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편향’ 내세워 언론장악 본격화 의도인가

대통령실 ‘언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불만 표시

노동자 폭력 진압하고도 “언론이 편향보도” 궤변

실제론 언론 비판 부족…노골적 ‘친윤매체’도 다수

낮은 지지율 진짜 이유는 윤 가족비리·외교참사에

경제무능·검찰독재에 국민들 진절머리 났기 때문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 집권 1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30%대로 같은 시기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거의 최저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 ‘언론 탓’이라는 주장이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지지율이 80%에 육박했으니(갤럽 조사결과)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윤 대통령은 속이 쓰릴 만하다. 탄핵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같은 정당의 전임자인 박근혜 대통령도 1년차에는 55%가 넘었다.

대통령실의  ‘기울어진 운동장 탓’ 주장에는 두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첫째 윤 대통령이 사실은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거나 그렇게까지 잘못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그런데도 언론이 잘못 보도해서 일방적이고 과도하게 부정적 여론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채널A 영상 캡쳐 사진.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채널A 영상 캡쳐 사진.

대통령실의 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언론은 살아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되 거짓보도나 왜곡보도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보도해야 한다. 또한 치우치지 않도록 공정하게 보도해야 한다. 언론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 이는 비판받아 마땅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그게 아니라면, 언론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과 여당의 ‘언론 탓’ 주장에 강력히 항의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신뢰도 세계 꼴찌인 한국 언론의 얼굴에 또한번 먹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능과 실패를 성찰하고 개선하려는 생각은 않고 남 탓이나 하고 있는 대통령실과 여당을 언론은 더 준엄하게 비판해야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주장은 맞지만, 그러나 그 기울어짐은 오히려 윤석열 정부에게 ‘일방적이고 과도하게 유리한 쪽’이다. 그러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이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라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주장은 터무니없는 궤변이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극히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 다수의 언론들은 윤 대통령 집권 1년 동안 대통령과 정부에 호의적 보도를 이어왔다. 특히 여론형성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일부 거대 언론들은 윤 정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커녕 마치 한몸처럼 대통령의 무능과 실정을 감싸는 보도를 계속해 왔다.

이관섭 수석이 ‘기울어진 운동장 탓’을 언급하며 사례로 든, 지난달 31일 고공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간부에 대한 경찰의 진압 관련 보도가 그렇다. 이 수석은 한국노총 간부가 ‘칼을 소지하고 쇠파이프를 던지는 모습’은 보도하지 않고 경찰의 강경진압 장면만 부각시켰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여러 언론에 보도된 고공농성 한국노총 간부에 대한 경찰 진압 뉴스를 보면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기울어진 운동장’ 주장은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 ‘둔기 든 금속노련 간부 구속’(TV조선), ‘쇠파이프 저항에 경찰봉 제압’(채널A), ‘경찰에 쇠파이프 폭력’(한경, 서경, 국민), ‘범죄도시 악당 휘두르던 정글도 등장’(매경), ‘정글도·쇠파이프 휘두른 광양 망루 농성 진압’(조선), ‘42㎝ 칼 휘두르다 경찰봉 맞았다’(중앙) 등 여러 언론들이 농성 노동자가 무장한 경찰 4명에 저항하는 영상을 부각하거나 쇠파이프와 칼, 특히 ‘정글도’를 휘둘렀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 경향, MBC, JTBC, KBS, YTN 등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말할 정도로 ‘일방적이고 과도한’ 언론의 정권 비판 보도였을까?

 

윤 대통령 집권 1년간 언론 보도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언론이 ‘줄기차게 왜곡보도를 하거나 일방적이고 과도한 정부 비판 보도를 해왔다’는 대통령실의 주장은 더 기가 막힌다.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으로 출국할 때마다 말실수, 망언, 비속어 파문, 대일 굴욕외교 등 외교참사가 벌어졌지만 일부 ‘친윤언론’을 포함해 많은 언론이 이에 대해 ‘일방적이고 과도하게’ 비판하는 보도를 본 적이 없다. 한미정상회담 당시에는 주요 언론이 윤 대통령의 미국 핵공유 선언, 영어연설, 영어노래 부르기를 극찬하며 오히려 일방적이고 과도한 ‘정상회담 성과 찬양보도’가 쏟아져나왔을 뿐이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은순씨의 주가조작, 논문표절, 아파트개발 특혜 의혹, 그리고 사이비 무속인의 국정개입 의혹 등 여러 문제에 관해 대부분의 언론은 질문도, 취재도 하지 않고 있다. 물가상승, 환율급등, 주가하락, 수출감소, 무역적자 지속, 가계부채 불안, 자영업 위기 등 총체적 경제 적신호가 켜져도 언론은 조용하다. 일본의 위안부 문제 사과, 양곡법과 간호사법 관련 대통령의 말바꾸기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별로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사태 이후 MBC기자를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했고 시민언론 민들레, 더탐사, MBC 등 몇몇 비판 언론에 수십차례 압수수색을 가해도 언론은 순한 양처럼 잠잠했다. 지난해 말 이태원의 한 골목길에서 150여명의 청춘이 숨을 거둔 사회적 참사를 두고도 언론은 윤 정부의 '희생자 명단 비공개’ 방침에 적극 협조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시청 앞에서 수천, 수만명이 모여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분노의 목소리를 외쳐도 대부분의 언론은 모른 척하고 있다. 언론계 내에서도 ‘애완견’ ‘순한 양’이란 자기비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노무현, 문재인 등 민주당 출신 대통령 시절 ‘경제파탄’이니 ‘부동산정책 실패’를 들어 거의 모든 언론이 사냥개처럼 몰아치듯 공격했던 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이런 상황인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 운운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 이렇게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데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뿐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년 내내 바닥 수준을 면치 못하는 것은 본인의 막말과 망언, 굴욕외교, 경제무능, 검찰 횡포, 숱한 가족 비리 때문이지 언론 때문이 아니다.

이런 황당한 궤변을 정색하고 반박하는 게 민망한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여당이 계속 이런 주장을 하는 데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기울어진  운동장 탓’을 자꾸만 내세워 아예 운동장을 손보겠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 마침 과거 정부에서 ‘언론장악 전문가’로 악명높은 인물이 이 정부의 첫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언론의 운동장이 권력을 향해 더 기울어진다면 애완견 언론들은 권력의 품으로 더 깊이 파고들겠지만, 권력감시라는 언론의 본령에 충실한 감시견 언론은 낭떠러지로 내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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