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건국전쟁' 개봉에 맞춰 작성지시
광복절에는 "건국절이 어떤 날인지 알려라"
"11만5천 장병에게 건국절 알릴 필요 있어"
장병 정신교육 교재에 왜곡된 이념 주입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역사왜곡과 정치편향으로 파문을 일으킨 채일 국방홍보원장(국방일보 발행인)과 <국방일보>를 향해 경고성 발언을 한 가운데, 채 원장이 국방일보 기자에게 이승만 역사왜곡 다큐와 관련한 기획 기사를 쓰도록 지시하고, 극우세력이 주장하는 건국절을 장병들에게 알리라고 한 정황이 담긴 문자가 공개됐다.
채 원장은 최근 국방일보 편집권 남용,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 등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됐으며, 국방부도 해당 사안과 관련해 채 원장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30일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내용에 따르면, 채 원장은 독재자 이승만을 찬양하는 다큐 '건국전쟁'이 개봉하기 1개월 여 전인 지난 2023년 12월 26일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국방일보 기자에게 "이승만에 대해 공격하는 세력을 두려워 마시고 기획하세요"라며 "책임은 제가 집니다"라고 보냈다.
이어 "뚜렷한 국가관과 애국심, 책임감만 있으면 됩니다"라며 "팀원들과 잘 소통하면서 종북좌파정권의 국방홍보원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따르는 국방홍보원의 국방일보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했다.
건국전쟁 개봉 직후인 2024년 2월 6일에는 거듭 "이승만 다큐 기사 잘 뽑아보시죠"라며 "한미 방위조약을 성사시킨 건국 대통령 아닙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대통령을 한번 면밀하게 조명해 보는 건 국방일보 정체성으로 적절하다"고 주장하며 "6·25 전쟁이 국지전 어쩌구저쩌구 떠든 이재명을 한 면 할애한 국방일보 입니다"라고 기자를 압박하듯 말했다.
실제 채 원장의 지시가 있은 지 8일 뒤인 2024년 2월 14일 국방일보는 12면과 13면을 할애해 건국전쟁 감독 김덕영 씨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고, 건국전쟁이 다큐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흥행 열풍이라는 홍보성 기사까지 옆에 곁들였다.
채 원장은 2024년 8월 15일 광복절 당일에도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이른바 '건국절'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카카오톡에서 기자에게 "지금 대한민국은 6·25 전쟁 직전 상황과 유사하다. 갑자기 대한민국 건국 날짜가 1919년이라는 선전선동이 퍼져나가고 있다"며,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명시된 임시정부 법통 계승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채 원장은 "11만 5천 장병들에게 우리는 대한민국 건국일이 어떤 날인지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며, 극우 세력의 주장을 장병들에게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병들의 정신전력 자료로도 활용되는 국방일보에 특정 이념으로 왜곡된 역사관을 주입하려고 했던 정황으로 보인다.
채 원장은 <한국방송공사(KBS)> 출신으로 윤석열 지지 모임에 이름을 올렸으며,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공보특보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는 2023년 5월 원장직에 임명됐으며, 임명 당시 기자 시절 후배 기자에게 TV리모컨을 던지고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채 원장의 역사왜곡과 정치편향 문제는 건국전쟁이나 건국절 주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4성 장군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에 따르면 채 원장은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국방일보 관계자들을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인사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작품에서 다뤘다는 이유 등으로 한강 작가를 비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채 원장의 관계자 질타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국방일보는 지난해 12월 13일 윤석열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 하루 전, 윤석열 담화를 인용해 '군인들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보도하면서, "국회에 군 병력을 투입한 건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고,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자 통치행위"라는 비상식적인 윤석열의 궤변까지 여과없이 인용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국방일보는 채 원장의 지시로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 간 첫 통화 관련 보도를 지면에서 뺐으며,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순방 성과에 대한 기고문도 채 원장의 반대로 게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8일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취임사 보도에서 안 장관이 5분의 1 이상 할애해 강조한 12·3내란 척결 메시지를 뺐다. 취임사에 세 차례나 등장한 '12·3 비상계엄'은 기사에는 단어 자체가 없었고 '문민통제'라는 표현도 빠졌다.(☞관련 기사 :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일보' 기강 잡으라고 한 이유)
이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안 장관에게 국방일보가 12·3내란과 관련한 장관의 취임사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편집했다는 의혹에 대해 언급한 뒤, "국방일보에 장관님 취임사를 편집해 가지고 주요 핵심 메시지는 빼버렸다던데, (사안이) 심각하다"면서 "기강을 잘 잡으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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