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PD가 영화 〈추적〉을 만든 이유

재자연화는 민주주의와 후손들의 미래

“보로 막은 낙동강 물을 농업용수로 쓴 쌀에서 독이 나왔습니다. 녹조 독소 탓입니다. 그 쌀이 전국적으로 유통돼요. 4대강 보가 전 국민의 문제가 된 셈이죠. 강 주변 주민의 코에서 녹조가 원인인 독이 나온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예요.”

4대강 문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추적’을 만든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4대강 문제가 여태 풀리지 않는 건 이명박 전 대통령 등 4대강 세력의 거짓말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홍수 예방 효과가 있고, 가뭄 대책이며, 수질이 개선된다는 게 3대 거짓말이죠. 우선 보의 홍수 예방 효과는 전무합니다. 높이가 낮은 작은 댐이라 홍수가 나면 물이 넘치기 때문이죠. 제방을 넘치지 않을 정도의 물이 내려와도 그냥 넘쳐요. 보는 그래서 넘치는 강물을 담아놓을 수가 없습니다. 보는, 홍수 때 수량 조절하는 기능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수위를 높여 홍수를 가중하는 역기능을 합니다.

둘째, 가뭄 대책도 못 됩니다. 4대강은 수량이 풍부해 강 주변은 가뭄 때도 물 걱정이 없습니다. 산간이나 해안의 가뭄 지역으로 강물을 보내려면 저지대인 강으로부터 양수기로 물을 퍼올려 관로를 통해 보내야 합니다. 그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관로를 만들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어요. 박근혜 정부, 윤석열 정부도 4대강 물을 활용하겠다고만 했지 관로를 만들지는 않았어요. 결국 보에 갇힌 물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거죠. 수질 개선 효과도 0입니다. 강이라기보다 저수지이다 보니 녹조가 많이 발생해 그냥은 마실 수도 없어요. 결국 4대강은 재자연화해야 합니다. 4대강에 만든 소규모 댐-16개의 보를 해체해야 근원적으로 문제가 해결됩니다. 해체 후엔 모래를 부어 자연 상태로 만들어야죠.”

 

그는 보를 해체해 물 흐름이 빨라지면 유속이 빠른 강에서 사는 우리 토종 물고기가 돌아와 강 생태계도 복원될 거라고 말했다. 이들 강의 하구둑까지도 트면 연어, 은어 등의 회귀성 어종도 돌아와 강 상류까지 거슬러 올라갈 거라고 귀띔했다.

최 PD는 4대강 재자연화를 촉구하는 10만인 서명 운동도 벌이고 있다. 현재 서명자는 1만 명 수준이다. 그는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시민사회가 연대, 4대강 재자연화 여론을 추동함으로써 저변을 넓혀야 합니다. 재자연화는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이자 우리 후손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예요. 가칭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시민위원회 같은 논의 틀을 만들 수도 있죠.”

-미래 세대의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학교에서 ‘추적’을 상영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렇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교육부가 관심을 보이면 학교 상영용으로 영화를 재편집할 수도 있어요. 학생들에게 과연 어떤 강이 건강한 강, 아름다운 강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일종의 디렉터스 컷이군요. 이재명 대통령이 ‘추적’을 봐야 한다는 주장도 했던데, 대통령이 이 영화를 꼭 봐야 할 이유가 뭔가요?

“4대강의 재자연화 곧 강 복원엔 이 대통령도 동의해 후보 시절 공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강 복원은 많은 돈이 들어요. 환경부 김성환 장관이 독자적으로 결정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이 영화를 보면 이 대통령도 4대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될 거고, 재자연화에 대해 이재명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할 겁니다.”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해서는 주무 부처인 환경부도 나름의 큰 그림이나 로드맵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홍수 예방 댐 구실도 못하는 보를 왜 만들었을까요?

“운하를 만들려 했던 거죠. 운하를 만들려면 보를 설치해 물을 가둬야 합니다. 그래야 강물의 흐름이 정체되기 때문이죠. 운하엔 또 강의 수위 차를 조절하는 갑문도 필요한데 운하 반대 여론에 밀려 갑문은 안 만들었습니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의 정지 작업인 근거는 수심 6m입니다. 2500톤 급 화물선이 다니려면 강의 수심이 6m 이상이라야 하거든요. 낙동강 최소 수심이 6m예요. 홍수 예방이 목적이면 이렇게 강의 정중앙을 깊이 팔 이유가 없어요. 덜 깊더라도 넓게 파야 강물을 더 많이 담을 수 있죠. 배가 다녀야 하니 정중앙을 판 거예요. 4대강 사업 비용은 이렇게 주로 강바닥을 6m로 파고 보를 세우는 데 들었습니다. 이명박 씨 본인이 다음 대통령 또는 그 다음 대통령이 원한다면 그때 갑문을 달아 운하로 전환할 수 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했습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강 생태계를 파괴한 4대강 사업은 ‘미완의 운하’ 프로젝트라는 설명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추적'을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감옥에서 나온 후 "4대강을 지켜주셔서 고맙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4대강을 지킨 게 아니라 4대강에 보가 남은 거 아닙니까? 4대강론자들의 허구적 프레임을 지적해 주시죠.

“‘보는 가뭄·홍수의 해결책’, ‘4대강 살리기’라는 프레임이 대표적이죠. 강 살리기라는 말에 사람들이 현혹됐어요. 나중엔 애써 만병통치약 같은 보를 만들어 놨는데 문재인 정부가 이 시설을 파괴하려 든다고 공격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4대강 보를 철거하려 들면 이 프레임을 또 들고 나올 겁니다.”

-이명박 씨를 17년간 추적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랄까, 이명박의 실체가 뭔가요?

“토목 공사는 많이 해 봤지만 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한 마디로 전문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거죠. 그런데도 자신이 다 해 봤기에 많이 안다는 생각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였죠. 4대강 사업은 토론이 불가능한 정책이었어요. 또 토목 사업을 하던 개발주의자일 뿐인데 이미지 정치에 능하다 보니 유능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정작 민주적 통치는 머릿속에 아예 없는 사람이에요.”

-‘추적’을 보면 언론이야말로 4대강 죽이기의 공범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직을 겪은 후 MBC에 복귀해 사장을 지내셨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종편 채널을 허용함으로써 언론을 보수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든, 언론 지형 조작의 수괴 아닙니까?

“4대강 사업을 추진해 국토를 파괴했을뿐더러, 그는 언론 탄압으로 역대 정부의 성과를 무화시켰습니다. 단적으로 그때까지 공영방송 사상 신뢰도가 가장 높았던 두 공영방송을 파괴했죠. 그 과정에서 언론인을 해직시켰습니다. 또 종편엔 중간 광고를 허용해 줬어요. 그때 저널리즘만 망가진 게 아니라 매체의 변화에 공동 대응을 못하게 함으로써 공영방송의 경영도 함께 망가졌죠. 방송 종사자들이 변혁기에 실기를 했어요. 최고의 콘텐츠 생산자였던 방송이 그 지위를 잃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이명박의 공영방송 탄압입니다.”

-이재명 정부하 언론개혁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우선 공영방송 사장 뽑는 방식 등을 바꾼 방송법 개정은 상당히 잘했다고 봅니다. 뉴스 책임자 등에 대한 임명동의제의 법제화도 굉장히 잘한 일이죠. 논의 중인 오보에 대한 배액배상제 도입은 배상 요구의 주체에서 공직자, 정치인, 대기업 임원 등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자칫 언론의 탐사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공영방송을 거쳐 독립언론에 몸담고 있습니다. 언론에 대해서는 어떤 고언을 하고 싶나요?

“진실 추구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봅니다. 진실이 아니거나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는 보도는 팩트 체크 하고 상호 비판도 해야죠. 언론도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보도는 제대로 파헤쳐 기록으로 남기고요. 결국 판단은 시민들의 몫이죠.”

-역전의 언론인인데 나름의 취재 노하우가 뭔가요?

“중요하다 싶으면 거기 꽂히고, 그럼 뭔가 나올 때까지 계속 팝니다. 그렇게 오래 하다 보면 결국 이기죠. 여러 사정으로 언론인들이 조로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국 언론이 PD 저널리즘에 상당한 빚을 지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저널리즘과 비교해 PD 저널리즘은 뭐가 다른가요?

“PD 저널리즘은 출입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없습니다. 단적으로 PD는 출입처가 없어요. 그런 기득권은 없지만, 그렇기에 권력과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출입처와 유착될 일도 없고, 출입처 사정을 안 봐 줘도 되죠. 그래서 깊이 파고들어 끝까지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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