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성들의 등장과 극우 종교인·철학자의 종말
12월 3일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는가. 아니면 여전히 진행 중인가. 지난 31일 발부된 체포영장에 윤석열은 내란 수괴로 분명히 적시되었다. 12월 3일 이전 한국 사회와 12월 3일 이후 한국 사회는 같지 않다. 12월 3일 이후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12월 3일 밤, 퇴근하고 집으로 향하던 김동현(33)씨는 지하철역과 집 근처 거리에서 소리 질렀다. "윤석열이 나라를 전복한답니다. 계엄령이 선포됐습니다. TV를 보십시오. 국회로 와주십시오. 오늘 막아야 합니다. 오늘이 고비입니다."
“내 시체를 넘어가라” 군용 차량 막아 선 시민들
그리고 그는 곧 택시를 타고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려 국회 담벼락을 따라 돌던 그는 국회 쪽으로 향하는 군용차를 발견하고 맨몸으로 막아섰다. 그러자 여러 시민들이 달려와 차량의 이동을 완전히 멈추게 만들었다. "어느 시민은 ‘내 시체 위로 넘어가라'고 소리쳤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70대의 인하대 김영 명예교수와 부인 서은숙 여사처럼 다른 군용 차량 앞에 맨몸으로 앉아 저지했던 의로운 시민들이 또 있었다.
전남 강진에 사는 강광석 농부처럼 "가자 서울로, 윤석열 체포하고 농민헌법 쟁취하자" 외치며 트랙터를 몰고 남태령을 향하여 진군한 농민들이 있었다. 우금치 전투에서 패퇴한 동학 농민군이 부활하여 서울에 입성하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2000년 전 나귀 타고 예루살렘에 도착한 예수는 2024년 12월 트랙터 37대를 몰고 서울에 도착했다.
양방향 도로가 완전히 차단되었던 남태령은 트렉터 몰고 온 농민들이 살거나 죽을 자리였다. 밤 11시면 지하철이 끊기는 바람 찬 남태령에서, 무장 군인들도 서 있기 어려운 추운 고지에서, 고립되어 떨고 있는 농민들에게 생명의 소리가 전해졌다. ‘시민들이 온다!’ ‘탄핵, 탄핵, 윤석열 탄핵’ ‘차빼라, 차빼라’를 함께 외치며 응원봉을 치켜든 20대 여성들이 등장했다. ‘나라는 2030 여성을 버렸지만 20, 30대 여성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그 자리에 왔다.
100살 넘은 철학자 보다 더 지혜로운 2030 여성들
12월 3일 이후 자의식과 민주주의 정신에 투철한 2030 여성이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합리적인 생각을 지닌 4050 민주시민들이 주축을 이루던 항쟁 대열이 부쩍 보강됐다. 한국에 2030 여성이 등장한 사건은 그 옛날 예루살렘에서 성령 강림에 필적할 만한 사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느 시로페니키아 여인이 논쟁과 질문을 통해 유다인 예수를 깨우쳐 주었듯이, 2030 여성들이 잠든 시민들을 깨우고 가르쳤다. 시민들은 수십 만 명씩 집회에 참석할 뿐 아니라 또다른 수많은 시민들은 선결제 나눔을 통해 윤석열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을 위로하고 있다. 서로 어깨 겯고 가는 것이다.
“윤석열이 큰 사고(계엄령)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사실 하나님이 한국 교회를 위해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광훈 목사는 말했다. 전광훈이라는 사람은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목사 맞는가. 12월 28일 여의도 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민주당과 야당이 192석을 갖고 있으니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본인들이 정권을 갖고 좌지우지하는 것 같은 교만에 빠졌는데, 회개해야 한다"며 설교했다. 그는 "이 나라를 어디까지 망치려 하느냐. 경제가 무너지고 환율이 오르고, 재앙"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윤석열에게 해야 할 설교를 엉뚱한 곳에 하고 있다.
12월 17일 철학자 김형석(104) 연세대 명예교수의 조선일보 인터뷰를 나는 꼼꼼히 읽었다. 그는 “민주당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뀝니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 윤석열에게 해야 할 소리를 엉뚱한 곳에 하고 있다. ‘지도자의 무지(無知)는 사회악이 된다’고 플라톤은 말했다. 민주 시민을 따라가지 못하는 극우 종교인과 극우 철학자의 무지는 커다란 사회악이다.
시민이 종교에게 배울 것이 아니라 종교가 배워야 한다
카타콤 교회 양희삼 목사는 강조한다. “이단 사이비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지금도 잘못 가르치고 복음을 호도하는 목사와 교회들이 더 위험하다. 빨리 그런 교회를 탈출해야 한다.“ 마땅하고 옳은 말씀이다. 한국 종교는 시민들에게 무엇을 배워야 할까.
첫째, 종교는 시민을 가르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 같다. 탄핵 집회 현장에 적지 않은 스님 수녀 목사 신부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종교는 시민을 가르친다는 생각을 이제는 버려야 할 것 같다. 종교는 시민을 가르치기보다 시민에게 배워야 한다.
종교가 시민에게 배우려면, 종교가 우선 시민 속에 있어야 한다. 스님 목사 신부들은 지금 시민 속에 있는가.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는가. “생각은 머리가 아니라 발에서 나온다”고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멘토인 베투 신부는 말했다. “지금 나는 누구 곁에 서 있는가” 먼저 살피라는 뜻이다. 스님 목사 신부들은 지금 누구 곁에 서 있는가.
종교에서 권위주의는 더 이상 안 된다. 종교인 중심주의도 더 이상 안 된다. 남성우월주의도 더 이상 안 된다. 노년층 중심주의도 더 이상 안 된다. 부자와 권력자 중심주의도 더 이상 안 된다. 무속 비슷한 종교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종교에서 평등사상과 민주주의를 더 키워야 한다. 합리적인 설명이 존중되는 문화를 더 길러야 한다. 청년세대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신도와 성도들은 거짓말 하지 않는 설교를 듣고 싶다. 민중을 측은히 여겨 올바른 가르침에 열중하던 예수를 그리워한다.
종교계 내 내란 동조 세력 뿌리 뽑아야
조선 말기 천주교 박해시대에 십자가를 밟지 못하는 사람은 천주교 신자로 인정되어 박해 받았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지지하는 세력은 종교계에도 적지 않다. 그들을 색출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내란 특검과 헌재 재판관 임명을 어떻게든 반대하는 사람은 윤석열을 지지하는 내란 잔당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귀를 원하거나 돕는 사람을 암세포에 비유할 수 있다. 암세포는 끝까지 추적하여 박멸해야 한다. “죄인을 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백성에게 저주 받고 모든 사람에게 비난 받는다.” (잠언 24,24).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는 말한다. “어둠은 짙어오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 앞에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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