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년을 말한다 : 에너지 분야
정권 잡자마자 재생에너지 신규사업 전면 중단
복마전이라도 되는 양 문 정부 '태양광 사업' 조사
핵연료 폐기물 대책 없이 원전비율 상향 조정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시민언론 민들레는 창간사 첫 마디에서 윤석열 정권 6개월을 '거대한 퇴행의 시대'라고 규정했습니다. 다시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현 상황을 집중 분석하는 '윤석열 정부 1년을 말한다' 기획 기사를 8일부터 닷새간 연재합니다. 12일에는 마지막으로 전문가 좌담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검찰 수사가 재생에너지 정책이라고?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두 장면이 있습니다.
하나. “RE100이 뭐죠?” 2022년 2월 3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가 한 말입니다.
둘.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태양광 지원 사업에 투입된 전력기금 12조 원에 대해 전수조사를 지시하면서 엄단 방침을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인 2022년 9월 15일의 한 장면입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출근하면서 지금은 사라진 이른바 도어스테핑을 통해 “혈세가 이권 카르텔 비리에 사용돼 개탄스럽다”고 하면서 “위반되는 부분은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날 우연치고는 참으로 기가 막힌 시점에 삼성전자가 미루고 있던 RE100 가입을 선언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태양광 비리 전수조사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전무후무한 ‘검찰 수사 정책’이 전부였습니다.
그 이틀 전인 9월 13일, 국무조정실은 전국 기초단체 중 12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태양광 사업 불법·부당 집행 사례가 총 2267건, 액수는 2616억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12곳의 표본 조사가 아니라 전국 226개 기초단체를 전수조사한 결과였습니다.
2022년 10월에는 금감원이 문재인 정부 때의 민간 금융기관 태양광 대출·펀드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습니다.
조만간 윤 정부 1주년을 맞아 검찰의 문재인 정부 태양광 비리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될 것입니다. 버섯을 재배하지도 않으면서 버섯재배사라고 허위로 신고하고 높은 가격으로 태양광 전력을 판매한 비리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마치 태양광 사업 전체를 무슨 비리 카르텔의 복마전이라도 되는 양 공격하는 것은 참으로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쥐 한 마리 잡기 위해 건물을 통째로 불질러 버리는 미친 짓과 하나도 다를 바 없습니다.
윤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 1년, 그냥 ‘전면 중단 정책’!
당연히 태양광을 비롯한 한국의 재생에너지 신규 사업은 윤 정부 들어서자마자 전면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초기 설비투자비의 금융 지원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민간 은행의 태양광 대출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나서서 전수 조사하는 마당에 어떤 금융기관이 태양광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일으킬 수 있겠습니까.
2022년의 태양광 신규 설비용량 3003MW는 이미 윤 정부 이전에 허가를 받아 건설된 태양광 설비용량입니다. 윤 정부 들어서 메가와트 단위의 태양광 신규 허가는 거의 없습니다.
오죽하면 글로벌 RE100 캠페인을 주관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클라이밋그룹이 2022년 11월 25일 대표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 후퇴를 강력히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을 정도입니다.
2022년 8월 30일 발표한 한국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문재인 정부와 달리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8.7%나 줄인 21.5%로 낮췄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낮춘 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이 유일합니다.
대신 원전은 8.9% 높여 원전 비중을 32.8%로 끌어올렸습니다.
마이크 피어스 RE100 대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긴급하고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경제 잠재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RE100 캠페인에 동참한 국내외 기업들을 대변해 서한을 보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기업들이 클라이밋그룹을 통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축소와 중단 정책으로 심각한 수출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는 위기감을 토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년간 바보같은 짓”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에 대해 “5년간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극언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윤 대통령 자신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오고 있는 중입니다.
2030년까지 원전 비율 30%대 상향 조정을 위해서는 신규 원전 6기 이상을 지어야 합니다. 이제는 거의 불가능한 원전 부지 확보 문제와 10년 이상 걸리는 원전 건설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이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꿈에 가깝습니다. 10기 이상의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공약도 이명박 정부의 80기 수출 공약처럼 허무맹랑한 소설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사용후핵연료 폐기물 처리조차 영구처분장을 마련하지 못해 기존 원전 시설에 포화상태로 임시저장을 이어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무엇보다도 원전은 RE100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사실 삼성전자가 RE100 선언을 했지만, 지금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는 삼성전자 한 기업의 전력 소비량도 80% 정도밖에 못 채웁니다.
태양광 전면 중단 상태가 몰고 올 내일은 너무도 확실한 내일입니다. 한국은 지금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너무나 적어 수출도 막히는 나라로 국제 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바보같은 1년에, 앞으로 남은 바보같을 4년이 그저 참담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권력자인 국민이 정책 결정하는 에너지 민주주의 실현해야
윤 정부 1년을 평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후퇴를 거론합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평가입니다.
한국은 주권자인 국민이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실제로 행사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제개정하고 국가의 주요 정책과 제도를 결정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모든 권력을 대통령과 국회, 검찰, 법원 등에 위임하는 엘리트 대의정 국가입니다. 민주주의 자체가 없었는데 무슨 후퇴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 정부가 재건된 지도 몇 세대가 지나 80여 년에 가까워옵니다. 우리는 그동안 권력을 한 사람 또는 소수에게 위임하는 것이 얼마나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는지 엘리트 대의정과 대통령제의 극에 달한 폐단을 익히 경험했습니다.
햇빛발전과 바람발전 등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에너지입니다. 주권자들이 스스로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짓고 도로와 제방, 철도 등에 햇빛발전소가 들어설 수 있도록 지자체를 설득하는 에너지 민주주의가 실행되어야 비로소 한 사람의 권력자에 의해 에너지 정책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RE100 기업들의 수출길도 열어줄 수 있습니다.
햇빛에는 보수 햇빛 진보 햇빛이 따로 없습니다. 국힘당 햇빛, 민주당 햇빛도 없습니다. 바람도 물도 원자력도 보수니 진보니 여니 야니 하는 딱지가 붙을 여지는 단 한 치도 없습니다.
지난 4월 20일 윤 대통령은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개최한 ‘에너지와 기후에 관한 주요경제국포럼(MEF)’ 정상회의에 영상으로 참석해 “기후위기는 세계 공통의 언어이며 즉각적으로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부디 이런 기후행동 발언이 수출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확대 요구를 수용하는 계기가 되어 태양광 전면 중단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이 바뀔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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