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죄돼야 할 법률기관 종사자들의 범죄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통제 장치 필요

어떤 판사가 별안간 구속기일을 ‘날짜’가 아니라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내란수괴 윤석열을 감옥에서 ‘탈옥’시킨 그날부터 우리 사회는 엄청난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어야 했다. 또 다른 한 판사는 윤석열에 대한 합법적인 체포 영장에 공공연하게 불법적인 저항을 하면서 체포를 무산시키고 그 뒤로도 온갖 증거인멸을 서슴지 않았던 경호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다시금 충격을 안겨 주었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12.3 계엄선포로 헌법을 위반한 것은 삼척동자도 간단히 판결할 수 있는 단순한 사안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최장의 심리기간 기록을 매일 같이 갱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판사들의 거듭되는 어이없는 판결에 국민들은 그야말로 모두 속이 뒤집어져 홧병을 앓고 있다.

악명높은 검찰 집단의 법 농단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당초 윤석열에 대한 판사의 구속취소 결정에 사람들은 검찰이 당연히 이에 반발하고 즉시항고를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더구나 그야말로 이제까지 날짜로 구속기일을 계산해오던 종래의 관행을 완전히 뒤엎는 다른 판결이기 때문에 검찰이 즉시항고를 할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검찰은 포기했다. 검찰은 이번 경호차장 영장실질심사에 아예 참석을 포기함으로써 사실상 기각을 방조하였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를 받는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오른쪽)과 이광호 경호본부장이 21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5.3.2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를 받는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오른쪽)과 이광호 경호본부장이 21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5.3.21. 연합뉴스

2019년,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된 ‘라임 사건’이 있었다. 당연히 뇌물죄가 적용되어야 할 사건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처음부터 뇌물죄는 아예 적용하지 않은 채 처벌 수위가 낮은 청탁금지법만을 적용하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다시 기상천외한 ‘숫자 나누기’라는 셈법이 동원되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직무 관련성이 없을 경우 1회 금품·향응액 상한은 100만 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바로 이 점이 ‘악용’되었던 것이다.

당시 이 사건에 관련된 검사들은 총 536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검찰은 536만 원을 접대비로 계산한 것이 아니라 술자리 인원으로 나누는 셈법을 동원했다. 즉, 우선 536만 원에서 밴드와 유흥접객원 비용 55만 원을 제외한 481만 원만을 계산하면서 다시 그 481만 원을 술자리 참가자 수 5명으로 나눈 96만 원이 1인당 접대비라고 계산한 것이다. 결국 아무도 처벌받은 사람은 없었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윤석열에 대한 국회 탄핵이 의결되었을 당시 시민언론 민들레에 <탄핵 최종결정, 헌재가 하는 건 잘못된 제도>를 기고하였었다. 국회에서 마땅히 종결되어야 할 대통령 탄핵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의원내각제인 독일을 잘못 모방한 제도적 결함으로 헌법재판소에 주어졌으며, 이로 인하여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것임을 지적한 바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정확하게 엄청난 혼란이 조성되고 있다.

사법 정의는 한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마지막 보루이다. 판사, 검사 등 법치주의 실현을 솔선수범해야 하고 그 직무를 가장 엄중하게 수행해야 하는 당사자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법공동체 구성원의 법 감정을 자의적으로 크게 이탈하여 법왜곡을 서슴지 않게 된다면, 그 사회의 정의를 지탱하는 근거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는 일반 범죄보다 범죄성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법왜곡이란 적용해야 할 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거나 법 규정을 그릇되게 적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러한 법왜곡 현상은 사실관계의 조작, 부당한 법규의 적용, 재량권의 남용으로 유형화된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 이러한 법왜곡 행위에 대하여 ‘법왜곡죄’를 형법에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독일 형법 제339조는 “법관, 법관 이외의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법률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 법을 왜곡하여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치란 결코 법치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며 오로지 민주주의 실현의 유효한 수단으로서의 법치여야 한다. 국가의 기반은 국민이고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법률 기관들이 존재하는 것이지, 그 권력기구의 독립과 존재를 위하여 민주주의와 법치 그리고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란 시민들이 단순한 참여의 범주를 넘어서 자신을 지배하는 지배자를 통제할 수 있고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는 권력기구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 기제의 부재는 이른바 ‘87년 체제’가 지닌 가장 커다란 허점이었다. 그리고 이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에 대한 명백한 부정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법률기관 종사자의 법왜곡 범죄행위에 대한 국민의 단죄 장치가 전혀 부재한 상태다.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 원칙에서 사법부가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민의 판검사 직접 선출 및 시민 대배심제 확대와 아울러 형법 규범에 “판사, 검사 기타 법률사건을 담당하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수사 절차나 소송절차에서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방식의 명문 규정을 둠으로써 법왜곡 행위를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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