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소중했던 추억이 있던 곳이 슬픈 역사의 장소로"
"어떤 말과 글로도 안타까운 마음 전할 길 없어 붓을 들어"
16명의 화가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작품으로 추모하고 있다. 전시 장소도 참사 현장 근처에 있는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 10길 ‘공간연출’이다. ‘10·29 이태원 추모전 : Green Fuse(푸른 도화선)’이다.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서로 부퉁켜 안고 있는 두 사람 ‘블루의 허그’를 그린 주혜인 작가는 “젊은 날 소중했던 추억이 있던 곳이 슬픈 역사의 한 장소로 바뀌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며 “부디 용서하지 말고 기억하기를 바란다”는 애도사를 보냈다.
김인혜 작가는 위로가 필요한 모두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싶어 ‘손난로’를 그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혜진 독립큐레이터는 “이태원에서 자유를 꿈꿨던 희생자들의 ‘푸른 청춘’을 기억하는 시간, 치유와 위로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회 이름인 ‘Green Fuse(푸른 도화선)’는 청춘에 관해 많은 시를 썼던 영국 작가 딜런 토마스 작품에서 가져왔다.
12월 18일(일)까지 휴관 없이 전시한다. 관람시간은 오후 1~7시.
참여 작가 16명
김상현 김인혜 남수르 노경화 마리아 백수혜 서완호 서효은 오경훈 오윤석 이랑 임개화 조성훈 주혜인 최세경 황혜성
작가들이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
“세상을 이끌어 갈 빛나는 별들이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되어 남은 이들을 비추어 주겠군요. 어떤 말과 글로도 이 황망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 붓을 들었습니다. 아픔과 고통이 없는 세상에서 자유롭고 아름다운 나날들을 보내시고 평안하세요. 큰 슬픔을 함께하며 깊이 애도합니다.” - 황혜성
“젊은 날 소중했던 추억이 있던 곳이 슬픈 역사의 한 장소로 바뀌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무엇보다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그들을 마주칠 용기가 안 난다. 살다 보니 시간으로 잊혀지지 않는 것도 있더라. 영원히 기억되는 슬픔이 있다. 부디 용서하지 말고 기억하기를.” - 주혜인
“그날 밤 무고하게 희생된 참사 희생자들의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 어둠과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내일의 희망을 남기고 싶었다. 그날 밤은 희생자들과 그들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을 남겼다. 이 비극을 극복하고 치유하려면 평화와 희망을 찾아야 한다.” - 마리아
“밤이 왔다. 머금으면 왈칵 쏟아지는 이름. 넘실거리던 이름들은 별이 되어 떠오른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생존하신 분들의 회복을 위해 기도합니다.” - 노경화
“제 작품으로 마음의 안정과 이완으로 이번 이태원 사고의 희생자들과 유가족 그리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치유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임개화
“같은 시간을 여행했던 작은 별들이 먼저 또 다른 여정을 떠났습니다. 그곳에서는 꼭 행복한 여행을 했으면 합니다.” - 오경훈
“일획으로 찍은 붓 터치는 사람이며, 또 눈물이다. 눈물이 떨어져 바닥에 스민다. 하나의 눈물도 아픈데 수많은 눈물의 무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고 슬픈 울림으로 다가온다.” - 최세경
“유례 없는 엄청난 참사에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유가족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없겠지만,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합니다. 희생당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서완호
“법과 국가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자들은 언제나 존재하고, 슬픔을 감내한 눈빛을 가진 채 사람들 속에 섞여있다. 일렁이는 눈을 가진 채.” - 남수르
“이제 사라진 당신이지만 한 부분은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 남아있다. 친구들 편히 쉬기를 바란다.” - 백수혜
“문 하나 열면 너와 나는 언제나 만나지. 우린 언제나 만날 수 있지.” - 서효은
“위로가 필요한 모두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합니다.” - 김인혜
“평안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 오윤석
“I'll leave this empty for you. 당신을 위해 비워둘게요.” - 조성훈
온·오프라인 토크
▲12일(월) 오후 1시 온·오프라인 토크 <이태원 참사 이후,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만나다>가 우사단소셜클럽(우사단로 10길 95)에서 열린다. 인스타그램도 동시 진행한다. 김미라 서완호 등 작가를 비롯, 임지은(미술치료연구자), 조슈아 홀(사업가), 최성용(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부설 냉전평화연구센터 연구원) 등이 패널로 참가한다. 이유진 작가(미술관옆집 제주 대표)가 진행한다.
▲12월 17일(토) 오후 3시 온·오프라인 토크 <감정 병목 : 좋은 감정을 느끼려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괴로움>을 주제로 진행한다. 김신식씨(감정사회학 연구자) 등이 진행하며, 장소는 같다. 인스타그램도 동시 진행한다.
딜런 토마스의 시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이’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이
푸른 내 나이 몰아간다 ; 나무들의 뿌리를 시들게 하는 힘이
나의 파괴자다.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구부러진 장미에게 말할 수 없다
내 청춘도 똑같은 겨울 열병으로 굽어졌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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