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푼 더 내줬다고 연연 말자, 승부는 지금부터

내수 산업생태계 복원하며 독자성에 사활 걸자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경제학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경제학

4차 유예 끝에 트럼프발 관세 협상이 타결되었다. 일본, EU와 동일조건인 상호관세 15%로 트럼프가 윽박지르던 25% 관세보다 10% 하향 조정되었다. FTA 무관세였던 한미 양국 관계가 고관세로 전환해서 부담되고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고성이 오가는 등 협상이 격렬했다는 소문처럼 과거와는 달리 한국 측이 무기력하게 무너지지 않은 것 같아 나름 훌륭하다. 더 좋은 성과를 바랐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경쟁국들과 최소한 동격 유지, 쌀 TRQ와 쇠고기 30개월령 이상 불허 등 민감한 농산물 추가 개방 저지 등의 성과만 해도 칭찬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환호성 지를 일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히 하자. 그 후유증과 닥쳐올 고행이 두려운 것이고, 만족해서 느긋하게 있기보다는 냉철한 미래 예측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군데군데 숨어있는 이해불가의 타결 조항들

먼저 상황을 정리해보자. 15% 상호관세, 철강 알루미늄 품목별 관세 50%, ITA 전자제품 무관세 조항 폐지, 즉 반도체 전자제품 15% 관세 부과가 시행된다. 일본, EU는 FTA 체결국이 아니며 미국과 자동차 관세 2.5% 포함 15%이므로, 한국은 자동차에서 사실상 2.5% 가격 불이익과 경쟁력 약화를 감수해야 한다. 둘째, 3500억 달러 투자 펀드 조성과 ‘90% 이익 미국으로 환수’라는 대목을 잘 이해하기 어렵다. 통상산업부는 2000억 달러는 보증과 대출,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펀드로 구성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retain 90% of profits from the investmen)’라고 표현하는데, 한국측은 ‘retain’의 해석을 달리한다. 통상 투자라면 지분별로 수익배분이 결정되기 마련이지만, 지분에 관계없이 미국이 이익의 90%를 가져간다니, 미국 측이 이 펀드에 지분 참여한다는 뜻인지 시작부터 혼선이다. 금융용어상 ‘retain’이란 이익 유보(留保)개념에 근접하므로, 결국 투자자 수익은 영구히 가져갈 수 없다(0 수익, 또는 영구 무이자 대출)는 뜻인가. 이 모호성은 나중에 결국 분쟁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분명한 지침을 가져야 한다.

셋째 보증과 대출은 누가 누구한테 한다는 것인가. 조선업협력펀드 구성 주체는 정부, 개별기업 중 누구인가. 일본, EU와 달리 한미관계에서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개입되기 때문에 사태가 복잡해질 위험이 있다. 한국의 은행이 개입한다면 국채인가, 신용보증인가, 소문 무성한 미국의 무이자 영구채(Mar-a-Lago-Accord) 수매인가. 파고들수록 분쟁 소지가 높은 신금융개념까지 동원되어서 해석이 곤혹스러워진다.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4100억 달러 수준인데 이중 90%, 거의 대부분이 미국채와 기관채 모기지로 구성되므로 이를 활용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점점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다. EU는 기업별로 투자펀드 할당 원칙을 내세우고, 일본은 협력은행(JBIC)을 통한 펀드 방식을 내비치는데 한국은 어떤 방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가 나오는 TV 앞을 지나고 있다. 2025.7.31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가 나오는 TV 앞을 지나고 있다. 2025.7.31 연합뉴스

EU와 일본의 경제 규모에 비해 3500억 달러 투자는 과한 것 아닌가

조선업펀드 1500억 달러, 한국돈으로 약 270조 원은 미국 조선업 부활 목적의 투자펀드로 선박건조 및 MRO(유지보수)에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유지보수는 단순노동 중심의 저가산업이고, 선박건조, 특히 군함은 미국 내 조선소만 건조 가능한 존스법 등이 건재하고, 전함 비용 대부분(80%)을 차지하는 무기탑재는 대외비로 접근이 불가해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 대책은 뭔가. 한마디로 국가 또는 기업 참여 펀드 구성의 실체, 조선소 설계부터 시동까지 이 펀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섣부른 성공 기대는 금물, 돌다리 두들기듯 대내외적 장애를 넘어서는 긴 시간싸움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저런 문제를 다 돌파한다고 해도 GDP 10배 규모 EU의 6000억 달러, 2배 규모 일본의 5500억 달러에 대비해서도 36% 많은 3500억 달러 투자비중은 과한 규모라는 부담을 피해갈 수 없다.

여기에 1000억 달러 미국 LNG 수입 조건이 덧붙는다. 한국의 LNG 수입국 순위는 호주 카타르 말레이시아 순으로 연간 총 290억 달러, 미국은 4위권 연 30억 달러 수준, 3배 증액시 연 100억 달러, 총 1000억 달러란 10년 규모 수입량에 해당한다. 미국 셰일가스 LNG는 최고가인 카타르산의 약 60%로 가격경쟁력은 괜찮은 편이나, 액화공정시설과 송유관 시설 등 수송 불편셩, 공급과잉과 가격불안정성, 카타르산 대비 6배 높은 온실가스 배출(메탄집약도)로 친환경 탈탄소 정책과 배척되는 등의 문제가 있다.

이런 상태가 모두 극복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한미FTA가 유명무실해진 만큼, 기존 한미 FTA의 폐지 여부와 새로운 한미 관세 도입에 대한 국회 비준 처리라는 문제가 대기중이다. 한편 미국이 언급한 기타 농업개방(위생검역 및 사과 배, LMO 감자 등)의 사실 여부를 어물쩍 넘기지 않는 꼼꼼함도 챙겨야 한다.

승자 없는 양패구상 속 미국 외 대체 수요 창출 숙제 남아

주요 산업의 대미 수출에 미칠 전망은 어떤가. 관세 인상분(상호관세 15%+철강 품목관세 50%)은 예외없이 총 수출품목 원가 대비 20-30% 인상과 미국 현지 물가 인상, 판매감소가 불가피하다. 자동차 원가 인상과 현지 생산(120만 대) 증가 몫만큼 수출감소와 내국 공장 휴업, 산업공동화, 일자리 감소를 피할 수 없으며, 반도체 전자품목도 예외 없는 고관세 부과라는 시대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현지 생산(삼성 550억 달러, SK 39억 달러 등) 증가만큼 수출감소가 불가피하다. 품목별 25% 관세가 4월부터 적용된 자동차는 예상대로 2025년 6월(전반기) 대미 수출이 –16.5%를 보였고 철강은 –11%였다. 총 대미 수출 –3.7%의 실적에 2025년 전반기 세계 신조선 발주는 43% 감소하여 교역 피해가 심각하다. 2025년 5월 현재 미국의 총수입은 15.2% 증가, 무역 적자 6000억 달러로 보호무역주의 관세 효과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 흐름대로라면, 고립주의 미국은 기대만큼 제조업을 혁신하지 못하며 자급자족형 내수경제로 위축, 한미관계는 트럼프 1기와 유사한 승자없는 양패구상으로 전망된다. 2025년 전반기 한국측 총 수출 사정은 예상과 달리 심각한 수출 피해가 아닌 현상 유지(성장률 0)로 나타나는 바, 이는 4차례 관세 유예 효과, 관세 부과 전 선수출, 미국 외 지역으로 대체수출 효과 등이 작용한 덕택이다. 미국(18.5%) 및 일본(4.1%) 등 G7 의존도 축소, 중국(18%) 베트남(8.7%) 대만(6.1%) 홍콩(4.4%) 인도(2.8%) 싱가포르(2.7%) 등 아세안 혹은 다극화 BRICS 비중 대체 수출 증가, 미국 고립주의가 반영된 미국(-3.7%), 멕시코(-14.1%), 캐나다(-2.1%), 즉 북미지역 비중 축소 등이 그것이다. 협상 타결로 선수출 효과는 사라져도 미국의존도 축소 경향은 불가피하며, 미국 외 지역으로 대체 수요 창출이라는 차기 숙제가 남는다.

트럼프 기후 협약 탈퇴가 세계의 위기 탈출 단서

트럼프 보호무역주의란 한 마디로 힘을 앞세운 약탈행위다. 힘이 있으면 맞짱이라도 놓겠지만 힘이 모자라면 동지들을 규합하는 것이 살 길이다. 선거에서 패배한 자민당의 일본이 먼저 살겠다고 협상타결한 것은 극단적 이기주의 행동으로 트럼프 대항 세력 형성을 망친 것과 다름없다. 세계 각국의 공동행동을 조직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어쩔 건가. 앉아서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오래 살아남아 버티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자기합리화로 버틸 수밖에 없지 않을까. 트럼프가 1월 기후 협약을 탈퇴한 것이 단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관세 폭탄 후 각국의 연대 움직임은 세계적 환경 악화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인 화석연료 에너지 과소비국 미국의 기후협약 탈퇴는 미국의 탄소 과배출형 산업의 생명력을 연장시킬 것이지만 세계적인 친환경 산업 대비 미래경쟁력 약화, 미국 내수형 은둔산업 위축으로 귀결될 소지가 크다. 미국 중심 지역 FTA 또한 KORUS USMCA의 사실상 무기력화로 해체될 것이고, 미국을 배제한 새로운 다극화 국제경제질서 친환경 협약(신 WTO)의 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7차 확장된 BRICS+ 정상회담(07.06), 일본 중심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환태평양 CPTPP에 대한 EU의 의사 타진, 중국 중심 RCEP, 아세안의 APEC(정상회담 25.10), 중국- EU 정상 회동(07.25) 등 일련의 미국 배제 자유무역화 그룹의 활발한 활동은 트럼프 도발에 비례해서 성장 전기를 맞을 것이 확실하다.

관세 이외의 투자 증액 요구도 단서가 될 수 있다. 일본, EU, 한국의 관세 타결 과정에서 예의 주시할 것은 대미 투자펀드라는 불확실한 개념이다. 대출(loans)과 보증(guarantee)이란 개념으로 압축된 투자펀드에 대한 추가설명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다. 정리하자면 5, 6월부터 시작된 미국 달러의 평가절하(대략 10% 인하)와 재정적자 고도화(GDP 대비 130%)의 탈출구로 시작된 달러의 디지털 화폐화(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연동해야 해석이 가능하다. 이른바 2025년 미란(Miran)의 부채구조조정계획, 마라라고 무이자 영구채(만기시 원금만 지급) 아이디어는 발상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되는데, 트럼프의 지속적 미 금리 인하 요구와 달러 평가절하, 일본, EU, 한국 등에 협상 타결의 전제 조건인 투자펀드 조성 현실화가 그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을 트럼프의 세계 줄 세우기

여기에 NATO, 일본, 한국 등에 대한 방위분담 요구가 더해지면 관세 폭탄 이후 트럼프 부채구조조정 구상의 완성체가 거의 드러난다. 한마디로 미국 내부 재정위기를 주변 동맹국을 타겟으로 전가해서 주도권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물론 맘먹은 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 개입 디지털 화폐 움직임은 이미 세계적 추세로 미국 말고도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CBDC), BRICS+의 디지털화폐(카잔회의 24.10.22)로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도 원화의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가 발의된 상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각국의 협상 굴종이라는 소기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물가인상, 이자율 조정, 포드 등 자동차 빅3 수익성 악화에 따라 관세 타결과 고관세 세계경제로 전환 후 오히려 입지가 압박받을 소지가 더 크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트럼프 관세 전쟁은 세계를 줄 세우기에 성공한 듯하지만, 미국 중심으로 안정화되지 않으며 영구채와 디지털 화폐, 달러 재패권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각국은 충격에서 회복되는 대로 따로 뭉쳐 이합집산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므로 한국의 탈출구는 미국 충격에서 벗어난 만큼 새로운 전략적 사고 전환이 절실한 실정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한국의 탈출구란 미국과의 이해타산이 종결된 만큼, 미국이란 기울어져 가는 배의 현실을 이해하고, 미국을 배제하고 이합집산하는 세계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어떻게 더 안전한 배로 갈아탈 것인가를 신속하게 대비하는 일이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및 농민의길 관계자들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7.31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및 농민의길 관계자들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7.31 연합뉴스

승부는 이제부터, 트럼프의 시간은 불리하게 흐를 것

보호무역주의가 횡행하는 세계는 국제 분업망 구축과 여기에 공급할 내국 산업생태계의 존재로 이분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으로 이전할 기업들의 미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거기는 국제경쟁력 없는 산업 일색의 폐쇄형 국가이니, 그들은 그 나라에서 알아서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자국 내수 산업생태계를 단단하게 구축하는 독자성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미국과는 타결한 관세대로 정상 무역, 저관세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미국 외 국가들과는 완성재 교역, 각국 산업 활력을 위한 현지 투자와 세계적 중간재 공급망 생태계를 결합시킬 기반이 필요하다. 간단한 원리다. 구상과 실행의 중심, 그 연구개발과 총관리의 중심이 자국에 있지 않으면 뿌리가 뽑히는 것이며, 내국으로 환원될 이익도 없다. 기초 반도체, 기후 협약 친환경 차량과 배터리, 친환경 선박, 한국 산업의 기원으로 문화예술, 이른바 K문화, K민주화 역사의 저력이 필요하다. 고약한 트럼프의 이기주의와 다른 세계, 공익가치, 공존 추구가 경쟁력의 모태가 되는 시대로 더 빨리 진입할 것이다.

국제 공존 규칙을 파괴하고 온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몇 푼 더 내주었다고 연연하지 말자. 승부는 지금부터다. 국민들은 말 못할 협상의 노고를 이해한다. 얻은 바와 잃은 바를 고백하고, 내수 산업생태계 복원에 전력하고, 장단기 전략을 공유하며, 그 신뢰를 바탕으로 공존 가치를 세계에 내세울 새로운 기회가 왔다. 도대체 한미 FTA 재협상에서 국회 비준까지 3년이 걸렸는데, 유명무실한 한미 FTA 재개정 비준이라니 국력 낭비 아닌가. 국제조약 규칙을 따라 속시원하게 존속(FTA 따라 양측 무관세) 또는 폐지(자동차 8%. 쇠고기 40% 관세 부활)하고, 차라리 모호한 3500억 달러 투자기금 조성을 추후 협상하자. 비준까지 3년쯤 걸리면 트럼프 임기가 끝날 것이다. 1기 때 방위분담금 10배 인상, 결국 못 받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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