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흑서' 쓴 권경애 불출석 패소에 시민들 공분
'성실의무' 위반 제명 사례 있어…중징계 처분 가능
현직 변호사 "세 번 출석하지 않은 사례 첨 듣는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변협, 그동안 과태료 경징계
힘들다더니…패소 숨기고 뒤로는 SNS로 자기 정치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한 뒤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8년간 이어진 소송을 허사로 만든 권경애 변호사(58·사법연수원 33기)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징계를 위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가운데, 제명 수준의 중징계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변협이 공개한 변호사 징계처분 결과 자료에 따르면 변협 징계위원회는 지난해 2월 26일 수임 사무를 성실히 처리하지 않고 소송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의뢰인에게 알리거나 협의하지 않아 성실의무 조항 등을 위반한 조○○ 변호사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다.
변호사법 제90조에 따르면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이 있다. 조○○ 변호사에 대한 징계와 권경애 변호사 사례가 다르고, 추후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수위가 결정되겠지만, 단순 징계 사유만 놓고보면 권 변호사도 중징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인들도 대부분 권 변호사가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견해다.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24일 학교폭력 피해자 고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가해자 부모 등을 상대로 서울고등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이 권 변호사의 단순 재판 불출석으로 취하됐다. 민사소송법은 재판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하는데, 권 변호사는 지난해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등 3차례에 걸쳐 재판에 모두 불출석했다.
피해자인 고 박주원 양은 가해자들로부터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집단 따돌림을 당하다가 2015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씨는 청소 노동자 등을 하며 8년 동안이나 소송을 버텨왔지만, 권 변호사로 인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이는 법조계에서도 흔치 않는 사례라고 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권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한 번은 불출석할 수도 있지만, 세 번이나 불출석한다는 것은 처음 들어본다"고 전했다. 다른 변호사도 "재판 날짜를 착각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사무실 직원이 재판 전날 자료를 책상 위에 올려두는 등 챙기기 때문에 재판일을 놓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 1심 재판부는 가해자 부모 1명에게 책임을 물어 이 씨에게 5억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었다. 하지만 권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이마저도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변경돼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하게 됐다. 오히려 패소로 인해 피고들에게 소송비를 물어줄 판이다.
게다가 권 변호사는 불출석으로 취하된 사실을 5개월 동안이나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지난달 말 이 씨를 직접 만난 뒤에야 패소 사실을 알렸다. 사건의 주요 경과 내용이나 패소 이유 등을 성실하게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모두 변호사법 제1조와 변호사 윤리장전 제13조 등에 따른 성실의무 위반이다.
다만 변협이 실제로 권 변호사에 대해 합당한 징계 결정을 내릴지는 의문이다. <민들레>가 입수한 변협의 성실의무 위반 관련 징계 처분 자료에 따르면, 2014~2016년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13명 가운데 제명 등 중징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징계를 받은 대부분은 불성실 변론을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았고, 그 외 사건의 주요 경과내용을 의뢰인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 등이 있었지만 '정직 3개월'이 가장 수위가 높았고 이마저도 3명뿐이었다. 나머지는 △과태료 500만원(5명) △과태료 300만원(2명) △과태료 100만원(1명) △견책(2명) 등으로 경미한 수위에 그쳤다. 변협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징계 수위도 대체로 이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3회 불출석과 같은 이례적인 사안을 감안하면 권 변호사에 대해 변협이 구태여 경징계를 내릴 이유는 적어 보인다. 이 씨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이 씨에게 "작년 소송이 그리되고(취하되고)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뢰인에게 5개월이나 설명하지 않고 숨긴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본인이 직접 재판에 갈 수 없을 경우, 다른 변호사가 얼마든지 대리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변호사가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재판을 방치했다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민변 소속의 변호사는 "변호사 중에도 의뢰인에게 사기를 치거나 의뢰인 돈을 들고 도망가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고는 볼 수 없는 사례"라고 말했다.
"너무 힘들다"고 했다는 권 변호사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활발하게 '자기 정치'도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를 비판한 이른바 '조국 흑서'의 공동 저자인 권 변호사는 책이 나오기 전부터 페이스북에 진보 진영을 공격하는 글을 올리고 <경향신문> 등 언론과 정권 비판적인 인터뷰를 하며 유명세를 키워 온 인물이다.
권 변호사는 지난 2021년 5월 조국 전 장관의 회고록에 대해서도 "어디서 노무현 흉내질이고 셀프 성역화냐"고 힐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또 대선을 앞두고 금태섭 전 의원, 진중권 광운대 교수 등과 '선후 포럼(SF포럼)'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정치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첫 번째 재판 불출석한 직후인 9월 28일에도 페이스북에 "조국 사태 당시, 민주당 측은 '다시는 우리의 지도자를 악마같은 검찰 수사 앞에 내던져서 지키지 못하고 잃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다'라는 과잉의 공포를 자극했다"는 정치 논평 성격의 글을 썼고 이를 <세계일보>가 기사화했다.
정치 글은 재판 취하 이후에도 이어졌다. 권 변호사는 지난 2월 12일에도 대통령실을 비판하는 글에서 "사모펀드는 무죄라고 떠드는 민주당 지도부들이나, 조국 판결 선고 이후 조국 책 광고해 주는 전 대통령"라고 적으며,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해 <문화일보> 자회사인 <디지털타임스>가 그대로 받아썼다.
이 씨는 "주원이가 당한 학교폭력 피해소송을 맡은 이후로 (권 변호사는) 정치비판 책도 공저로 한 권, 저자로 한 권 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맡은 사건에 짓눌려서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며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소송을 공판 불참으로 말아먹은 변호사가 자식 잃고 8년을 피눈물 속에 살고있는 어미 앞에서 할 소리냐"라고 말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사실 관계 확인 등을 위해 권 변호사에게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현재 페이스북 등 SNS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잠적한 상태다. 사무실에도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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