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빅데이터 여론분석 전문기업인 <스피치로그>의 ‘주간 키워드 분석’을 매주 게재합니다. ‘주간 키워드 분석’은 한 주 동안 보도된 뉴스, SNS, 커뮤니티, 유튜브 등 언론과 디지털 공간에서 나타나는 전체 여론의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민들이 개인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이고 활발히 소통하며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는 시대에 SNS,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나타나는 키워드 분석은 민심의 동향을 보다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