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11주기…"참사는 아직도 현재"
제로썸 누적 관객 1만 명, 미완의 '진상 규명'
황교안이 지정한 '대통령 기록물' 공개할 때
유가족 "다시 정보 공개 청구를 시작할 것"
"국가는 진상 규명 위한 문서 전부 공개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을 대통령 기록물로 봉인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실체에 접근할 수가 없게 됐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조사에도 대통령 기록물은 확인할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1년이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모든 기록에 접근할 수 없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과 국가 콘트롤타워 기록물을 확인해야 한다."
사단법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 연대)는 1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세월호기억공간 앞에서 "세월호 참사 11주기 '박근혜 7시간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하라' 세월호 참사 관련 박근혜 대통령 기록물 정보공개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1년이 지났다. 그 세월이 무색하게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 검찰 수사, 국정조사, 사참위 조사에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이 묘연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인 이병기 비서실장, 안종범 경제수석, 조윤선 정무수석은 노골적으로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를 막기 위한 기획안을 작성한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영화 '침몰 10년, 제로썸'이 개봉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로썸은 지난 2일 전국 상영을 시작했고, 지난 9일 누적 관객 수 1만 명을 돌파했다. 이런 기록은 시민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기다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영화는 세월호 관련 기록 원본, 조사위원·전문가·잠수부·유족들의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침몰 원인으로 거론된 내인설과 외력설에 관해 세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시작했다. 먼저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묵념했다.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은 유가족들은 손에 들고 있던 '대통령기록물 지정 권한 관련 기록물법 개정하라!'는 문구가 있는 손피켓을 잠시 내리고 눈을 감았다.
사단법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이 기자회견의 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11년이 흐르는 물처럼, 활을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느껴진 것은 아마도 세월호 참사가 가슴에 박혀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며 "우리 아이들이 단 한 명도 구조받지 못하고 죽음을 당해야 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유가족들은) 시민들과 함께 희생자 304명의 죽음의 진상규명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11년을 싸웠다"며 "그런데 책임져야 할 국가는 책임지지 않고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피해자를 모욕했으며 유가족을 사찰하는 등 국가 폭력을 자행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진상규명을 방해하기 위해 국가 조사 기구 예산과 인력을 축소하고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며 "국정농단으로 파면된 박근혜의 7시간 기록물도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자료"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의 보고 문서를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 지정해 최장 30년간 비공개로 만들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17조(대통령 지정 기록물의 보호)'를 악용해 핵심 증거를 숨긴 것이다.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 지정되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 또는 고등법원의 영장 발부 등이 있지 않은 이상 공개되지 않는다.
김종기 위원장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진상규명에 대한 중대한 방해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참사 당시 박근혜는 오후 5시 15분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나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발견하기 힘드냐'고 했다. 침몰 신고 7시간 후 한 말이라곤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우리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박근혜의 사적인 시간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참사 당시 희생자들이 세월호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죽어갈 때 대통령으로 적절한 대응을 하고 책무를 다했는지 알고 싶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16연대 박승렬 공동대표는 "박근혜는 정말 보고를 받았을까, 해양경찰청은 박근혜에게 보고했을까, 왜 구조하지 않았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통제실에 있으면서도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며 "박근혜가 그날 아침에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진상규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황교안이 비밀을 감췄듯이 지금 한덕수가 비밀을 감추고 있을 수 있다"며 "진상규명의 첫걸음은 정보를 감추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시민들은 세금을 내고 국가 주인으로 공무원들이 무엇을 했는지 밝히길 원한다"며 "박근혜의 비밀을 밝히듯 윤석열 내란의 비밀도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는 지난 11년이 '실종된 국가'를 찾기 위한 몸부림의 시간이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대표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은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담은 대통령기록물 공개를 위한 공식 정보공개청구 절차 개시, 정보공개 확대와 대통령기록물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활동가는 "유가족과 시민들은 2014년 4월 16일에 국가가 부재했던 이유를 알 권리가 있다"며 "황교안은 비서실, 경호실, 국가안보실 등 그날 생산한 문서와 접수한 문서 목록을 30년간 봉인했다. 진상을 방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활동가는 "4·16연대는 다시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며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태원 참사는 시작도 못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4·16연대와 뜻을 함께한 시민단체는 대통령 기록물이 모두 공개되는 날까지 진실에 대한 요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야 우리 사회가 긴 이별과 긴 애도를 온전하게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공개법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생산한 기록을 국민에게 모두 공개하게 되어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 태스크포스(TF) 류하영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기록물은 박근혜의 개인 사생활이 아니다"라며 "개인의 생명과 신체 명예훼손도 아니다. 반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서 참사 이후 지금까지 개인의 생명과 신체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현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그렇기에 정보공개법이나 대통령 기록물 17조에 의거해 박근혜 7시간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며 "만약 정보를 주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4·16해외연대 정니콜 씨는 "진상규명을 가로막은 모든 문서를 즉시 공개하라"며 "우리의 외침으로 진실의 문이 열리기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발언을 끝내고 "세월호 참사 관련 박근혜 기록물 공개하고, 윤석열 내란 기록 봉인 말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7시간 대통령기록물도 공개하고, 12·3 비상계엄 내란 기록도 공개하라!" "대통령기록물 지정 관련 대통령기록물법 개정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4·16연대 세월호참사뿐 아니라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모든 기록도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진실을 봉인할 수 없도록 대통령기록물 지정 권한의 남용을 방지하는 대통령기록물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4·16연대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박근혜 7시간'이라고 표기된 파란 박스의 자물쇠를 푸는 퍼포먼스를 했다. 자물쇠가 풀리자 유가족들은 박수를 쳤다. 4·16연대는 오는 16일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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