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4·3 역사 왜곡 여전히 우려

제주4·3 중앙위원에 '우익 인사' 위촉에

교육부는 개정교육과정서 삭제 시도해

뉴라이트는 "4·3 최종책임" 이승만 미화

기념관 건립 추진에 독립운동가 선정까지

윤석열, 희생자 명예회복해준다더니

"제주는 해방을 넘어 진정한 독립을 꿈꿨고,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을 열망했습니다. 제주도민들은 오직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으며 되찾은 나라를 온전히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제주는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고, 통일 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와 우리를 분열시켰습니다. 

우리가 지금도 평화와 통일을 꿈꾸고, 화해하고 통합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제주의 슬픔에 동참해야 합니다. 제주 4·3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그날, 그 학살의 현장에서 무엇이 날조되고, 무엇이 우리에게 굴레를 씌우고, 또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현대사를 다시 시작할 때 제주의 아픔은 진정으로 치유되고, 지난 72년, 우리를 괴롭혀왔던 반목과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2020년 4월 3일, 제72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

"4·3에는 두 개의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국가폭력으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 최대의 비극이 담긴 역사이며, 평화와 인권을 향한 회복과 상생의 역사입니다.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 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고, 군부 독재정권은 탄압과 연좌제를 동원해 피해자들이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했습니다.

그러나 4·3은 대립과 아픔에 갇히지 않았습니다. 살아남은 제주도민들은 서로를 보듬고 돌보며 스스로의 힘으로 봄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화해의 정신으로 갈등을 해결하며 평화와 인권을 향해 쉼 없이 전진했습니다." -2021년 4월 3일, 제73주년 4.3희생자 국가추념식에 참석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2021.4.3.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2021.4.3.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했던 제주4·3 추념사로 인해 이승만 전 대통령과 동원된 군경의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이승만 건국대통령 기념사업회'(이하 이승만 사업회)가 각 1000만 원의 위자료를 내라고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이승만 사업회는 얼마 전까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황교안 전 대표가 회장을 맡았고, 최근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자리를 물려받은 단체다.

서울고법 민사34-2부(김경란·권혁중·이재영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이승만 사업회와 4·3사건 당시 숨진 제주 함덕지서 경찰관의 유족이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위자료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항소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고 했다.

이 재판은 우익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지난 2021년 8월 이승만 사업회와 유족을 대리해서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한변은 성명서를 통해 "문 대통령은 남로당 조직원들과 좌익 무장유격대가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방해한 행위를 '평화와 통일을 열망한 것'이라고 미화했다"며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부정하고 정당한 직무를 집행한 군과 경찰을 모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심 공판에서 원고 측 대리인은 재판부를 향해 "저희들이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소송하게 된 경위가 위자료를 얼마를 받는다기보다는 제주4.3사건의 계기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대한민국 대통령 지위에 있는 사람이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문제 삼기 위함"이라면서 "제주4.3사건의 주체는 공산주의 정당인 남로당이며, 그 시작 또한 제주도 내 경찰관서 기습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을 판결문에 기초사실로 전제해 달라"라고 주장했다.(☞오마이뉴스 2023년 11월 15일자 피고 '문재인' 상대 원고 이승만기념사업회가 재판부에 요구한 것)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6월 1심에서 "문 전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이승만이나 피해 경찰관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정도의 구체적 표현을 한 사실이 없다"며 "원고들과 관련된 사실을 적시하지도 않아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단을 한 데 이어, 이번 2심에서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이승만 사업회의 주장을 무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은 유족들이 참배하고 있다. 2023.4.3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은 유족들이 참배하고 있다. 2023.4.3

4·3진상보고서 "최종책임자 이승만"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은 제2조에서 제주4·3에 대해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 측 대리인 주장처럼 남로당을 제주4·3의 주체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특별법의 취지를 봤을 때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특정인이나 세력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격했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특별법에 따라 진상을 규명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2003년 12월)는 결론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종 책임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승만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1949년 1월 국무회의에서 '미국 측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동정을 표하나 제주도, 전남사건의 여파를 완전히 발근색원(拔根塞源)하여야 그들의 원조는 적극화할 것이며 지방 토색(討索) 반도 및 절도 등 악당을 가혹한 방법으로 탄압하여 법의 존엄을 표시할 것이 요청된다'고 발언하며 강경작전을 지시한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밝혀졌다(보고서 538쪽)"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보고서는 "서북청년회(서청) 단원들은 4·3발발 이전에 500~700명이 제주에 들어와 도민들과 잦은 마찰을 빚었고, 그들의 과도한 행동이 4·3 발발의 한 요인으로 거론되었다. 4·3 발발 직후에는 500명이, 1948년 말에는 1000명 가량이 제주에서 경찰이나 군인 복장을 입고 진압활동을 벌였다. 제주도청 총무국장 고문치사도 서청에 의해 자행되었다"면서 "서청의 제주 파견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미군이 후원했음을 입증하는 문헌과 증언이 있다(537쪽)"고 밝히고 있다. 또한 "서청 단원에게 급히 경찰복을 입혀 제주에 파견한 사람은 이승만 대통령이었다"며 "이북에서 혈혈단신으로 내려와 의지할 곳이 없는 데다가 공산주의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갖고 있던 서청의 처지를 이용한 것이었다(420쪽)"고 밝혔다.

 

노무현대통령이 31일 낮 제주 시내 라마다호텔에서 있은 제주도민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제주4.3사건에 대한 정부의 공식사과를 밝힌뒤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2003.10.31. 연합뉴스
노무현대통령이 31일 낮 제주 시내 라마다호텔에서 있은 제주도민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제주4.3사건에 대한 정부의 공식사과를 밝힌뒤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2003.10.31. 연합뉴스

그러나 제주4·3에 대한 평가가 오늘날의 수준으로 정립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독재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 4·3은 좌파의 무장폭동으로 치부됐고, 이후 군부독재 기간에도 언급이 금기시됐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9년 12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00년대에 들어서야 활발한 진상 규명이 가능해졌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10월 31일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제주4·3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비로소 온전한 평가를 할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제주4·3은 5·18 민주화운동처럼 우익세력에 의해 지속적으로 그 의미가 훼손되고 있다.

윤석열 집권 뒤, 노골적인 4·3 왜곡

특히 최근 들어 반복적으로 '이념' 논쟁에 불을 붙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뒤, 제주4·3에 대한 역사 평가를 뒤집으려는 시도가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양상이다. '역사 테러' 수준이다.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가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다. 태 의원은 지난해 2월 '4·3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지난해 제주4·3 국가추념일 당일에는 "4·3 사건은 남로당의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관계없던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낸 현대사의 비극"고 또다시 망언을 했다.

태 의원의 망언으로 제주에는 '4·3은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 폭동'이라는 문구가 적힌 극우 정당·단체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도민들의 분노를 샀으며, 제주 4·3 당시 주민 학살을 주도한 단체를 추종하는 극우 성향의 '서북청년단'(과거 서북청년단과 이름만 같음)은 지난해 추념식이 열린 4·3 평화공원 앞에서 난동을 부리면서 도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2023.5.10 [공동취재] 연합뉴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2023.5.10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 제주4·3 진상조사보고서를 폄훼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 한변의 김태훈 변호사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다. 한변은 이날 2심까지 패소한 문 전 대통령 명예훼손 손배소 배상 사건 외에도 4·3평화기념관 전시금지 소송을 진행하는 등 4·3을 왜곡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2년 말 '개정교육과정'을 행정 예고하면서 제주4·3을 학습 요소와 성취 기준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가 제주도민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교육부 수장인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된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새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삭제하고, 윤석열 정부 개정교육과정에서 또다시 삭제하려다 반발에 부닥쳤다.

4·3 책임자 이승만 미화…역사 왜곡 우려

윤석열 정부 들어 가속화하는 이승만 미화작업은 제주4·3 왜곡을 더욱 우려하게 만든다. 이승만 미화는 4·3과 직접 연결돼 있다. 우익 단체들이 4·3을 북한 정권 수립 지지를 위해 좌파 세력이 일으킨 무장폭동으로 만들려는 것은, 이승만 정권이 한반도 공산화를 막았다는 뉴라이트식 '신화' 만들기에 필요한 '서사'이기 때문이다. '절대 무결'해야 할 '건국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책임 지우기의 일환도 있다.

그래서 주장은 더욱 노골적으로 보인다. 한변이 지난해 3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지금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 박인환 변호사(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4·3사건은 공산세력들이 건국을 방해하고 북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을 지지하기 위해 남로당이 자행한 무장폭동"이라며 "당시 남로당이 유엔 결의에 의해 실시된 5·10제헌의회 총선거를 방해한 4·3사건은 결국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를 목표로 했다"고 주장했다. (☞2023년 3월 30일자 뉴데일리 "좌파에 의해 왜곡된 4·3사건, 진실 입각해 재조명해야")

 

23일 제주시 이도이동에 있는 한 거리에 제주4·3을 공산폭동이라고 왜곡 주장하는 현수막(사진 아래)이 걸려 있다. 2023.3.23 [김한규 국회의원실 제공] 연합뉴스
23일 제주시 이도이동에 있는 한 거리에 제주4·3을 공산폭동이라고 왜곡 주장하는 현수막(사진 아래)이 걸려 있다. 2023.3.23 [김한규 국회의원실 제공] 연합뉴스

같은 세미나에서 구충서 변호사(한변 법치수호센터장)는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0년 1월12일 4·3사건특별법이 제정·공포됐는데 법안 내용에 제주4·3사건은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으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성격 규명을 채택하지 않았다"면서 "특별법에서 4·3사건 기점이 경찰서에 몰려오는 공산 시위대에 위협을 느껴 우발적으로 발포한 1947년 3월1일로 설정함으로써 남로당 공산도당들에 의한 무장폭동이 아니라 민중항쟁이었으며, 경찰에 의한 양민 살해에서 비롯됐다는 식의 왜곡된 인식을 심어 놓았다"고 주장했다.(위와 같은 기사)

이러한 역사 인식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구체화' '현실화'하고 있다.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해 파문을 일으키고 전량 수거된 국방부의 '정신전력 교육 기본교재'에는 4·19혁명으로 하야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혜안과 정치적 결단으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은 지도자"라고 미화해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 헌법 전문은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단순히 미화한 것은 반헌법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정치 편향 논란 속에서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을 밀어붙여 왔다. 그는 지난해 5월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하면서 열린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 국민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자 "(이승만기념관 건립이) 과거에 발목이 잡히지 않고, 대한민국이 미래 통합으로 가는 길에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이승만이야말로 86세대가 추앙하는 '혁명 투사' 아닌가"라며 "왕정에 반대해 공화정을 세우려다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또 "이승만 대통령 서거일, 탄신일에 국무회의도 빠지면서 참석했다"면서 "건국 대통령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기에 기념관이 하나 없나 자괴감이 들더라. 그래서 (기념관 건립에) 액셀을 밟았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탄생 148주년 기념식에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23.3.26. 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탄생 148주년 기념식에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23.3.26. 연합뉴스

보훈부는 '2024년 1월 독립운동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선정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제주4·3 주민 학살과 6·25 당시 한강철교 폭파, 보도연맹 학살 사건, 발췌개헌, 사사오입 개헌, 진보당 조봉암 사건, 3·15 부정선거 등 재임 시절 일어난 갖은 문제로 인해 이 전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로 선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평가를 뒤바꾼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 시절 했던 말 "희생자 명예회복"

그동안 갖은 논란들과 달리, 윤 대통령은 2022년 4월 당선인 시절 제74주년 제주4·3 추념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4·3의 아픈 역사와 한 분, 한 분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억울하단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소중한 이들을 잃은 통한을 그리움으로 견뎌온 제주도민과 제주의 역사 앞에 숙연해집니다. 희생자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통의 세월을 함께하며 평화의 섬 제주를 일궈낸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입니다.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생존 희생자들의 아픔과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온 유가족들의 삶과 아픔도 국가가 책임 있게 어루만질 것입니다."

그러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에 4·3을 폄훼하는 우익 인사가 위촉되고, 개정 교육과정에서 4·3에 대한 삭제 시도가 이뤄졌으며, 제주4·3 최종 책임자인 이승만을 미화하는 작업을 가속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했던 "희생자와 유가족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3.11.7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3.11.7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취임 2년차인 지난해엔 제주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불참 이유에 대해 '미국 순방 준비'와 '일정상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대통령은 추념식 이틀 전(4월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를 했다.

윤 대통령을 대신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지만, 그가 대독한 윤 대통령의 추념사는 띄어쓰기를 제외하고 629자에 불과했으며 지난해 내용을 재탕한 수준이었다. 당시 태영호 의원에 의해 불거진 4·3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서도 단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

대신 윤 대통령은 짧은 추념사에서 4·3과 아무 관련 없는 IT·반도체 기업 지원 정책 홍보를 했고, 행사장에선 발언을 듣던 시민들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대통령의 629자짜리 짧은 추념사에서 제주도 정책 홍보 내용은 약 3분의 1인 201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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