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반대하는 칼럼에 '웬일?' 반응

윤석열 전쟁도박, 기득권 위협 안전선 넘었다 판단한 듯

조선일보의 자가당착이지만 윤의 위험한 불장난 막아주길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주최한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2024.10.30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주최한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2024.10.30 연합뉴스

지난 29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김대중 칼럼: 우크라이나의 남북 대리전쟁?>이 적잖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칼럼에서 조선일보의 대표적 논객이었던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한국의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 "남북의 코리안이 이역만리 유럽 땅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면서 "살상 무기 제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동을 걸었다.

남북 간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보도를 주도해 온 조선일보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온 것, 특히 지금은 고문으로 한 발 물러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지만 그럼에도 조선일보의 논지에 상당한 파급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이의 글이라는 점에서 조선일보의 어떤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도 비치고 있다. 

그는 "우리가 대한민국의 군사력을 키우고 각종 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토를 지키고 보전하기 위해서인데, 우크라이나에 살상 또는 전투용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그 범주에서 벗어나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것은 자칫 유럽 땅에서 코리안끼리 대리(代理)전쟁을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최소한 이 칼럼에서만큼은 그의 말에 시비를 걸 게 없다. "남북한끼리 적대적 대립 의식을 발산하는 분출의 시연장이 될 수 있다. 남북한이 ‘나토 대(對) 러시아’의 ‘꼭두각시’로 비칠 수도 있다"는 대목에서는 '조선일보나 김대중답지 않다'는 말까지 나오게 한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글에 대해 반색하면서 "보수논객 김 고문께서 이런 칼럼을?"이라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연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시다"고 찬사를 보낸 것이 그같은 반응을 보여준다. 박 의원은 "그분은 대통령께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알고 있다"며 "윤 대통령께 일독 권한다"고 덧붙여 윤 대통령이 '멘토의 고언'을 들으라고 충고했다.

 

김대중 고문은 '왜' 이런 글을 쓴 것인가. 그리고 그의 훈계에 대해 '웬일이냐'는 반응을 보내는 것이 맞는 일일까. 

김대중의 글은 '웬일이냐'이기도 하고, 이상할 것이 없는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김대중식'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를 지원한다느니 참전관을 파견한다느니 하면서 윤석열 정권이 ‘전쟁 도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김대중 씨는 윤 정권의 행태가 '안전선'을 넘으려 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는 것이나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된 불확실한 정보를 흘리는 것 등으로 자신들의 국내정치적 정당성 추락, 탄핵 위기를 벗어나려고 하는 상황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그것이 한도를 넘고 있다는 판단을 하는 듯하다.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의 기반, 그것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는 듯하다. 조선일보가 원하는 것은 긴장의 고조이며 대결의 심화이지 그 긴장과 대결이 전쟁으로, 파국으로 돌입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전란에 휩싸이기 이전에 자신들의 기득권 기반이 붕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이나 준전쟁 상황으로 나아갈수록 자신들이 잃을 것이 얼마나 되는가의 문제다. 윤석열 정권은 전쟁 불사, 전쟁 유발로 위기국면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를 찾으려 한다. 국민들의 두려움과 불안은 오히려 윤석열에게는 기회다. 그러므로 잃을 것보다 얻을 것이 많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나 김대중 씨는 다르다. 그들은 안보 위기를 원하는 것이지 위기의 폭발을 원하는 게 아니다. 전쟁 위기를 원하는 것이지 전쟁을 바라는 게 아닌 것이다. 원하는 것은 다만 항상적인 불안정,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정도의 자신들 기준에서의 '적정한' 안보 불안일 뿐이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칼집 속의 칼인 것일 뿐 그 칼을 뽑아서 위험하게 휘둘러 자신들도 다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 도심에서 무기 퍼레이드를 벌이는 건 좋지만 그 무기가 전장에서 불을 뿜는 것은 곧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한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김대중 씨로 하여금 윤석열의 위험한 '불장난'을 일정한 한도 내에서 멈추게 해야 한다고 판단하게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여기서 김대중 씨에게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은 이것이다. 김대중 씨는 이제야 비로소 윤석열의 모험주의, 무모함을 알게 됐는가, 라는 것이다. 이제 와서야 새삼스럽게 윤석열의 위험한 사고를 발견하기라도 한 것인가, 라는 것이다.

김대중 씨의 자가당착이며 자승자박이다. 윤석열을 지금까지 전쟁 불사 상황으로까지 내몰던 그가 이제 와서 앞으로 돌진하려는 윤석열의 목덜미를 잡아 끌려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상을 주던 행동에 갑자기 벌을 주려 하는 것이다. 

불과 보름여 전인 지난 8일자 자신의 칼럼 <우리는 3핵을 이고 산다>에서도 그는 북한, 중국, 러시아라는 막강 공산 독재국가들과 최전선에 맞닿아 있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서는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들 악의 축 국가들 옆에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는 태평성대다, 국민은 한국의 경제적, 물질적 성장에만 희희낙락한 분위기다“고 개탄했다.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장의 지적처럼 “한국의 남북관계에 대한 정책이 지금까지의 선평화공존 후 통일에서 윤석열 정권 들어 ‘북한 내부붕괴를 통한 흡수통일방안'으로 바뀌고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소위 한국 보수세력들의 기본적인 노선으로 자리잡은” 것에 가장 앞장섰던 것은 다름아닌 그와 조선일보가 아니었는가.

조선일보는 31일자 사설에서도 북한이 ICBM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국방정보본부의 말을 인용하면서 “푸틴이 북한에 핵 추진 잠수함이나 ICBM 재진입 기술, 최신형 전투기와 같은 첨단무기를 넘겨준다면 우리 국민에게 직접 칼을 겨누는 적대 행위다, 이 경우 한국도 비상한 대처를 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국정원은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됐다는 우크라이나 주장과 관련해 “정보나 첩보가 입수되고 있는데 확인 단계로, 최종적으로 이동했다고 확정지을 정도는 아니다'고 말해 자신들이 애초에 흘린 정보에서 발을 빼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최소한의 검증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조선일보의 입장인가. 윤석열에게 한편으로는 전쟁도박의 발감을 불어넣으면서 한편으로는 그 바람을 막으려는 둘 중 어느쪽이 조선일보의 입장인가. 통일되지 않은 내부 혼선인지, 아니면 계산된 양면적 태도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김대중 씨에게 기대한다. 부디 자신이 여전히 상당히 갖고 있는 조선일보 대표 논객으로서의 그 힘을 한 번이라도 선용하길 바란다. 그 영향력으로 모험과 도박을 벌이려는 대통령에게 바른 길을 제시하길 바란다. 아니 최소한 대한민국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하는 위험천만한 도박으로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리기 전에 그 자신을 위험하게 할 그 도박만큼은 막아주길 바란다. 자신이 원인을 제공한 위험 사태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태도를 이제라도, 조금이라도, 부디 보여주길 바란다.   

김대중 씨는 위의 30일자 칼럼에서 "서구 언론, 특히 친우크라이나 언론들이 북한군의 참전을 크게 또는 미주알고주알 상세히 보도하는 것에서 한국의 어떤 대응을 기대하는 것 같은, 또는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면서 그러나 러시아의 푸틴은 북한과 동맹 관계를 맺었지만 이것이 곧 한국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내비친 바 있는 것을 환기시키며 군사 행위에 선행하는 것은 안보 외교이며, 지금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충돌하거나 척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안보가 아니다고 했다. 

부디 이제라도 자신의 말처럼 '바람직한 안보'의 기본에 대해 윤석열에게 알려주길, 그보다 먼저 김대중 씨 자신부터 이제라도 제대로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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