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윤석열 정부를 말한다] 원전 분야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2.11.1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2.11.11 연합뉴스

흔히 핵발전소 안전에는 진보·보수 이념의 차이도 없고, 찬핵·탈핵의 입장 차이도 없다고 말하곤 한다. 이미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에서 경험한 것처럼 단 한 번의 사고로 인한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핵산업계 종사자들은 당장 사고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말 핵발전소 안전에 모두가 한마음일까? 당장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은 창원에서 열린 핵산업계 간담회에서 "현 상황은 탈원전이라는 폭탄이 터져 전쟁터가 되어버린 상황"이라며 "비상한 각오로 핵산업 업계를 살려달라"고 말했다.

“전시(戰時)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는 말도 했다. 현재의 상태가 전시상태이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공무원들에게 요청하는 말처럼 들렸지만, 핵산업계의 활로가 국민 안전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기간부터 윤석열 대통령 측근에는 핵산업계 인사들이 너무 많이 포진해 있으며, 이들로부터 국민 안전보다는 핵산업계가 우선이라는 조언을 듣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작년 7월 그는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해 “과거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며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정치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고 일본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이와 같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이후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실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오염수 대응 예산이 올해 30억여 원에서 내년 26억여 원으로 삭감되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발표를 한 상황에서 정작 대응 예산은 줄어드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이전이던 작년 8월 부산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원전은 체르노빌과 다르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과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며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발언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상업 운전을 앞둔 신한울 1호기와 운영 허가 심사 과정에 들어간 신한울 2호기 내부를 지난 3일 출입기자단에 공개했다. 2022.11.7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상업 운전을 앞둔 신한울 1호기와 운영 허가 심사 과정에 들어간 신한울 2호기 내부를 지난 3일 출입기자단에 공개했다. 2022.11.7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이 발언은 이후 논란이 되자 결국 삭제되었지만, 핵발전소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평소 인식을 잘 보여준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큰 문제가 아니라거나,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도 쓰나미 피해는 입었지만 발전소는 문제가 될 것이 없었고 유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도 얼마 되지 않는다는 식의 논리는 핵산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논리다. 별로 큰 문제가 아닌 것을 탈핵 진영에서 부풀려서 침소봉대하거나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팩트체크된 것처럼 이와 같은 핵산업계의 논리가 오히려 진실을 감추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같은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핵발전 정책은 ‘원전 최강국 건설’로 요약된다. 탈원전으로 피폐(?)해진 핵산업계를 일으켜 세워 세계 최고의 핵발전 강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건설이 백지화되었던 신한울 3ㆍ 4호기를 건설하거나 수명이 만료된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을 추진하겠다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당장 문제는 내년 4월부터 줄줄이 수명이 만료되는 핵발전소들이다. 1980년대 건설된 핵발전소들이 이제 하나 둘 40년 수명을 다 채웠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핵발전소 수명연장 신청 기한까지 고쳐가며, 자신의 임기 안에 18기의 핵발전소 수명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 6기는 설계수명 40년에 10년씩 두 번 수명을 연장하여 총 60년 가동 될 예정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은 사람뿐만 아니라 기계설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렇지 않아도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대한민국에서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리라고 하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또 다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노후 핵발전소가 밀집한 부산과 울산 시민사회단체들은 안전성을 확신할 수 있는 자료부터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결국 ‘원전 최강국 건설’은 핵산업계를 위한 목표일지는 몰라도 국민 안전을 위한 목표는 아니다.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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