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의 날' 학계 발표 빌어 담뱃값 인상론

부족한 세수 메우려는 속셈 아닌지 우려

저소득 집단에 인상부담 더 과중되는 경향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연합뉴스 자료 사진

“8년째 담배값 4500원, 가격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

이틀전 조선일보 기사다.(인터넷판 기준) 이 기사는 지난달 31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6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식 및 포럼’에서 “효과적인 흡연 규제를 위해 담배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학계의 목소리지만, 정부가 개최한 포럼에서 논의된 주제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담뱃값 인상으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고 덧붙였다. 포럼에 참여한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의 “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을 내놓지 않으면 담배 규제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는 발언도 전했다.

“4500원→8000원, 담배값 너무 심해?” 꽁초 쓰레기가 너무 심했지

어제 헤럴드경제가 내보낸 기사다. 전반적으로 꽁초가 일으키는 환경 문제를 지적한 기사인데, 위 포럼에서 나온 “금연을 위해 담뱃값 인상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함께 소개했다. 다른 여러 매체들도 비슷한 논조로 담뱃값 인상 관련 기사를 앞다퉈 출고했다

 

‘난데없이’ 담뱃값을 올리자는 말이 나오니 의심이 든다. 국세가 덜 걷히는 바람에 ‘세수 부족’이라는 말로도 모자라 ‘세수 펑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요즘의 상황 때문이다. 부족한 세수를 담뱃값 인상으로 벌충해보자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5년에 담뱃값 인상이 있었다. 그때 담뱃값 인상은 효과적인 금연으로 이어졌을까. 결론은 ‘아니다’였다.

김영직 교수 등이 2017년 2월 발표한 논문 <담배 가격 인상 정책의 흡연 감소 효과>(한국사회와 행정연구 제27권 제4호)를 보자. 2015년에 시행된 담배 가격 인상 정책의 효과를 확인할 목적으로 흡연자 245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

논문은 “담배 가격 인상 정책이 흡연량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매년 흡연량이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과 단기적 가격 충격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실제 효과는 이보다 작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가처분소득 하위집단에 비해 중위, 상위 집단의 소득이 각 3배, 6배 높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시행에 따른 일 평균 흡연량의 차이가 두 집단과 1개피 밖에 나지 않았다”는 결과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담뱃값 인상 부담은 소득이 낮은 집단에 상대적으로 더 과중되는 경향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납세자연맹
한국납세자연맹

다시 지난해 설귀환 교수 등이 <재정학 연구>(통권 113호)에 발표한 <2015년 담배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흡연율 효과의 동태적 분석>을 보자.

이 논문은 “(흡연자들은) 담배 소비세 인상에 대해 금연이 아닌 담배 소비량 감소로 대응하였다는 점에서 2015년 담배 소비세 인상은 흡연율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2014년 이전부터 흡연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는 점과 2017년을 정점으로 담배 소비세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서 간접적으로 확인된다”고 밝히고 있다.

논문은 결론적으로 근본적인 금연을 위해서는 “담배 소비세를 이용한 담배 가격 인상과 같은 가격 정책 외에 금연지원센터 활동과 같은 각종 금연 사업, 금연 홍보사업 등을 동시에 활용하여 흡연자들이 단기적으로 담배소비량을 줄이되 궁극적으로 금연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담뱃값 인상이 금연으로 가는 왕도(王道)가 아니라는 얘기다.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담뱃세 인하하라’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명한 사람들은 5일 오전 현재 1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담뱃값을 올리면 이 서명 운동은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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