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묘 맞은편 145m 35층 건물 허가

"시대착오적 개발논리로 문화유산 경관 훼손"

법원 "문화재 100m 거리는 협의 안 해도 돼"

오세훈 "세운4구역 재개발 최대 수혜자는 종묘"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 일대 토지주들이 "국가유산청이 재개발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부당한 행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직권남용 등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사진은 11일 서울 종묘 모습. 2025.11.11. 연합뉴스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 일대 토지주들이 "국가유산청이 재개발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부당한 행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직권남용 등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사진은 11일 서울 종묘 모습. 2025.11.11.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는 종묘 맞은편인 세운4구역에 최고 71.9m에서 145m까지 35층 높이의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정비계획을 변경했다. 유네스코는 종묘를 1995년 세계유산에 등재할 당시 "인근 지역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을 명시해 놨지만, 오 시장은 "그늘이 생기지 않으니 상관없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은 이를 두고 "대한민국 세계문화유산 1호인 종묘의 가치를 훼손하는 재개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공동위원장 손명수·이원종) 위원들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 시장의 정비계획 변경에 대해 "(세운4구역의) 재개발은 필요하지만, '북촌'이나 '종묘' 같은 문화유산은 '보존'이 생명이고 경쟁력"이라며 "문화유산의 가치는 한번 잃으면 되찾을 수 없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콘크리트 수직을 덧대어 유네스코가 인정해준 수평의 장중함을 훼손하지 말라"며 "그런 콘크리트 고층 건물은 종묘 앞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구현 가능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 재개발의 최고 높이를 변경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지난 6일 '문화재 반경 100m를 넘어선 곳에서 개발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 국가유산청과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세운4구역에서 종묘까지 거리는 180m로, 세운4구역은 법이 허용하는 반경 100m밖에 위치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화재 주변에 과도하게 압박적인 건물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도시계획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화유산청은 유네스코 권고 절차인 세계유산영향 평가가 선행되지 않은 채 초고층 건물이 지어질 수 있게 고시한 서울시에 유감을 표했다.

 

이원종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위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종묘 앞 고층 건물 개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11. 연합뉴스
이원종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위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종묘 앞 고층 건물 개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11. 연합뉴스

손명수·이원종 문화예술특위 공동위원장은 "오 시장과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이 절대다수인 서울시의회의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을 근거로 세계문화유산 1호인 종묘의 가치를 훼손하는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도시의 가치는 고층빌딩의 높이 같은 것으로 증명되지 않으며, 그 도시만이 가진 역사와 이야기인 '소프트 파워'와 문화 콘텐츠가 진정한 가치를 결정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오 시장이 또다시 시대착오적인 개발 논리를 내세우며 세계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며 "서울시장 임기는 4년이지만, 세계문화유산 종묘는 400년 뒤에도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존재할 소중한 유산"이라고 강조하며 서울시의 재개발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종로구 지역구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종묘의 경관을 훼손해 얻는 이익은 특정 사업자에게 귀속될 뿐이고 서울시민의 관점에서나 국민의 관점에서는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고 했다.

그는 "종묘 앞을 고층 빌딩으로 가리는 것은 서울의 정체성을 삭제하고 도시 경쟁력을 파괴하는 막가파식 행정에 다를 바 없다"며 "서울시 미래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를 위해 오 시장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세운4구역을 재개발하면 대규모 녹지가 생겨 최대 수혜자는 종묘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세운상가 구역이 장기간 판자촌으로 방치된 것은 높이 제한 때문"이라며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 높이 제한을 풀 이유가 있고, 세금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파트, 상가도 있어 그분들 내보내려면 이주비 등 1조 5000억 원이 필요한데 세금으로 하면 아까우니 개발하는 분들에게 비용을 전가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부라면 이걸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개발과 문화재 보호의 논리가 양립하는 것이면 오히려 서울시를 도와주는 게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회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서울시의 종묘 앞 고층 건물 개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11. 연합뉴스
서울 종로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회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서울시의 종묘 앞 고층 건물 개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11. 연합뉴스

세운4구역 토지주들은 이날 종로구 다시세운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운4구역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종묘 정전에서 600m 이상 떨어져 세계유산 보호 완충구역(문화유산으로부터 500m 이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국가유산청 등은 유네스코를 빙자해 맹목적인 높이 규제를 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세운4구역이 재개발되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해지될 것이라는 주장은 맹목적 억측이며 협박에 지나지 않는다"며 "재개발로 오히려 대규모 녹지가 종묘와 남산을 연결해 종묘가 빛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