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다른백년 설립자 겸 명예이사장
이래경 다른백년 설립자 겸 명예이사장

현재 미중 간의 대결양상을 표현하는 2개의 프레이밍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미중 간 이 갈등을 ‘패권을 둘러싼 대결’로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주도권을 위한 전략적 게임’으로 평가할 것인지 판단하는 일은 자못 지정학에 취약한 한국이 처한 상황, 그리고 격변기에 진입한 인류의 미래를 전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좌표가 될 것이다.

이를 패권경쟁이라고 주장하는 그룹은 미국과 주변 동맹국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현재의 국제질서가 초강대국인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패자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일단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세계를 마니교적 시각으로 선과 악, 또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적 전체주의(또는 사회주의)로 양분하여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가 무너지면 전세계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등이 지배하는 억압적 강요 체제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가상의 협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윤석열 정권의 입장이 이러한 주장의 하드코어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그러할까? 이에 대응한 중국의 ‘전략경쟁’이라는 입장을 소개하기 전에, 제2차 대전 이후 현재까지 세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미국 중심의 질서에 대한 일반적 이해가 필요하다.

세계지배라는 미국의 패권을 받쳐주는 데는 3개의 기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첫째는 세계 국방비 총액의 40%를 지출하는 강력한 물리적 군사력 및 전세계 800여 군데 배치되어 있는 해외주둔 미군기지이며, 둘째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과 금융네트워크, 그리고 첨단의 ICT 기술이 결합된 경제력이다. 셋째는 미국의 통제하에 있는 국제기구들과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미국 중심의 가치개념으로, 형식적인 절차로서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본의 탐욕을 방치하는 개인적 자유주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3개의 기둥 모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에 대하여 필자의 개인적 의견보다는 객관성을 담보하고자 ‘포린-폴리시’에 2020년 7월13일자로 실린 칼럼(기고자 Zachary Karabell - 콜롬비아와 옥스포드 대학을 거쳐 하버드에서 박사를 취득한 후, 투자회사의 책임자를 거쳐 역사와 경제 및 국제관계에 관한 저명한 여러 저술을 출간하고 있음)의 내용을 중심으로 보완하면서 설명을 갈음하고자 한다.

팍스 아메리카를 받쳐온 3개 기둥 중 우선 무너진 것은 군사력이다. 9.11사태 이후, 미국의 아프간 개입은 합법성 여부를 떠나 일단 알 카에다와 빈 라덴의 근거지인 탈레반에 대하여 정당한 응징을 행한 것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뒤이어 2003년 봄에 이라크를 불법적으로 침공하면서 국제여론을 악화시켰고, 서투른 점령정책과 십수 년에 걸친 게릴라와의 맥없는 전투는 베트남 전쟁의 악몽을 연상시켰다. 이어진 관타나모에서의 고문 폭로는 미국 자신이 오랫동안 지지해온 제네바 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로, 문제를 크게 확대시켰다.

이에 더하여 국가안보와 테러와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국내외 감시와 스파이 행위를 스노든 등이 폭로함으로써 ‘미국은 위대하다’라는 경건한 믿음이 배반 당했고, 2008년까지 미국이 이라크에 잔류하면서 보여준 온갖 혼란상은 미국의 위상을 규모와 능력 모든 면에서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이에 따른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는 사필귀정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이 미국 군사력의 위상을 상당한 수준에서 규정하게 될 것이다.

2번째 기둥 경제력도 무너졌다. 미국의 시대라는 핵심적인 자부심은 공산주의를 분쇄하기에 충분히 강력한 미국 경제시스템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서 나왔다. 소비에트가 붕괴된 이후에도 번창하는 미국의 경제는 지구상에 뛰어난 모든 재능을 불러 모으고 혁신을 지속하면서, 1990년대의 인터넷 붐과 2000년대의 2차적 파급을 주도하여 왔다.

1980년대에 안착한 시장만능의 워싱턴 컨센서스는 1989년 이후 동유럽과 러시아의 재건에 청사진을 제시하며 자유시장경제를 이끌어 왔다. 동시에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라는 간접적 기구를 이용하여 세계무역의 장벽을 낮추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며, 금융시장을 개방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러시아를 위시한 몇 국가들은 이러한 처방에 심각하게 손상을 당했지만 미국의 엄청난 경제력은 모든 국가에게 다른 대안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은 예외적으로 독자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것을 허용받았는데 이는 국가의 규모가 거대하다는 배경도 있고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 시장주의의 모델을 따라 할 것이며 결국 미국이 설정한 국제질서로 포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 2008년 간에 월가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미국이 주도하는 모든 것이 신기루임이 판명되었고 이후 무제한적 양적 완화의 후유증, 그리고 공급사슬의 혼란 등으로 스태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도래하면서 현재와 같이 전 세계가 고통 속에 빠져들고 있다. 반면에 사회주의 국가로서 더욱 강력해진 중국은 2022년 현재 명목GDP가 18~19조 달러로 미국을 바짝 따라붙고, 구매력 수준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격차로 앞서 나가기 시작하며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미국의 패권적 위상을 전방위로 위협하는 유일한 도전국가로 우뚝 섰다.

3번째 마지막 기둥은 가치개념과 민주주의이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잘 짜인 자신들의 민주주의가 개인적인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공동체의 에너지를 잘 결합시키는 유일한 제도라고 자랑할 수 있었다. 이를 구실로 일상적으로 동맹이나 경쟁국들에게 개방적인 민주화를 추천하기도 하고 압박하기도 하였고, 더 나아가 일부 독재체제 국가들에 대해서도 미국의 이익에 따라 이를 묵인하고 측면 지원하여 왔다. 그러나 미국은 다양한 측면에서 이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었으며 오히려 독일을 포함한 북유럽국가들이 제도를 앞서 이끌어 왔다. 조지아 대학의 박한식 교수는 애시당초 ‘미국의 정치체제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단언하기까지 한다.

이런 결함을 지닌 정치제도임에도 불구하고 2개의 기둥(군사력과 경제력)과 광범하고 활기차게 결합하면서 전후 미국의 시대를 만들어 왔다. 그런데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2016년 이전에도 미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결함을 보이며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와 참여도가 현저하게 쇠퇴하기 시작하는 등 이미 경고등이 켜졌는데,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의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면서 포퓰리즘과 전체주의적 압력을 그토록 비난해오면서 자기의 정치체제를 세계에 과시해온 미국의 위상을 무색케 했다.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강요해온 패권적 기둥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트럼프에서 바이든의 시대로 넘어온 미국은 새로운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단기적 이익을 위하여 동맹조차 압박해 온 트럼프식의 ‘무조건적인 미국우선주의’에서 벗어나, 기존의 동맹국들을 패권 재건의 주요한 기반과 동력으로 평가하고 ‘미국이 돌아왔다’를 외치기 시작했다. 기존의 G7을 포함하여 영연방국가들과 안보연합을 더욱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내전을 계기로 유럽의 강국들과 대서양 동맹을 재건하고자 하며, 이에 더하여 가치동맹을 내세워 인권과 민주주의, 개방과 진실 등을 주제로 민주주의연대인 D10+를 구상하고, 첨단기술의 동맹을 앞세우며 공급사슬의 미국중심 체제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최근 한국 산업계에 엄청난 압력과 재앙으로 다가오는 ‘인플레감축법(IRA)’과 ‘칩 및 과학법(Chip & Science Act)’의 배경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바이든의 미국은 2022년 국가안보전략에서도 밝혔듯이 패권적 위상에 도전하는 어떠한 세력과 국가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 군사 외교는 물론 산업 통상 무역 기술, 그리고 이념적 공세를 더한 국제여론까지 동원하여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며 중국에 대한 총체적인 하이브리드 전면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패권전쟁이라는 프레이밍을 사용하는 근거이다.

이에 대응하여 중국은 오래 전부터 다방면에 걸쳐 자기방어적 기제를 착실하게 닦아오고 있었다. 우선 시진핑이 최고 권력자로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원로 지도부를 중심으로 미 패권이 중국의 굴기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반드시 이를 좌절시키기 위해 상기에 언급한 상황이 전개되리라는 것을 미리 예견하고 있었다. 이에 당주석으로 예상했던 공청단 출신의 리커창을 2인자 격인 국무원 총리로 지명하는 대신 반제항일투쟁의 근거지였던 연안 지도부(시중신)의 자식인 시진핑을 급거 당주석으로 천거하면서, 더구나 장쩌민과 후진타오 누구도 갖지 못했던 군사통솔권까지 부여하여 ‘시황제 시대’를 열었다. 이후 중국 지도부는 시진핑을 중심으로 비상하게 단결하며 미 패권에 대응하는 몇 가지 중요한 전략적 포석을 시행해 오고 있다.

우선 주나라 시절부터 중국 인민들의 소망이었던 온피-소강-대동(溫被-小康-大同)의 중국몽 실현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이했던 지난 2019년에 14억 인구의 절대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했으며 2035년경에는 OECD 평균 수준의 사회안전망과 복지체계를 갖추어 소강사회에 도달할 것과 현대 중국 건국 100주년에는 소위 공동부유사회(共同富裕社會)의 실현을 통하여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대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국가설계도를 제시하고 있다.

이의 실천을 위하여 중국공산당 중심의 국가지도체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헌신과 애국을 서약하는 공산당원이 현재 1억 명에 이르고 있으며, 일당의 강성적인 억압체제라는 대외적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 2019년부터 전과정인민(참여)민주주의를 공식화했다. 전인대뿐만 아니라 건국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던 정협의 자문과 감독의 기능을 다시 크게 강화하는 동시에, 20여 개소의 주요 거점도시에 인민들의 청원과 제안을 제한 없이 접수하여 이를 반드시 국가정책에 반영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예컨대 전인대 대표를 선출하는 기초 풀뿌리인 촌/지역 단위에서 10억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여 2백만이 넘는 기초단위의 대표자를 뽑고 있다.

둘째로 미국의 ‘탈공조화’라는 무역전쟁에 대하여 2년 전부터 쌍순환의 이중고리 정책을 채택하여 국내적으로는 저변층인 농민과 농민공 중심으로 생활 향상을 통한 내수기반의 확대와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무력화시키고 있는 WHO의 역할을 지지하고 강화하면서 통상과 자본시장의 개방정책을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좀더 상술하자면, 2021년부터 시행된 ‘쌍순환-이중순환고리’ 전략은 중국이 당면한 현실 상황에 합당할 뿐만 아니라 매우 실제적이다. 예를 들어 서구 경제권의 내수 규모는 GDP 대비 70% 수준인 데 비하여 중국의 내수 규모는 4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역으로 내수를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은 상당하다(참조: 한국의 내수 규모 역시 GDP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며 매우 빈약한데, 이는 양극화와 부동산투기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중국인들의 가계저축은 가처분 소득의 25% 수준으로 거대한 규모이며, 부채 수준도 아주 양호하다. 소비세를 낮추거나 투자를 진작하는 등 적정한 동기를 부여한다면, 14억에 달하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활짝 열어 소비를 확대하면서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농촌인민들의 거주지역이 현대화되면 개인소비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늘어날 것이다. 이들은 구태의 농촌에 머물던 과거처럼 더 이상 자급용으로 농사를 짓지 않고 의복을 만들거나, 생활용품을 스스로 만들지 않고 시장을 위한 분업적 상품생산에 주력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지역의 거점도시들이 형성되면, 이 자체가 지역의 경제발전을 가져다 주면서, 건설 및 가전제품의 수요, 물류수송, 의료시설 그리고 부수적인 산업에의 투자를 야기시킬 것이다. 사업활동과 고용이 늘어나고, 가계소득 역시 증가하면서 소비주체인 중산층이 확대된다는 전략적인 판단이다.

셋째, 인류 미래의 주도권 여부는 첨단기술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이든의 미 패권이 그토록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첨단기술의 반중 차단에 목을 매는 이유이다. 이에 대응한 중국의 ‘내부순환고리’ 형성의 핵심적 내용 중의 하나는 혁신적인 제조기법의 활성화와 첨단기술의 선점이다. 이미 향후 5년간 1.4조 달러 이상의 투자를 선도적인 반도체와 첨단기술의 개발에 집중하여 내수의 공급사슬 구조를 형성하고 기술적 자립을 기획하고 있다. 국가의 전략적 주도로 엄청난 자금이 혁신분야와 첨단기술 분야에 맞춤형으로 투자되면, 문제가 되고 있는 선진적 반도체의 생산과 개발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분야 대부분이 자급자족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2025년까지 국내 반도체 수요의 60% 이상을 자체에서 생산하여 수급한다는 계획이 확고하게 수립되어 있으며, 더구나 상기 수치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면 전 세계에서 우수하고 총명한 과학인재들이 중국으로 몰려들 것이며, 매년 수백만 명의 대학졸업생들이 첨단기술의 노동시장에 투입될 것이다.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유의미한 기술특허(IP) 등록에 있어 중국이 양과 질 모두에서 미국과 유럽을 추월했으며, 5G 통신기술 인공지능 산업로봇 광자컴퓨터 우주항공. 그리고 일부의 생명공학 등 분야에서 미국과 어깨를 겨누거나 이미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더하여 중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가치개념에 있어서도 미국에 역공세를 가하고 있다. 신대륙 장악 과정에서의 원주민 학살과 흑인노예의 역사라는 원죄에 더하여 현재에도 여전히 인종차별이 극성을 피우는 곳, 생명을 무시한 채 총기소유를 용인하면서 매년 3-4만 명이 희생당하는 나라, 10명 이내의 초대형 부자들이 민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인구의 20% 수준이 건강보험의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삼시세끼를 푸드뱅크에 의존하는 극도로 양극화된 사회, 그리고 형식과 절차에 매달려 실질적 내용을 담보해 내지 못하고 민주-공화 양당체제에서 서로 극한적으로 대립하는 적대적 정치상황의 미국이 세계를 향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중국의 미국에 대한 대응은 패권의 교체라는 도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명존중과 인민생활권 그리고 생태문명과 실질적 인권이라는 인류 현안의 주제들에 대하여, 체제적 경쟁 즉 3C로 회자되는 대결(confrontation), 경쟁(competition), 협력(cooperation) 중에 대결을 제외한 선의적 경쟁과 상호 협력을 통하여 인류의 미래와 발전에 누가 많이 공헌하느냐 하는 주도권의 전략경쟁을 하자는 입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진핑의 중국은 현재 진행 중인 일대일로 사업을 글로벌-안보구상과 글로벌-발전구상으로 확장하면서 지구촌의 공존공영(human community with shared future-prosperity)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6백여 년 역사에서 명청 제국의 조공체제에서 속국처럼 지냈던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초강국으로 굴기하는 중국의 상기 전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신뢰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중국은 서세동점의 19세기 이후 오랫동안 반식민 상태의 치욕과 반제해방투쟁의 지난한 경험을 겪고 전후 독립국가로 다시 태어난 이래 제3세계의 맏형으로 비동맹의 원칙을 천명하고 베스트팔렌 조약의 주권국가론과 유엔헌장의 평화정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바 이웃한 국가로서 이런 주장에 조심스레 귀를 기울이고 예의주시해야 함은 당연지사이다.

한편 미국 자본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해온 대표적인 투자 조직들이 내놓은 미래 보고서들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브리지워터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하고 자신 역시 거부로 성공한 투자의 귀재 알리 달리오가 패권국가들의 흥망이라는 시각에서 기술한 저서 ‘변화하는 세계질서’가 현재 베스트셀러로 서점가를 달구고 있다. 그의 분석틀에 의하면 미국의 패권시대가 확연히 저물고 있으며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아시아 지역에 오래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깊은 이해를 지니고 있는 투자조직 맥킨지의 연구소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시대의 도래를 전망하고 있다. 국제질서의 재편과정, 미래 첨단기술의 주도권, 사회안정 여부와 인구통계학적 함의, 에너지원의 개발 및 이동과 저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자본의 흐름과 운동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면서 중국과 아세안의 상대적 우위를 점치고 있다.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여 기존의 패권질서를 상당기간 유지하든, 혹은 중국이 전략적 게임에서 승리하여 미패권을 밀어내는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든, 이제 인류의 미래는 단 하나의 초강대국이 세계를 일방적으로 이끌며 강요하던 시대는 명백하게 저물고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보듯이, 지역적인 협력 내지는 세계적 규모의 협의적 기구로서 다자적 또는 다극적 체제의 등장이 대세적인 시대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격동하는 국제질서는 우리에게 심각한 위기인 동시에 지난 시절 극복하지 못했던 한계를 넘어설 기회로 다가온다. 대세적인 흐름인 다자 체제는 당연히 한국이 일방의 블록에 편중되어서는 안된다는 자기예언적 암시이다. 한미일 삼각의 유사동맹체제는 과거 냉전체제로의 퇴행이며, 민족의 미래 전진을 가로막는 쇠우리의 장애물이다. 한국은 스스로 자해적인 동맹에 갇힐 것이 아니라, 당연히 역사의 소명과 국가의 전략적 이해를 충실하게 이행하며 넓게 펼쳐지는 국제질서의 재편과정에서 자기 선택권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청맹과니 윤 정권의 각성과 퇴진을 요구하는 광장시민들의 외침은 매우 정당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