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해보니 41%"…틀린 통계가 문제?

그런 식이면 김대중, 노무현도 전과자

그나마 41%가 아닌 16.4%일 뿐인데

사과 이후에도 시민 사회 비판 이어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미영 전 울산시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 미소를 머금고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2024.1.8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미영 전 울산시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 미소를 머금고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2024.1.8 연합뉴스

신당 창당을 하겠다며 탈당 수순을 밟고 있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민주당 의원 44%가 전과자’ 발언에 대해 하루 만에 사과했다.

이 전 대표는 9일 SNS에 “한 시민단체의 통계를 인용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계산해 보면, 44%가 아니라 41%가 맞다. 그 숫자에는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한 경우도 꽤 많이 포함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하지만 과연 진정성 있는 사과인지 의문이다.

우선 ‘한 시민단체의 통계를 인용한 발언’ 부분이다. 이 전 대표는 수십 년간 민주당 소속으로 출세가도를 달려온 사람이다.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역임했고 5선 의원 출신이다. 뉘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만큼의 긴 세월을 민주당에서 보냈다.

그런 그가 동료 의원들의 ‘민주화 운동 전과’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러니 구태여 시민단체의 통계를 인용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하기 위해 시민단체를 인용했다고 봐야 한다. 이런 경우는 ‘인용’이 아니라 ‘이용’에 가깝다.

 

​동아일보
​동아일보

이 전 대표의 ‘인용’을 보며 그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 썼다는 ‘전두환 찬양 기사’가 떠오른다. 그는 1983년 민정당 권익현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해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 기사로 ‘전두환을 찬양했다’는 누명을 썼다. 실제 이 전 대표측은 ‘권익현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였다’는 해명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낙연 기자’는 최소 권익현의 발언을 취사선택할 자유는 있었다. 당시 조선일보 기자조차 권익현의 발언에서 ‘위대한 영도자’란 말은 인용하지 않았다.

‘이낙연 기자’는 전두환에 대해 영도자는 아니지만 영도라는 말을 쓴 적은 있다. 1981년 그는 전두환의 방미 성과를 정리한 <호혜 재확인한 ‘건강한 맹방’>이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이 기사에서 “전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는 자신과 자신이 영도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세계 여론을 향해 내보인 적극적 자세로 해석된다”고 썼다. (1981.2.5 동아일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023.1.9)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023.1.9)

다시 이 전 대표의 사과문을 살펴보자. 사과문의 ‘계산해 보면, 44%가 아니라 41%가 맞다. 그 숫자에는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한 경우도 꽤 많이 포함된다’는 부분도 문제다.

그는 숫자상의 ‘작은 오류’를 내세운다. 큰 틀에서 보면 44%나 41%나 그게 그거다. 구태여 따지자면 민주화·노동 운동 과정에서 전과자가 된 민주당 의원들을 제외하면 16.4%(27명)다. 이 전 대표는 ‘44%가 아니라 41%가 맞다’고 할 게 아니라 ‘44%가 아니라 16.4%가 맞다’고 해야 맞다. 그가 ‘16.4%’를 몰랐을 리 없다. 그의 ‘민주당 의원 44%가 전과자’ 발언 직후 이미 여러 언론들이 팩트 체크를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숫자는 본질의 문제는 아니다.

‘꽤 많이’라는 표현에서 이 전 대표의 고민이 엿보인다. 16.4%를 44%든 41%라고 주장했는데 그냥 ‘꽤 많이’라는 말로 퉁쳤다. 그러나 이 또한 본질의 문제는 아니다. 이 전 대표의 공격은 탈당을 앞두고 신당 창당을 알리는 한바탕 트럼펫 연주였을 뿐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UBC울산방송 인터뷰에서 “민주당 전체 의원의 44%가 전과자”라는 발언을 해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의 말은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90%가 전과자’나 ‘독립유공자 대다수가 전과자’라는 말과 그리 다르지 않다”(역사학자 전우용), “386을 폄훼할 때 나오는 조선 류의 단골 멘트인 줄 알았더니, 총리에 당대표까지 지낸 인간 입에서 나온 말이 저거라니 정말 인간적으로 실망”(시인 노혜경), “스스로 ‘전과자 두목’이었다고 셀프 비하 하나?”(IT 전문가 박지훈, 본지 ‘조국 사태의 재구성’ 필자) 등의 비판이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왼쪽)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양향자 대표 출판 기념회 자리다. 2024.1.9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왼쪽)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양향자 대표 출판 기념회 자리다. 2024.1.9 연합뉴스

사과 이후에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진정성 없는 사과’로 읽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의 기준대로 하면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김근태 의장이 다 전과자다. 군부독재와 싸워 민주주의를 지켜온 민주당을, 민주당을 사랑하고 지지한 국민들을 모욕한 것”이라며 “제대로 사과하고 정계은퇴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들도 SNS에 연이어 비판 글을 올리고 있다. ‘(숫자) 정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병역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전과 2범님’(이 전 대표는 1978년 예비군 관련 병역법 위반, 2004년 선거법 위반으로 ‘전과 2범’임) ‘본인 넣으면 44%, 빼면 41%?’ ‘44%나 41%나. 그냥 고향 떠나며 침 뱉는 모습이 좀 XX같은 것’ ‘이순신도 전과자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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