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영업현장'에 '비극' 연상 티셔츠·모자

'미사일 나는 분단국' 외국인 불안감 가중우려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천안함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한 채 20일(현지시간) 파리의 몽소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2023.6.20 [공동취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천안함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한 채 20일(현지시간) 파리의 몽소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2023.6.20 [공동취재]

프랑스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파리의 숙소 근처에 있는 몽소 공원에서 오전 9시부터 30여분간 천안함 로고가 새겨진 검은색 티셔츠에 모자 차림으로 산책했다.

티셔츠 앞쪽에는 ‘PCC-772’라는 천안함의 공식 함명이 쓰여 있었다. 뒤쪽에는 천안함 그림을 배경으로 희생자 수를 뜻하는 ‘46’, 구조작전 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를 가리키는 ‘+1’, 피격된 해인 ‘2010’ 등의 숫자가 보였다.

모자 앞쪽에는 천안함 함정 그림, 왼편에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다. 이 모자는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2021년 6월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 씨로부터 받은 선물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는 천안함 희생 용사들을 늘 생각하고 있다”며 “특히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고, 해외 출장에서도 잊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모자와 티셔츠를 챙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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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티셔츠와 모자 착용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성공시키기 위해 출장 간 ‘영업사원 1호’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툭하면 북한 미사일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분단국가’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이게 현실이다. 그런 외국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고 부산엑스포 유치 성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구태여’ 천안함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했으니 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천안함 희생자들을 늘 생각하고 있다니 고마운 일이다. 해외 출장에서도 잊지 않고 있다니 더욱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영업하러 간 곳, 피 말리는 외교 현장에서 굳이 ‘천안함 패션’을 선택한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파리에서 열린 BIE 총회의 경쟁 프리젠테이션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영어로 연설하는 성의를 보였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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