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만 챙기지 말고 공적 기여에도 앞장서야

강민정 전 국회의원
강민정 전 국회의원

최근 이재명 정부 첫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었다. 법인세율과 증권거래세율 원상복구,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주식양도소득세 과세기준 완화, AI관련 산업과 문화산업 세액공제 확대, 국내복귀 유턴기업과 지방이전 기업 세제지원 강화, 통합고용세액공제 확대, 교육비와 주거비 등 공제 확대, 1조원 이상 매출 금융·보험회사 교육세율 인상 등을 내용으로 한 개편안이다.

금융계의 황당한 교육세 인상 반발 논리

이번 개편안에서 주식양도소득세가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주식인구가 1400만에 이르고, 새 정부의 강력한 금융자본 활성화 정책 의지가 개진된 상황이라 주식 관련 세제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은행 '횡재세' 걷어 남는 교육예산 증액”이라는 제목 등으로 교육세 증액을 문제 삼는, 금융기관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다.

세금제도는 정부 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 확보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정부의 정치철학을 드러내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실로 오랜만에 교육재정 확충 목적 개편안이 포함되어 너무 반갑고 다행스러웠다. 최근 몇 년 사이 교육재정 관련 세제 논의는 부족한 고등교육 예산 확보 문제는 외면한 채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감축하는 것에 집중되어 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세금을 더 내는 것에 대해 일정한 저항심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감안한다 해도 교육세율 인상에 대한 금융기관의 반발 논리는 동의되지 않을 뿐 아니라 황당하기까지 하다. 교육 현실과 교육재정 집행구조의 특수성에 대한 몰이해, 심지어 세금제도에 대한 기본적 이해마저 의심될 논거들을 반박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기획재정부 박금철 세제실장(오른쪽 세 번째)이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 세제 개편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형렬 국제조세정책관, 박홍기 소득법인세정책관, 박금철 세제실장. 조만희 조세총괄정책관, 김병철 재산소비세정책관, 최재영 관세정책관. 2025.7.31 연합뉴스
기획재정부 박금철 세제실장(오른쪽 세 번째)이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 세제 개편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형렬 국제조세정책관, 박홍기 소득법인세정책관, 박금철 세제실장. 조만희 조세총괄정책관, 김병철 재산소비세정책관, 최재영 관세정책관. 2025.7.31 연합뉴스

직접 혜택을 받아야 세금 내는 것은 아니지 않나

1. 세금은 전 국민이 납세의무를 지며 공동체 유지와 발전을 위해 공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재원이다. 그런데 ‘교육세를 납부하는 금융회사와 그 고객은 납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금융기관의 교육세 납부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도대체 세금이 납부 주체에게 직접적 혜택이 주어져야 성립한다는 논거 자체가 가당키나 하나. 그럼 담배세는 끽연자를 위해, 주세는 술 먹는 사람만을 위해, 경마나 경륜 등에 부과되는 레저세는 사행성 레저를 즐기는 사람에게, 상속세는 상속세를 납부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가야 한다는 말인가.

2. 납세목적의 연계성을 문제 삼는 이 같은 주장에는 다음 두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초·중등교육예산은 공교육기관에 집행되는 예산이다. 첫째, 금융기관 종사자 자녀들도, 그 고객 자녀들도 모두 공교육의 직접적 수혜자다. 그리고 그 금융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구성원들 모두 교육세로 운영된 공교육 혜택을 받은 이들 아닌가. 둘째, 이런 식으로 납세목적 연계성을 따지면, 교육예산은 학부모세를 새로 신설하든가 아니면 사교육업체에서 징수하는 것으로 충당해야 된다는 논리가 된다. 애초 공교육기관은 어떤 직접적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영리성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3. 금융산업은 국가의 보증을 전제로만 성립하는 특수한 산업이다. 사실상 국가의 신뢰보증을 제공받아 운영되는 독점산업의 성격을 띤다. 그래서 코묻은 아이들의 저금통부터 먹을 것, 입을 것 아낀 임금 노동자의 땀과 눈물젖은 돈이나 피말리며 노력해 번 사업자들이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믿고 맡긴다. 그러니 공동체 전체를 대표해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의 신뢰자본에 의지해 운영되는 금융기관이야말로 가장 공공적 성격을 갖는 공교육 재원의 일정 부분을 특별히 담당하는 것이 너무나 합리적이고 타당한 일 아닌가.

44년 간 부가가치 75배 증가, 성과급 잔치 계속해 온 금융권

4. 한때 잠시 ‘횡재세’ 논의가 있었긴 하지만,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횡재세’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굳이 스스로 횡재세라는 용어를 쓰며 그 부당함을 주장하려는 것은 그나마 스스로 과도한 수익을 얻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1981년부터 수익금의 0.5%가 부과되던 금융기관 교육세율은 45년 동안 한 번도 인상된 적이 없다. 심지어 81년 이전에는 수익금의 1%를 영업세로 부과했었다. 이번 인상률은 전체 금융기관이 아닌 1조 이상 수익을 낸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제한한 것이며, 그 적용 대상은 초대형 금융·보험회사 약 60개 사로 한정될 것이라고 한다.

5. 금융권에 교육세가 도입된 1981년 금융·보험업의 국내총부가가치는 1.8조였다. 2023년 이는 138.5조에 달해 75배나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 윤석열 정부 내내 계속된 경기 악화, 최근 미국 관세 전쟁 여파로 전 국민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순간에도 금융권 성과급 잔치는 계속됐다. 벌써 올 상반기 4대 금융권 이자 수입만도 21조가 넘고 순이익은 10조가 넘었다고 한다. 예금이자는 빛의 속도로 낮추고, 대출이자는 거의 낮추지 않거나 찔끔 내린 결과라는 걸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정부가 대출액의 80, 90%를 보증해주는 각종 정책금융도 한몫했을 것이다. 올 상반기 순이익 증가율은 작년 대비 10.5%라고 한다. 그런데 초대형 금융기관에만, 그것도 0.5% 교육재정 기여를 추가 요구하는 것이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말인가.

6. 유·초·중등교육을 책임지는 전국 17개 교육청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발행한 지방채 상환이 완전 종료된 것이 불과 6년 전인 2019년이었다. 집값 폭등으로 추가세수가 생겨 추경이 잡히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2021년, 2022년이었다. 그러나 경기악화와 세수추계 오류로 인해 2023년부터 다시 지방교육재정은 축소되었고, 독자 징세권이 없어 안정적 재정확보를 위해 운영해왔던 재정안정화기금마저 대폭 헐어 쓰거나 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점점 줄어들기만 하는(할) 유·초·중등교육 예산

7. 주로 유·초·중등교육에 쓰였던 교육세는 2023년부터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일부 전환되었다. 이 외에도 지방교육세와 시·도세 전입금 축소, 학교 점유 국유지 용도폐지에 따른 부담액,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 2026년 일몰 예정 등으로 앞으로 계속 유·초·중등교육에 사용할 예산은 줄어든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방교육재정 축소 추세가 2023년부터 본격화돼 31조 3000억 원가량 결손이 발생하거나 예정된 상태라고 발표하였다. 내국세 20.79%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올해 상반기 제2차 추경에서 이미 2조 원 감액되었다.

8. 다른 분야와 달리 교육 예산은 그 구성과 집행 방식에 특수성이 있다. 교육은 교사가 한다. 당연히 교육재정에서 교사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교실과 운동장 등과 같은 학교 시설 역시 필수요소다. 이처럼 인건비와 교실의 전기요금이나 난방비 등과 같은 필수시설 유지비는 경직성 경비다. 교육재정에는 이처럼 경직성 경비 비중이 높다. 그러니 교육예산이 줄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 경험을 제공할 직접적인 교육활동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9. 교육청과 학교 예산에서 이월금은 낭비나 집행의 무능 결과가 아니다. 유·초·중등학교에서는 수업과 활동이 이루어지는 학기 중에는 규모가 큰 시설 개선공사는 할 수 없다. 수업에 지장을 주거나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긴 겨울방학으로 대부분의 학교는 큰 공사를 몰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큰 공사비 집행 주체인 교육청 회계연도는 1월부터 시작해 12월 말까지이기 때문에 구조적인 이유로 방학 중 공사비를 이월처리할 수밖에 없다. 또 학기 개시에 맞춰 3월 초부터 다음해 2월 말까지가 회계연도인 학교에는 예산이 3월 말경 내려온다. 따라서 전국 1만 1800여 개 학교에 집행되는 규모가 큰 시설공사비나 새 학년도 시작을 위한 학교예산을 이월금 처리하게 된다. 해마다 이월금이 크다는 지적은 이와 같은 회계처리상 특수성에 대한 무지의 결과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D-100일을 하루 앞둔 4일 부산 수영구 덕문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2025.8.4 연합뉴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D-100일을 하루 앞둔 4일 부산 수영구 덕문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2025.8.4 연합뉴스

아이들은 줄어도 더 많은 교사, 지원체계, 돌봄이 필요하다

10.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준다고 유·초·중등교육예산을 줄이자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전국 초·중·고교 자살위험군 학생 증가, 유·청소년 우울증 증가 가속화, 10년 새 청소년 자해·자살 입원률이 86.7% 증가했다. 세계 최고 입시경쟁교육 결과다. 최근에는 4세 고시, 7세 고시까지 등장했다.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사회·교육체제의 고통을 아이들이 감당하고 있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교사, 더 많은 지원체계와 돌봄이 필요하다. 똑같이 저출생으로 입대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국방선진화라는 정책기조로 2023년 57조, 2025년 62조였던 국방예산을 2029년에는 89조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아이들이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사회적 발언권이 없다는 이유로 교육예산을 쉽게 줄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11. 우리나라 고등교육예산은 OECD 평균의 60% 수준이다. 과학기술 경쟁력이 세계 경쟁력이 되고 있다면서 대학교육에 투입하는 고등교육예산을 이대로 두어도 되나. 이재명 정부는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연구중심대학을 집중 육성하여 국가경쟁력도 높이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 수년간 매해 2~3조의 추가예산이 필요한 일이다. 금융기관 교육세율 인상을 반대하며 교부금 얘기만 늘어놓지만, 실은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에 따라 유아교육예산을 제외한 교육세 50%는 대학교육에 쓰이게 되어 있다. 이미 부족한 고등교육예산을 교육세 일부를 전용하는 방식으로 유·초·중등교육예산에서 떼고 있으니 교육세가 증액되지 않으면 유·초·중등교육예산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 업장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 위한 수지타산도 할 줄 알아야

교육세율 인상을 피하고 싶어 하는 금융기관 관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특별히 유능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금융기관 아닌가. 자기 업장의 수지타산만 계산하지 말고 무엇이 국가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지도 계산해주길 바란다. 게다가 이미 많은 국민들은 다른 산업과 달리 우리 공동체와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특별히 높은 산업이 금융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 특별한 공적 기여 책임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그에 비례해 높다는 점도 유념해주길 바란다. 아이들을 살리고, 국가를 발전시키는 일에 함께 나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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