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역 벙커1 건물 카페서 2월 9일까지
작가들 "극우세력 방해 걱정했는데 다행"
"김진표 의장, 이광재 사무처장 사과해야"
광주에선 카툰 작가 풍자전 평화롭게 열려
국회사무처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그림 등 전시 예정 작품들을 지난 9일 밤 2시에 기습적으로 철거, 전시회가 무산되자 방송인 김어준 씨가 전시 공간을 새로 제공했다.
‘굿, 바이 망명 작가전’이라 이름 붙인 이 전시회는 11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지하철 2호선) 인근의 벙커1(BUNKER1) 건물 1층 카페에서 열린다. 전시회에는 박재동 화백, 고경일 작가, 아트만두(캐리커처), 레오다부(그래픽·벽화) 등 30명 작가의 80여 작품이 선보인다.
‘망명 작가전’이라는 이름은 지난 9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첫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한 유시민 작가가 새롭게 선보인 ‘뉴스공장’을 망명 정부로, 김 씨를 망명객에 비유한 데서 가져왔다. 김 씨는 교통방송에서, 작가들은 국회에서 ‘쫓겨난’ 처지이니 ‘망명’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전시회의 운영위원장 겸 총괄기획자인 고경일 작가(상명대 교수)는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김어준 씨와 몇 번 전화로 얘기하면서 이번 ‘망명 전시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 작가는 “정치 풍자 전시회를 할 때마다 ‘태극기부대’ 같은 극우 세력들이 찾아와 방해하곤 하여 난감했는데, 김어준 씨가 전시 공간을 제공해줬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시민사회와 작가들은 “국가가 표현의 자유를 말살했다”는 원론적 비판과 함께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 거론되는 이광재 국회사무처장, 더 나아가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성토하고 있다.
촛불행동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 이광재 국회사무처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국회에서 의원들이 문화예술인과 공동으로 연 전시회에 행정부가 간섭하려 들면, 국회 지도부가 나서 단호히 배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회 지도부가 도리어 국회와 문화예술의 자유를 앞장서서 짓밟았으니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되는 중대 사태”라는 것이다.
한국민예총도 같은 날 성명서를 발표, “국민의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에서 (작품을) 강제 철거함으로써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됐으며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퇴행하였는지 보여주고 있다”면서 “김진표 국회의장,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의 사과와 원상 복구 및 피해 작가들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강욱천 민예총 총장은 “다른 곳도 아닌 공적 공간인 국회에서, 게다가 민주당 출신의 이광재 사무총장이 예술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폭거를 자행한 것에 대해 예술인들은 심각한 우려를 갖는다”며 “국회에서 역사적 퇴행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다수당인 민주당도 작품 강제철거라는 악행으로 예술인들을 모욕한 사태에 대해 국회 사무처에 공식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가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이번 전시회에 작품 ‘기레기’를 내놓은 김종도 화백(전 서울민미협 회장)은 “예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국회 사무처장이 위법적으로 작가들의 작품을 철거했으니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번 사태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작가들에게는 법적 보상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가들은 이례적으로 민주당도 비판했다. 정권을 의식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고경일 작가는 “민주당 의원들 중에도 정권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철거 사태에 대해 당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광주에서는 윤 대통령을 풍자하는 박향미 카툰 작가의 개인전이 ‘평화적으로’ 열리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박 작가는 ‘세상이 이상해’라는 주제로 윤 대통령을 비롯, 검찰·경찰 등을 풍자하는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박 작가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활동하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정치를 풍자하는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광주에서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이 전시회는 오는 30일까지 동구 중앙로 ‘갤러리27번가’에서 열린다.
한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본인들은 예술 작품이고 표현의 자유라고 얘기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저질스러운 정치 포스터”라고 발언, 시민사회와 작가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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