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의 낡은 얘기, '조기 종영' 될 것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모습. 2022.5.2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모습. 2022.5.2 연합뉴스
최배근 건국대 교수
최배근 건국대 교수

「백투더퓨처」나 「트래블러스」, 한국의 최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등까지 시간여행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중요한 소재거리다. 시간여행은 많은 사람이 꿈꾸는 로망이기도 하다.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현재(미래?)의 불행한 혹은 심지어 비극적 상황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경제적 불행을 바꾸고 싶거나 인생을 구렁텅이에 빠뜨린 순간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나, 심지어 욕망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고 뒤늦게 후회하며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자기 삶을 바꾸고 싶기 때문이다. K-문화를 만들어낸 대한민국답게 정치에서도 시간여행이 유행이다. 문제는 사람이 과거로 돌아가 현재의 대한민국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람이 미래(현재)로 가서(와서) 미래(현재)를 바꾼다(바꾸려)는 점에서 ‘비극’이라는 것이다. 다음 인용 글은 ‘박정희의 비극’으로 끝난 유신체제 말기, 1979년 상황에 대한 역사 기록 일부다.

“1966년에 설립, 국내 최대의 가발수출업체로 급성장한 YH무역은 70년대 중반부터 수출 둔화와 업주의 자금 유용 및 무리한 기업 확장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든 데다 75년 노조가 결성되어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자 79년 3월 30일 폐업을 공고했다. 이에 노조는 4월 9일 대의원대회를 소집, 회사 정상화 방안을 채택한 뒤 이를 관계기관에 발송하는 등 YH무역을 살리기 위해 사력을 다했으나 회사 측과 정부 당국이 시종 무성의한 태도로 나오자 4월 13일부터 장기 농성에 돌입, 강제 해산시키려는 경찰과 농성을 계속하려는 노동자들 간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마침내 8월 9일 도시산업선교회의 알선으로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신민당사 농성을 감행했다. YH무역사태가 국회에서 정치문제화되는 등 내외의 도전에 직면하여 극도로 긴장해 있던 박정희 정권은 8월 11일 새벽 2시 이른바 <101호작전>을 개시, 경찰 1000여 명이 신민당사에 난입, 농성노동자 172명을 강제 해산시키고 신민당 의원 및 취재기자들을 무차별 폭행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김경숙 양이 추락, 사망하고 1백여 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신민당 의원들이 <8·11폭거>를 규탄, 18일간의 항의 농성에 돌입한 데 이어, 종교계·언론인·자유실천문인협의회·해직교수협의회·민주청년협의회 등 여러 민주화운동세력이 반유신투쟁에 떨쳐나섬으로써 YH사건은 명실공히 노동자에서 보수야당에 이르는 범민족세력의 공동전선을 형성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곧 김영삼 총재 제명 파동과 부마민중항쟁으로 이어져 10·26사태의 도화선이 되었다.” (한국사사전편찬회, 「한국근현대사사전」, 2005. 9. 10.)

79년 막 내린 유신체제의 완벽한 부활

현재의 윤석열 정권은 집권여당 국회의원들에게 권력의 거수기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 정권의 말을 듣지 않거나 권력에 도전하는 여당 정치인들을 반당분자로 몰아 숙정하며 집권 여당을 ‘21세기 버전의 유정회’로 전락시키고 있다. 또한, 자신에게 도전하는 야당 대표를 몰아내기 위한 공작을 하고, 야당 당사 및 비판언론 등에 경찰병력을 투입하고, 노동조합에는 국정원까지 투입한다. 이때다 싶어 일부 야당 정치인들은 (말로는 국민과 당원 등을 내세우지만) 오로지 자신만의 이득을 위해 자기 당 대표에게 사퇴하라며 (결과적으로) 독재권력에 부역질한다. 역사는 (자기 당 대표를 몰아낸) 이런 정당을 ‘독재권력의 2중대’로 기록한다. 마침내 검찰독재로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등 대한민국의 위기를 의식한 사회원로들이 "윤석열 정권의 등장과 함께 한국 국민은 검찰 독재와 파국적 경제위기, 그리고 엄습하는 핵전쟁의 위험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며 나섰다. 정치군인 대신 정치검사로 역할이 바뀌었을 뿐 이 정도면 유신체제의 완벽한 부활이 아닌가.

지난해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후퇴가 개인의 경제적 삶과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톡톡히 경험하였다. 아래 표는 윤석열 정권 8개월(5월~12월)의 경제성적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전 문재인 정권의 첫해와 마지막 해의 8개월을 비교하였다. 보수 정권이 가장 중요시하는 경제지표가 성장률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0.4%로 곤두박질쳤다. 윤석열 정권 지지층 중 일부는 경제성장률이 낮은 것은 전 세계 공통 현상이라고 한다. 결코 아니다. 우리보다 일인당 국민소득과 경제 규모가 큰 G7이 한국보다 성장률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수치가 나온 미국은 같은 기간 1.4%를 달성했다.

또 일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진 적폐의 결과라는 이른바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린다. 그럼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적표는 박근혜 정부의 탓이란 말인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적표가 좋다는 것은 인정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증가한 국가채무 규모로 경제를 말아먹었다고 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국가채무 증가도 박근혜 정권의 결과물 아닌가. 최소한 논리의 일관성만은 가져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코로나 팬더믹 기간 2년(2020년과 2021년) 간 국가채무액 증가가 역대 최고인 것은 맞는데, 다른 주요국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해당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액 증가분도 크게 낮았다. 사실 대한민국 가계채무가 세계적 수준이 된 것도 정부지출이 너무 적은 탓도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8개월 간 국가채무액 증가가 2020년과 21년 두 해의 연평균 66조 원보다 큰 것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 추경호는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 수출 부진 때문이고, 화물연대 파업 탓이라 한다. 그런데 +0.3%를 기록했던 3분기의 무역수지가 183억 달러 적자였다. 4분기는 –0.4%를 기록했는데 무역적자는 184억 달러로 3분기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 윤석열 정권은 경제성적을 모두 남 탓으로 돌린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러다가는 명절 이후의 혹한도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조선일보 등은 열심히 논리를 만들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근원물가는 에너지나 농산물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을 지적하면 우크라이나 전쟁 탓으로 돌릴 것이기 때문에 근원물가 상승률로 비교한다(필자 주). 출처: 한국은행, 한국무역협회, 통계청, 기재부
근원물가는 에너지나 농산물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을 지적하면 우크라이나 전쟁 탓으로 돌릴 것이기 때문에 근원물가 상승률로 비교한다(필자 주). 출처: 한국은행, 한국무역협회, 통계청, 기재부

시장을 붕괴시키는 ‘윤석열표 시장주의’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은 중요하다. 2020년 3월 전후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며 팬더믹 위기 상황 속에서 세계 최고의 의료 기술 및 방역 시스템 등을 가진 선진국조차 경제는 수직 낙하하였다. 아래 표는 팬더믹 충격을 맞은 OECD 전체 회원국의 2020년 2분기(전기 대비) 성장률과 G7 국가 및 G20 국가의 평균 성장률이다. OECD 회원국 모두가 예외 없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코로나 팬더믹은 전대미문의 충격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성장률이 유독 눈에 띈다. 영국이 –21%를 기록했던 상황에서 한국은 –3%로, 방어를 가장 잘한 국가였다. 이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이었을까? 윤석열 정권의 답은 명확하다. 2016년에 끝난 박근혜 정권의 업적이라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잘한 것은 모두 우리가 만든 것이고, 못한 것은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는 방식은 (잘못을 법적으로 물을 수 없기에 잘못해도 증거가 없으면 인정하지 않고, 증거가 제시되어도 침묵으로 무시하면 되는) 정치검찰의 전형적 ‘무오류주의’이다.

 

                                    <2020년 2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단위:%. 출처: OECD
단위:%. 출처: OECD

정치검찰의 무오류주의가 부르는 시장의 공포

윤석열 정권의 무오류주의는 정권을 필연적으로 ‘잘못 낀 첫 단추의 늪’에 빠지게 한다. 부동산 시장이 파국으로 빠지는 배경이다. 시장이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사회적 이익에 반할 경우) 제도가 갖는 내용의 결함을 시정하면 된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는) 시장이 (특정 집단의 관점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시장 거래량이나 가격에 개입할 때 '잘못 낀 첫 단추의 늪'에 빠진다. 거래량과 가격의 개입 다음에 (독재 권력이 저지르는) 대표적인 실수가 '정보 차단'이다. 소비자 등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학원론에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으로 (거래자 모두가 같은 정보를 보유해야 하는) '정보의 대칭성'을 말한다. 그래야만 거래하는 상품에 대해 제대로 된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재 권력은 스스럼없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조장한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일부 권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는 등 사실상 모든 규제를 해제한) 1·3 대책에서 민간단지의 분양 계약률에 대한 공개 의무를 삭제하였다. 사업자들이 당첨자 이탈을 염려하고, 무순위청약으로 이어지면 사업자에게는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정보가 차단된 시장 참여자들은 초기에 당황하지만 결국 (어둠 속에서 움직임이 느려지듯이) 시장거래를 위축시킨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말처럼 정보 차단은 실패하고, 정부가 (오죽하면) 정보를 차단했을까 하는 의혹과 두려움 등이 증폭되며 시장은 죽어버린다. 12월 민간 미분양 주택량이 서울(340채)과 경기도(488채)에서 11월에 비해 788채가 증가하였다.

정부의 모든 대책이 효과를 상실한 후 시장에는 공포만 남게 된다. (기업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익 추구에 대한 지원과 경제적 약자에게 정글의 법칙을 들이대는) ‘사이비 시장주의’를 표방한 윤석열 정권에서 역설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시장 죽이기’가 진행되는 배경이다. 70년대에서 날아온 윤석열과 정치검사들의 시간여행은 정말 재미가 없다. 드라마나 영화는 시장에서 외면당할 때 조기에 종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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