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무기·병력 제공, 왜 우리 안보 위협?

국정원 발표 이후 윤 정권의 수상한 행각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제공하려고 안달

국정원 "북한 파병"…아직 더 지켜봐야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18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발표하고 나서 닷새가 지났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군 파병을 기정사실화한 나라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대한민국 단 두 곳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개입한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도 "만일 사실이라면 매우 우려된다"란 가정법을 구사하면서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국정원은 이 사진에서 해당 연병장 내 북 인원이 400여명 모인 것으로 추정했다. 2024.10.18 [국가정보원 제공.
사진은 지난 16일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국정원은 이 사진에서 해당 연병장 내 북 인원이 400여명 모인 것으로 추정했다. 2024.10.18 [국가정보원 제공.

국정원 "북한 파병"…아직 더 지켜봐야

모스크바와 평양 당국은 아직 국정원 발표의 진위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뉴욕의 주유엔 대표부를 통해선 "터무니없다"(러시아) "근거 없다"(북한)라고 일축하고 있다. '북한군 파병'이 사실일 수 있지만, 아직은 국제사회 전체가 공인한 사실은 아니란 얘기다.

국정원 발표의 핵심은 △ 북한이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병력 1만2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했고 1차로 1500명이 러시아 연해주의 군부대들에 분산돼 적응훈련 중이다 △ 북한이 지금까지 컨테이너 1만3000개 이상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인명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는 딱 두 가지다.

국정원 발표 당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의 긴급 안보회의에선 두 가지를 확인했다. 현 상황은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대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며,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 대한민국의 국군의 날인 10월 1일 다음날인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시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하시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2024.10.4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 대한민국의 국군의 날인 10월 1일 다음날인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시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하시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2024.10.4 연합뉴스

러에 무기·병력 제공이 왜 안보 위협?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일단 국정원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고 치자.

윤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에 묻고 싶은 게 있다. 특수작전부대 1만2000명과 함께 어마어마한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의 무기가 북한에서 러시아로 빠져나갔다면, 그것이 한국의 안보에 어째서 해가 되느냐다. 간단한 산수만 해도 막대한 전력 유출로 인해 북한의 안보에 해가 되고, 한국의 안보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건 초등학생도 다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마치 윤 정권은 러시아가 북한에 파병하고 막대한 무기 지원이라도 하는 듯이 수상하리만치 과도하게 '흥분'하고 있다. 이런 북·러의 천인공노할 짓을 우리만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이 이슈를 국제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나토조차 북한군 파병을 "확인된 게 아니다"란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자 급기야 21일 윤 대통령이 전화를 통해 직접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에게 "우리 정보 당국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파했고,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국정원 발표 내용을 설명하고 국제적 전파에 주력했다. 국군심리전단은 남북 접경지역의 대북 확성기를 통해 관련 내용을 북한 쪽에 알렸다.

그리고 22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의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선 북한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고 러·북 군사 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방어용에 이어 공격용 무기도 지원할 수 있다는 초강경 입장을 정리했다. 미리 세워둔 '계획'에 따라 군사 작전하듯 대통령과 국가안보실, 국정원, 군, 외교부, 재외공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24년 주요 신흥 경제국 모임인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영접하고 있다. 2024. 10. 22 [EPA=연합뉴스]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24년 주요 신흥 경제국 모임인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영접하고 있다. 2024. 10. 22 [EPA=연합뉴스]

우크라에 살상 무기 제공하려고 안달

나토 총장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러·북의 무모한 군사적 밀착이 인도·태평양 지역과 대서양 지역 안보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확신시키는 동시에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단계별 조치'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 설사 북한군 파병과 무기 지원이 사실일지라도 우크라이나 안보와 유럽의 안보에 영향을 미칠 뿐, 한반도 평화에는 직접적 위협은 되지 않는다. 억지 논리다.

무슨 속셈인지 궤변을 구사해 어떻게든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살상 무기를 주려고 애쓰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윤 정권이 한·러 관계의 파탄이 가져올 한국의 국익 훼손은 전혀 안중에 없고, 도리어 한국과 척지지 않으려는 러시아를 계속 자극해 관계를 파탄시킴으로써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제공 구실을 만들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을 중시하는 '가치 외교'와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을 내걸고 자유의 전사가 되고자 다짐해온 윤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고전 중인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의 가세로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하자 이를 돕고자 발 벗고 나선 것이라고 보면 착각이다. 우크라이나의 안보와 세계 평화를 위해 우리나라의 안보와 국익을 훼손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22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 도하훈련장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K1A2 전차가 부교 도하를 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육군 제7기동군단 예하 7공병여단과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다목적 교량중대 등이 참여했으며 지난 6월 전력화된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수룡'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2024.10.22 연합뉴스
22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 도하훈련장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K1A2 전차가 부교 도하를 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육군 제7기동군단 예하 7공병여단과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다목적 교량중대 등이 참여했으며 지난 6월 전력화된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수룡'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2024.10.22 연합뉴스

윤 정권의 수상한 행각…진짜 속내는?

그럼 이런 수상한 행각의 진짜 배경은 뭘까. 우선은 윤 정권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보내야만 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 한·러 관계 파탄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만일 그런 사정이 있다면 미국의 '요구'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국정원의 '북한군 파병' 발표를 확인하지 않고 "만일 사실이라면 매우 우려된다"라고 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스탠스는 자신은 뒤로 빠진 채 윤 정권을 전면에 내세워 살상 무기 지원 문제를 풀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한미 정부 간에 내밀한 조율을 통한 역할 분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내 정치적 위기를 '안보 위기'를 조성해 덮으려는 작업일 공산도 크다. 최근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계기로 특검과 함께 윤 대통령 탄핵 여론이 치솟고 있고 국정 지지율은 10%대에 진입할 정도로 날로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국정 동력이 완전히 상실한 상태인데다 국민 대다수 여론에 맞춰 남은 기간 국정을 쇄신할 생각도 없으니 '군사 모험주의' 유혹을 받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사회를 전쟁 동원 분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와 전단 살포 이슈도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사안이다. 북한 외무성이 11일 중대 성명을 통해 세 차례(10월 3·9·10일)에 걸쳐 한국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밝히고 "재발되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튿날인 12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 수도 상공에서 대한민국 무인기가 다시 한번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은 일어날 것"이라고 최후통첩성 발언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를 시찰하고 발사 관련 시설 요소별 기능과 능력, 전략 미사일 전투직일 근무(당직 근무) 상태 등 나라의 안전과 직결된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2024.10.23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를 시찰하고 발사 관련 시설 요소별 기능과 능력, 전략 미사일 전투직일 근무(당직 근무) 상태 등 나라의 안전과 직결된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2024.10.23 연합뉴스

국민 생명·재산 볼모 삼은 윤석열의 도박

정전협정을 위반해 대북 도발을 했다는 얘기인 만큼 군 당국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나고자 윤 정권이 도모하는 '군사 모험주의'의 또 하나의 사례다. 북한을 자극해 선공을 유도함으로써 '자위권'의 명분을 얻어 국지전을 치르려는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국지전을 명분으로 한 계엄 시나리오도 생각해봤을 수 있다.

정치생명이 경각에 달렸다는 초조함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나온 행동들인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이 무인기 사건을 통해선 한반도 전쟁, 북한군 파병 건을 고리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으로 한국민을 끌고 들어가는 형국이다. 추후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 핵무기 완성도 제고와 △ 전략 미사일 고도화 △ 노후 재래식 무기 현대화 등에 도움을 줌으로써 한국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으로 다가왔을 때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

이제라도 윤 대통령은 '가치 외교'와 '글로벌 중추 국가'란 허상에서 벗어나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볼모로 한 도박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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