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 중장비 동원 조형물 2개 기습 철거
서울시 “여론조사서 65%가 철거 동의했다”
오세훈 “시민단체, 무엇이 상식인지 모르는 듯”
시민단체 “개인 작품 아닌 할머니 생애 담긴 것”
서울시가 서울 남산 ‘기억의 터’ 조형물을 철거했다. 이에 따른 시민단체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5일 오전 6시부터 2시간에 걸쳐 중장비를 동원해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조형물 철거 작업을 완료했다.
서울 남산 ‘기억의 터’는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시설물이다. 작가 임옥상 씨가 성추행 혐의로 1심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임 작가가 만든 조형물을 서울시가 전격 철거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앞서 4일에도 철거 작업을 시도했으나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날 서울시가 ‘기억의 터’ 조형물을 전격 철거하자 시민단체들은 철거 반대 집회를 열었다.
‘기억의 터 건립추진위원회’ (추진위)와 정의기억연대 등 단체들은 “합의 없는 일방적 철거는 여성 폭력 지우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지난달 31일 철거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시의 철거 방침이 추진위의 작품 소유권, 약정에 따른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취지였지만, 법원은 이를 각하했다.
서울시는 철거를 강행하면서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들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65%가 ‘임 씨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라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작가 이름만 삭제하고 조형물은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은 23.8%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철거 작업이 마무리된 후 위안부 피해자들을 제대로 기릴 수 있도록 조형물을 재조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많은 시민단체가 같은 사안을 두고도 ‘우리편’이 하면 허물을 감싸주고 ‘상대편’이 하면 무자비한 비판의 날을 들이댄다”면서 “오랜 세월 진영논리에 젖어 사고하다 보니 무엇이 상식인지도 모르는 듯하다”라고 밝혔다.
반면 기억의 터 건립추진위원회 등 61개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서울시의 철거를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여성 인권과 평화의 터를 짓밟고 깨부수었다”면서 “새벽부터 모인 100여 명 시민의 절절한 제안에 대한 답이 반성폭력 역사 지우기라는 것이 참담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가 철거한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은 임옥상 개인의 작품이 아니다”라면서 “‘대지의 눈’에는 고 김순덕 할머니가 그리신 ‘끌려감’ 작품과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생애와 말들이 새겨져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철거는 임옥상 지우기가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역사 지우기, 여성폭력 저항의 역사 지우기”라면서 “서울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피해자를 기리는 일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똑똑히 지켜보고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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