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총선용 여부가 아닌 급조된 것이냐 아니냐

'보수' 언론들, 거대 야당의 선거 의식한 횡포로 단정

그같은 논리야말로 모든 사안을 선거와 연결 짓는 발상

난데없는 '메가서울'을 정책경쟁으로 평가한 것과 대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보수' 언론들은 28일 국회에서 통과된 김건희 특검법을 거대 야당의 '총선용'으로 규정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단정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여당의 발언을 인용하는 형식도 쓰지 않고 자신의 입장으로 이를 단언하고 있다. 이들 유력 '보수' 언론들은 아예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찬성하는 사설까지 낸 서울신문이나 세계일보와 달리 거부권 행사에는 신중을 기하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그같은 입장은 특검법이 야당의 총선용으로서 불순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자면 총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염려가 크니 즉각적인 거부권 행사에는 사실상 반대하지만 특검법이 선거를 노골적으로 겨냥한 야당의 횡포라는 주장은 분명히 하고 있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3.12.28 연합뉴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3.12.28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법이 총선용이라는 이 주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총선용이라는 이들 '보수' 친정권 언론들의 주장이야말로 ‘총선용’ 주장이다. 

양보해서 김건희 특검이 총선용이라고 해 보자. 총선 시기와 겹치므로 총선용이라는 이들 신문의 논리대로라면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모든 정치적 행위는 모두 총선용이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다. 정당들은 총선이라는 정치적 중대 행사의 일정에 맞춰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총선을 앞두고 어느 시기보다 활발하게 정책을 내놓고 정치적 의제를 제기한다. 총선이 자신들의 정치적 활동과 성과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평가와 신임을 받는 가장 중대한 계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총선용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그 정책과 공약, 정치적 의제 제기가 오로지 선거만을 의식해 급조된 것이냐 아니냐에 있는 것이다. 특검법은 이미 윤석열 정권 출범과 함께 그 필요성이 제기돼 온 사안이다.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특별검사를 통한 특별한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총선용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총선용'이 돼야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선거는 권력에 대한 평가와 심판의 장이라는 점에서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에 대한 판단과 심판의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를 총선용 의제로 제기하는 것은 기피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요청되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김건희 특검을 총선용으로 단정한 중앙일보의 경우 특히 지난 11월 21일자 정치부장의 칼럼을 통해 어떤 사안이든 총선과 관련 짓는 '총선용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칼럼은 ‘김건희 특검법’이 무리한 조건을 내세운 '총선용 재료' 기획이며 개인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김 씨의 인권을 훼손한다고 쓰고 있다. 이 칼럼은 특히 새로운 논리를 펼쳐 주목을 끌었는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벌어진 일로서, “백번 양보해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일부 관여했다고 치더라도 영부인이나 검찰총장 부인으로 저지른 비리가 아닌, 10여 년 전 사인(私人) 김건희를 겨냥해 국가가 특검을 하겠다면 이거야말로 코미디요 권력 남용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짧게는 지난 1년 반, 길게는 3년여 간 김건희 씨가 대통령과 검찰총장의 배우자였던 기간 동안의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어떤 식으로 이뤄져 왔는지에 대해 명백한 호도를 하고 있다. 

김건희 씨의 의혹을 전 정권에서 '탈탈 털었다'는 말은 허위 주장이다. 김건희 씨 본인은 계좌만 위탁했다고 무고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동안 수사와 재판 등을 통해 증권사 직원과 매매 지시를 허가 받고 또는 요청을 하는 통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 거래 내역이 있는 엑셀 전산 기록, 종목거래내역서 등이 드러났으며 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종을 둘러싼 불법 행위를 사전에 인식했다는 의심이 상당한 근거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김 씨에 대한 소환 조사 한 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지난 2월의 1심 유죄 판결은 김건희 씨의 증권계좌의 주식 계좌들이 시세조종에 이용됐음을 인정했지만 김 씨에 대한 조사는 착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건희 씨 비리 의혹의 본질은 위의 중앙일보 칼럼이 말하듯 '사인(私人)' 시절이었던 범죄 비리 의혹 발생 시점이 문제가 아니라 배우자의 검찰총장과 대통령이라는 현재까지의 수사 지연과 부실에 있는 것이다. 

 

'총선용'이라는 비판을 내세우고 있는 이들 '보수' 언론의 논리는 이들 신문의 그간 보도에 비춰볼 때 총선용이라는 비판의 과녁을 바로 그들 자신에게로 향하게 한다. 기습적인 공매도 금지에 대해, 경제 사안의 정치적 결정의 전형적인 사례랄 수 있는 이 조치를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책 경쟁'으로 평가했던 것이 조선일보였다. 조선은 당시 1면 머릿기사로 ‘총선 어젠다 전쟁 불붙었다’는 제목 아래 여당에 의한 김포의 서울 편입 등 이른바 '메가 서울'과 공매도 금지를 '민생에 직결된' 어젠다로 칭찬했다. 이 신문은 이 기사에서 "(공매도 금지는) 애초 신중했던 금융당국을 여권이 설득한 결과"라며 정치가 경제에 무리하게 개입했다는 점을 스스로 전하면서 이를 오히려 여당의 '실적'으로 포장했다. '정쟁' 프레임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온 조선일보의 그간의 '정쟁' 비판 보도들과 비교할 때 이 신문의 이중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기사들이었다. 

이렇듯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나 검토를 거쳐 나온 정책이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이 표를 얻기 위해 불쑥 던진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 환호를 보냈을 뿐, ‘집권여당의 무책임성과 선심성’을 비판 지적한 적이 없었던 이들 '보수' 언론이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는 총선용이라는 이유로 규탄하고 있다.  

총선용 비판, 총선용 보도를 하고 있는 '보수' 언론의 이중성, 자기모순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보도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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