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새 나간 게 문제인 듯 도청 본질 호도

한미동맹 지키기인가, 권-언 동맹 수호인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비 온 뒤 정보동맹 더 굳어질 것" 궤변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파문을 진화하려 국내 주요 언론들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가 이에 앞장서고 있지만 중앙일보가 그와 경쟁이라도 하듯이 ‘분전’하고 있다.

이들 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한미동맹을 지키려는 시도인가, 아니면 주권국가이기를 포기하는 듯한 윤석열 정부 괴이한 행태를 비호하려는 의도인가. 나아가 윤석열 정부와 한몸처럼 돼 있는 권력과 언론 간의 동맹을 지키려는 안간힘인가.

 

중앙일보의 17일자 1면 머릿기사.
중앙일보의 17일자 1면 머릿기사.

중앙일보는 17일자 1면 머릿기사로 ‘정보유출 비 온 뒤 정보동맹 더 굳나’라는 제목을 달아 내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기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감청’도 아닌 ‘정보 유출’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도청’이 명백한 이 사안에 대해 국가와 국가 간에 있을 수 없는, 합법적인 행위인 감청이라는 용어를 한사코 써 온 이 신문은 아예 감청이라는 말에서 더 나아가 정보 유출 사태로 규정하려는 듯하다.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정부 심장부에 대한 불법적이며 주권침해적 도청이 아니라 ‘미국 정보당국의 기밀문건 유출’이라고 이번 사태를 이름 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 표현대로라면 이 사태의 본질이 주권국가이자 동맹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법 도청이 아니라 미국의 기밀문건이 새 나간 것에 있다는 논지다.

이 기사는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이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로 국내 여론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면서 ‘악의가 없는 도청이어서 괜찮다’는 해명을 해명이라고 내놓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양국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상호간에 의기투합이 돼 있다”는 말을 그대로 옮기고 있다. ‘궤변’이라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김 차장의 인식이며 발언이지만 중앙일보는 그의 말을 충실히 전하면서 한미동맹이 더 굳어지는 계기로 삼자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창의적인 왜곡 프레임 명명’ 어디까지 나아갈까

이 기사의 제목 ‘정보동맹 비 온 뒤에 한미 정보동맹 땅이 더 굳어진다’가 말하고 있는 논지를 따르자면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도청은 차가운 비나 난데없는 태풍이 아니라 가뭄 때의 봄비, 단비로 여겨야 하는 일이 된다. 그렇다면 도청 사태는 주권침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미담’이 돼버리고 만다.

도청을 감청으로, 이를 다시 정보유출로 명명하고, 한미동맹 위협 사태를 한미동맹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강변하는 중앙일보의 창의적이며 교묘한 '(왜곡) 프레임 개발’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대통령과 정부의 굴욕적인 태도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다수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7일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항의 의사를 전하기 위해 후쿠시마 현지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방문단에게 "도쿄전력과 사전약속도 없이 왜 왔느냐"는 질문을 하고 있는 중앙일보 특파원. 시민언론 더탐사 회면 캡처
7일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항의 의사를 전하기 위해 후쿠시마 현지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방문단에게 "도쿄전력과 사전약속도 없이 왜 왔느냐"는 질문을 하고 있는 중앙일보 특파원. 시민언론 더탐사 회면 캡처

한편 이에 앞서 지난 7일 일본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방문단의 기자회견 때 한국언론 일본 특파원들의 시비조 질문이 많은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특히 중앙일보 특파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13일 시민언론 더탐사를 통해 방송된 특파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중앙일보 특파원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내내 방문 자체가 잘못이라는 듯이 "도쿄전력과 사전약속도 없이 왜 왔느냐"고 민주당 방문단을 몰아붙였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에 별 문제가 없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설명을 왜 믿지 않느냐”는 식의 질문을 되풀이했다. 이 특파원은 원전 국가들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며 일본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은 점에서 IAEA의 객관성이 상당한 의문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무지와 무시를 보여 시청자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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