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법카 직접 사용하고도 청문회서 거짓말"

방용철 "김성태 지시로 이화영 아닌 문 씨에 지급"

김성태 체포 뒤 진술 180도 바꿔…검찰 회유 의심

문 씨, 문재인 대선 캠프 팀장 등 대관 담당 이력 충분

검찰 "이화영의 사적 수행비서"…내연관계 암시까지

두 사람간 통화 내역 1년간 한 건도 없는데 왜곡해

쌍방울에 대북사업 우선권을 줄 권한 자체가 없어

증거인멸교사? 날짜부터 틀리고 억지로 짜맞추기

김호경 시민언론 민들레 에디터‧편집이사
김호경 시민언론 민들레 에디터‧편집이사

'쌍방울 대북 송금=이재명 방북비'라는 검찰 주장과 1심 재판부 판결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는 그간 시민언론 민들레를 포함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많이 드러난 편이다. 그러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법인카드를 부정하게 수령해 수억 원을 펑펑 썼다는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진위는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었다. 이 전 부지사의 평소 추악한 행태를 증명한다는 식으로 검찰이 선전한 '법카 비리'의 진실은 뭘까.

수원지검의 대북 송금 사건 조작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지난 2일 국회에서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를 개최하자 수원지검은 다음 날 입장문을 발표해 "신뢰할 수 없고 중대 범죄로 형사재판 중인 피고인을 국회에 불러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거짓말을 마음껏 하도록 하고, 그것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둔갑시켜 수사 검사에 대한 탄핵의 근거로 삼으려 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청문회의 가장 주된 증인은 이화영이었고,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 허위 주장을 반복했다. 이화영은 징역 9년 6월을 선고받은 1심 재판에서 수많은 공소사실 중 단 한 가지도 인정하지 않은 사람"이라며 "쌍방울 법인카드를 직접 사용한 물증까지 제시받고도 범행을 부인했고, 재판부가 '비합리적 변명으로 일관한다'는 점을 중형 선고 이유로 설명할 만큼 온갖 거짓말로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고 이 전 부지사를 철저히 폄훼했다.

박상용 검사 청문회 맹비난한 검찰…"이화영은 거짓말쟁이"

'이화영은 거짓말쟁이'라는 대표적 근거로 쌍방울 법카 범행을 부인했다는 점을 앞세운 것이다. 앞서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2022년 10월 14일 이 전 부지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7월∼2022년 7월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 및 법인차량을 제공받고,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3억 2000여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2억 5900여만 원은 뇌물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화영은 2018년 7월경부터 2020년 1월경까지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재직하면서 쌍방울그룹이 향후 진행하려고 하는 대북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김성태와 방용철로부터 쌍방울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직접 사용하거나 문○○에게 사용하게 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이화영은 2020년 9월 1일 경기도 산하 공기업인 킨텍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면서 쌍방울그룹은 킨텍스 호텔 건립 사업, 킨텍스 태양광 시설 건립 사업, 남북 교류 사업 등과 관련해 피고인으로부터 도움을 받고자 쌍방울그룹이 사용대금을 지급하는 신용카드를 이화영이 계속해서 쓸 수 있도록 제공하고, 문○○을 쌍방울 직원으로 계속 허위 등재해 급여를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이 편향적이고 자의적인 증거 제시,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의 거짓 진술 등을 통해 사실을 조작했다고 강력 반박해왔다. 요약하자면 ▲김성태 전 회장은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를 비롯해 민주당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문 모씨를 대관업무에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채용했고 ▲법인카드 역시 이 전 부지사가 아니라 문 모씨에게 직접 제공해 쓰라고 한 것이며 ▲이 전 부지사가 법인카드 유용을 은폐하기 위해 쌍방울 측에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혐의 또한 객관적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에 출석, 머리를 넘기고 있다. 2024.10.2. 연합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2024.10.2. 연합뉴스

기업 대관업무 담당 실무자로 출중한 이력을 갖춘 문 모씨

우선 김성태 전 회장이 문 모씨에게 급여 및 법인카드를 지급한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문 씨를 '오랜 기간 이화영의 정치활동에 대한 비서 업무를 맡아주고 그 대가로 이화영으로부터 생활비 지원을 받아온, 이화영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서술했다. 의견서나 신문 과정에서도 '사적 수행비서'라고 표현했다. 나아가 두 사람이 연인 관계인듯한 뉘앙스를 의도적으로 풍겼다.

그러나 문 씨는 이 전 부지사의 개인 비서가 아니라 민주당을 근간으로 정치권에서 그 자신의 독립적인 이력을 탄탄하게 쌓아온 인물이다. 2006년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대표였던 의정연구센터의 총무간사였고, 2008년에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위원장이었던 참여정부평가포럼의 총무간사였으며, 2010년에는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업무팀장, 2012년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경선캠프 재무팀장, 2017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교육특보를 역임했다. 학력도 2018년 건국대학교 교육학 석사과정에 입학해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그래서 2018년 6월 김성태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정치권 인사들을 연결하고 대관업무를 담당할 실무자를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이 전 부지사는 문 씨를 소개했고, 이에 김 전 회장도 대단히 흡족해 했다고 한다. 문 씨가 당시 여권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데다 현직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아니어서 법적으로 위험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김 전 회장은 문 씨를 로비스트로 활용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방용철 부회장에게만 "법인카드를 문 씨에게 줘라"라고 말했을 뿐, 자세한 내막을 다른 쌍방울 직원들에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방용철 "문 씨 만나서 법인카드 직접 줬다" 진술했다가 뒤집어

문 씨는 법인카드를 이 전 부지사가 아니라 쌍방울 신당동 사옥에서 방용철 부회장으로부터 직접 건네받았다고 일관되게 밝혀왔다. 그래서 법정에서도 "쌍방울에서 (청와대‧민주당 등과의) 정치적 연결 고리를 원했는데, 저는 그 일을 10년 이상 하면서 안희정 지사를 모셨던 적도 있고 실무를 계속 했기 때문에 그쪽에서 저를 좋아했다. 충분히 제 경력으로도 가능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기업이나 그런 중간 실무자들을 찾는 곳은 많다"고 증언했다.

방 부회장도 검찰 수사 단계에서 "김성태 회장의 지시로 문 씨에게 카드를 지급했다"며 "김성태 회장이 직접 얘기했기 때문에 잘 챙겨야 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해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다음은 방 부회장의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이다.

 

검사 : 문○○과 처음 만나서는 뭐라고 하면서 카드를 주었나요?

방용철: 그 때 그냥 전화를 했고, "쌍방울입니다. 회장님이 카드 주라고 하시는데 언제 오실 수 있으세요?" 정도로 얘기를 했습니다. 시간 약속 잡고 문○○ 씨에게 신당동 사옥 앞으로 오라고 해서 제가 카드를 주었습니다.

검사 : 서서 만나서 준 것인가요, 아니면 까페 등 장소에서 만나서 준 것인가요?

방용철: 회사 입구에서 서서 만나서 주었습니다.

검사: 이후 매번 카드를 바꿔줄 때마다 문○○에게 피의자가 직접 주었나요?

방용철: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김성태 전 회장이 해외 도피 끝에 타이에서 체포돼 국내로 압송된 2023년 1월 17일 이후 방 부회장은 종전 진술을 180도 바꾼다. 법인카드를 문 씨가 아니라 이 전 부지사에게 직접 건네줬고, 용도 역시 문 씨가 아니라 이 전 부지사가 쓰라고 줬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이 김 전 회장과 방 부회장을 회유해 진술을 번복하게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요구대로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다"는 허위 진술을 유지해줬다면 검찰이 법인카드 부분은 봐주겠다고 형량 거래를 해왔겠지만 이 전 부회장이 거절하면서 그대로 누명을 쓰게 됐다는 얘기다.

 

쌍방울 그룹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 공모 및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선고 재판이 열린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이 전 부지사 측 김현철·김광민 변호사가 재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6.7. 연합뉴스
쌍방울 그룹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 공모 및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선고 재판이 열린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이 전 부지사 측 김현철·김광민 변호사가 재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6.7. 연합뉴스

이화영 위해 쓴 카드 결제 2150만 원…"생명의 은인이라"

문 씨가 법인카드를 직접 수령해 본인이 사용했다는 사실은 카드 사용처의 위치 정보를 비롯해 여러 증거가 뒷받침한다. 문 씨는 쌍방울로부터 총 4장의 카드를 받아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3년 3개월간 총 1억 9900여만 원어치를 사용했다. 이 가운데 문 씨 자신이 아니라 이 전 부지사를 위해 카드를 쓴 사례도 분명히 존재한다. 검찰은 그 금액을 2150여만 원(결제 91건)으로 특정했는데, 거기에는 문 씨가 이 전 부지사에게 선물로 보냈다는 각종 가전제품 구입비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밖에 헤어숍 결제 내역 9건을 비롯해 병원 진료비 및 약제비, 통신비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문 씨는 지난해 3월 14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쌍방울 법인카드는 이 전 부지사가 아닌 내가 쓴 것"이라며 "이 전 부지사가 생명의 은인이라 뭐든지 해드리고 싶어 (일부를) 결제했다'고 밝혔다. 또 "결제하면 이 전 부지사가 수일 내 현금으로 보내줬으며, 가전제품을 받은 뒤에도 이런 거 사지 말라고 현금을 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문 씨는 과거 이상수 전 의원의 비서로 재직하면서 당시 보좌관이었던 이 전 부지사를 알게 된 이래 각종 선거 캠프에서 함께 활동하는 등 인연을 이어왔는데, 2017년 췌장암 판정을 받아 어려운 처지에 빠졌을 때 이 전 부지사의 도움으로 수술을 했다고 한다.

대부분 문 씨 자신을 위해 사용…검찰 구속영장도 기각돼

이 전 부지사 측은 "4개의 카드 중 문 씨가 자신을 위해 사용한 2852건은 전체 카드사용 건수 2943건의 96.90%에 해당하고, 카드 사용 금액 1억 7700여 만 원은 전체 금액 1억 9900여만 원의 89.19%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카드의 실제 소지자 및 사용자는 문 씨다. 따라서 이화영을 위해 사용됐다고 검찰이 특정한 91건을 이유로 나머지 2852건의 카드 사용을 이화영에게 귀속시킬 수 없다"며 "형사소송법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오히려 증명되지 않은 2852건의 카드 사용에 대해서는 무죄로 봐야 한다"고 항변해왔다.

검찰은 쌍방울 방 부회장이 법인카드를 이 전 부지사에게 직접 제공했다고 단언하면서 황당하게도 문 씨에 대해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카드는 이 전 부지사가 받았는데 문 씨가 쌍방울에 대해 횡령‧배임죄를 저질렀다는 건 모순이다. 게다가 법원은 "구속의 상당성 및 도주, 증거 인멸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한 시점이 2022년 9월 22일이기 때문에 이 사건 수사 초기 단계에서는 검찰도 카드가 문 씨에게 직접 제공된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이후 '이재명 방북비 대납'으로 짜맞추기 위해 카드 수령인을 이 전 부지사로 몰아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4.10.2. 연합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뒤편에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인 김현철(오른쪽)·김광민 변호사가 배석해 있다. 2024.10.2. 연합뉴스

이화영과 문 씨가 불륜 관계인 것처럼 암시한 검찰의 작태

특히 문 씨와 이 전 지사가 내연 관계인 것처럼 검찰이 반복해서 암시한 행위는 저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킨텍스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던 2022년 9월 6일 오전 8시 40분쯤 문 씨가 슬리퍼를 신고 복도에 나와 있고, 이 전 부지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문 씨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이 담긴 킨텍스 대표이사 사택(舍宅)의 CCTV 캡처 사진을 들고 나왔다. 그리곤 법정에서 여러 증인들에 대한 증인신문, 증거의견 절차 및 피고인신문 절차에서 반복적으로 제시했다. 심지어 피고인신문 때 '이러한 문 씨의 모습을 보면 아침에 회사에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는 아내의 모습 또는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오인될 수도 있어 보인다'는 질문 사항까지 만들었다가 스스로도 너무 야비하다고 생각했는지 실제 질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진실은 검찰이 냄새를 풍기려 애썼던 불륜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었다. 당시 추석 선물로 들어온 냉장‧냉동식품이 너무 많아 이 전 부지사의 면목동 자택 냉장고에 다 들어가지 않자 아침에 남는 식품들을 들고 킨텍스 사택을 찾은 상황에 불과했다. 이 전 부지사가 남은 식품의 정리를 비서 진○○ 씨에게 부탁했고, 진 씨가 평소 친한 문 씨에게도 도움을 청해 세 사람이 함께 면목동 자택에서 킨텍스 사택으로 이동한 뒤 이 전 부지사는 곧장 킨텍스로 출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탄 장면을 캡처한 것이다.

그보다 14분 전에 문 씨와 이 전 부지사가 지하 주차장에서 카트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처음 타는 장면도 있고, 이 전 부지사는 사택에 겨우 10분 정도 머물다 나왔다는 사실을 검사들도 뻔히 알았겠지만, 정치검찰은 두 사람이 마치 전날 밤을 함께 보내고 아침에 헤어지는 연인처럼 선입견을 심어줄 사진만 계속해서 법정에 띄웠다. 이 전 부지사는 킨텍스 대표 시절 사택을 사용하지 않았고, 잠을 잔 일도 없으며, 항상 면목동 사저에서 출퇴근했다고 한다.

1년간 서로 통화한 내역도, 문자메시지 주고받은 기록도 없어

더욱 어처구니없는 대목은 검찰이 제출한 통화 기록에도 이 전 부지사와 문 씨가 통화한 흔적이 일절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화영, 문○○의 통화 내역'이라는 제목으로 2021년 9월 1일부터 2022년 9월 7일까지 1년간의 통화 기록을 제시했지만, '이화영-진○○' 또는 '진○○-문○○'의 통화만 나올 뿐 '이화영-문○○'의 통화는 내보이지 못했다. 검찰의 증거 목록에는 이 전 부지사와 문 씨 사이의 문자메시지 내역조차 없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연인은커녕, 도대체 1년 동안 단 한 번도 통화를 하지 않는 '사적 수행비서'가 존재할 수 있느냐"면서 "이화영은 문 씨에게 반말을 하지 않고 동지적인 관계로서 항상 존중을 하며, 업무적인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을 뿐이다. 그 도움도 이화영이 직접 요청해서가 아니라 비서 진 씨가 부탁해서 이루어졌던 것인데 검찰이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했다.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당시 이화영 평화부지사를 비롯한 경기도 인사들과 북측 대표단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이 국제대회에서 북한 리호남을 만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단체 사진에 리호남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 제공.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당시 이화영 평화부지사를 비롯한 경기도 인사들과 북측 대표단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이 국제대회에서 북한 리호남을 만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단체 사진에 리호남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 제공.

법리상으로도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이 말이 안 되는 이유들

사실관계도 그렇지만 법리상으로도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이 전 부지사 측은 강조한다. 우선 문 씨와 이 전 부지사 사이에는 뇌물을 수수할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 관계가 없다. 다만 문 씨를 기부자로 한 정치자금법 위반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실제 기부자는 문 씨인데 검찰은 쌍방울 측을 기부자로 기소했기 때문에 공소사실과 실제 범죄사실이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치자금법 위반죄도 무죄라는 것이다.

법인카드 외에 문 씨가 받은 급여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뇌물로 판단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 받았다는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이 전 부지사와 문 씨가 소위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그런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문 씨가 췌장암 선고를 받고 형편이 곤란할 때 이 전 부지사가 부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지원했던 적은 있지만 그런 사정을 두고 경제적 공동체라고 할 수는 없다. 김성태 전 회장이 자신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문 씨를 고용해 급여를 지급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 전 부지사가 직접 사용한 법인카드가 있기는 하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사외이사로서 법인카드를 적법하게 사용하다 2018년 6월 30일 사외이사를 그만두고 7월 10일 경기도 부지사에 선임됐다. 그 과정에서 카드를 곧바로 반납하지 않고 7월 17일까지 사용한 뒤 이튿날 반납해 총 17일간 46만 9000원어치를 사용한 사실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이는 부주의 때문이지 뇌물 또는 정치자금을 수령한다는 고의로써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게 이 전 부지사 측 해명이다. 나아가 2018년 7월 10~17일까지 사용된 카드대금 결제는 카드 회사인 ㈜하나카드가 쌍방울 법인계좌에서 원천적으로 인출해 간 것이기 때문에 쌍방울 임직원의 뇌물 제공 또는 정치자금 기부 행위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 전 부지사는 렉서스와 카니발 등 쌍방울 법인 차량 3대를 장기간 제공받았다는 검찰의 공소사실도 정면 부인했다. 본인 소유 차량이 렉서스이기 때문에 쌍방울 렉서스는 아예 사용한 적이 없으며, 고속도로 전용도로를 이용하기 위해 쌍방울 카니발을 빌린 적은 있지만 그 경우도 자신의 차량을 대신 방용철 부회장에게 주고 일시적으로 빌렸다가 돌려줬다는 것이다. 킨텍스 대표이사 시절 주중에는 킨텍스 관용차인 카니발을 사용했고, 주말에 장거리 주행을 할 때 당시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던 방 부회장에게 예외적으로 쌍방울 카니발을 가끔 빌렸다고 하는데 이를 거짓이라고 볼 만한 반증도 없다.

이화영이 대북사업 특혜를 줄 권한이 있었느냐는 근본적 질문

무엇보다 근본적인 사실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에게 대북사업에 대한 우선적 기회를 부여할 권한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기관은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통일부 장관밖에 없다. 이 전 부지사가 재직하던 시기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사업 권한은 중앙정부의 대북사업을 지원, 협조하는 것으로 국한됐으며, 민간기업의 대북사업을 보증하거나 지원하는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경기도가 민간기업의 이권사업에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사용하는 것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김성태 전 회장에게 김성혜와 송명철 등 북한 고위층을 소개한 사람도 이 전 부지사가 아닌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었고, 2018년 1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이뤄졌던 쌍방울그룹의 조선아태위 및 민경련과의 계약 체결도 전적으로 안부수 회장을 통해 성사됐다. 이 전 부지사 역시 안 회장을 통해서만 북측 인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요컨대,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사업에 관해 법령상의 직무 또는 사실상의 직무 관련성을 가지지 않았고, 킨텍스 대표이사로서도 쌍방울과 아무런 직무 관련성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는 무죄가 되는 게 합당한 귀결로 보인다.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왼쪽)과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오른쪽). 2024.6.17. 연합뉴스 자료사진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왼쪽)과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오른쪽). 2024.6.17. 연합뉴스 자료사진

쌍방울에 하드디스크 교체 지시? 증거인멸교사죄도 막무가내

검찰이 문어발식으로 또 한 가지 추가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막무가내로 갖다붙인 의혹이 짙다. 이 전 부지사가 2021년 10월 19일 TV조선 기자로부터 법인카드 유용에 관한 취재 전화를 받고 곧바로 방용철 부회장에게 전화해 쌍방울그룹 직원들로 하여금 사내 PC의 하드디스크를 교체, 파쇄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공소사실의 요지다. 그러나 쌍방울이 새로운 하드디스크를 주문한 날짜가 그보다 1주일 앞선 2021년 10월 12일이라는 사실이 공판 도중 드러나 검찰의 조작적 논리는 단번에 무너졌다.

10월 12일 당시엔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지속돼 시끄러웠지, 이 전 부지사의 쌍방울 법인카드 의혹은 언론에 단 한 줄도 거론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 전 부지사가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11월 10일 TV조선 기자가 <이화영, '변호사비 대납 의혹' S사 법카 수천만원 유용 정황>이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하면서였다(해당 기자는 쌍방울 사내 변호사 노모 씨에게 제보를 받았다고 한다). 김성태 전 회장은 줄곧 '이화영의 법인카드에 대한 언론의 의혹' 때문에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고 주장했지만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결국 쌍방울이 이 전 부지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이유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쌍방울그룹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경우 '나노스 주가조작'에 관한 증거들이 드러날까 봐 이를 인멸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제 발등을 찍은 검찰은 급히 공소장을 변경해 이 전 부지사가 방 부회장에게 전화한 일시를 '10월 초순경'으로 바꾸고 그 당시 일부 언론이 이미 이화영 법인카드 의혹을 취재하고 있었다며 그 증거로 신문 기사 몇 건을 제시했지만 상투적인 견강부회일 뿐 객관적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는 10월 19일 TV조선 기자로부터 자신의 법인카드가 관리되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나는 쌍방울 법인카드를 쓰고 있지 않은데 의아해서' 방 부회장에게 전화해 자신의 법인카드가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말했을 뿐 증거인멸에 관한 얘기는 나눈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김성태‧방용철이 얼마나 건실한 기업인인데 진술을 의심해?

이처럼 광범위한 사실관계의 허점들,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의 진술 번복과 희박한 신빙성, 검찰의 회유 및 사건 조작 정황, 법리상 숱한 무리수 등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장인 수원지법 형사11부 신진우 부장판사는 검찰 주장을 대부분 인정해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에 벌금 2억 5000만 원, 추징 3억 2595만 원을 선고했다. 이 전 부지사가 킨텍스 대표이사 재직 기간 받은 법인카드 등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일부 혐의를 무죄 판단해 불법 정치자금은 3억 3400여만 원 중 2억 1831억 원, 뇌물 가액은 2억 5900여만 원 중 1억 763만 원으로 선심쓰듯 줄여줬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죄에 징역 1년 6개월, 특가법상 뇌물죄와 증거인멸교사죄 등을 합쳐 징역 8년을 적용했다.

김현철‧백정화 저서 '나는 고발한다 - 이화영 대북송금 조작사건의 실체' 표지
김현철‧백정화 저서 '나는 고발한다 - 이화영 대북송금 조작사건의 실체' 표지

이 전 부지사 측은 수원고법 형사1부(문주형 김민상 강영재 고법판사) 심리로 지난 7월 26일부터 시작된 항소심 공판에서 "쌍방울이 북한에 대납했다는 800만 달러는 쌍방울과 북한 간 체결한 경제협력사업 계약금이고, 쌍방울은 피고인이 사외이사였기 때문에 법인카드를 준 것이며, 지급됐다는 또 다른 카드는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준 것"이라며 치열한 법정 투쟁 2라운드에 돌입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의 논거를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은 김현철 변호사가 대표 집필한 저서 <나는 고발한다 - 이화영 대북송금 조작사건의 실체>를 읽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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