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발언 이유로 사퇴 요구…'전해철 구하기'

14년 전부터 누차 출마했는데 이제 와 자격 시비

당원과 시민 선택 정면 무시…당 대표 권위도 부정

노무현 생전에 공적 비판한 걸 '모욕'으로 호들갑

이중잣대에 내로남불…김부겸‧정세균 과거 조명

"노무현은 선글라스 안 낀 박정희" 박용진은 두둔

양문석, 이미 4년 전 공개 사과…봉하마을 참배도

일부 친문, 국민 시선 얼마나 따가운지 깨달아야

김호경 시민언론 민들레 에디터‧편집이사
김호경 시민언론 민들레 에디터‧편집이사

민주당 공천을 둘러싼 안팎의 논란이 총선 20여 일을 앞두고 점차 사그라드는 듯했으나 일부 친노‧친문 인사들이 작정하고 다시 부채질을 하면서 불씨가 살아났다. 여당과 언론의 집요한 '허수아비 때리기'로 확대 재생산되던 소위 '비명횡사 친명횡재' 프레임이 효력을 상실하고 공천 작업도 거의 마무리돼 가는 시점에 경기 안산갑 양문석 후보의 16년 전 발언을 소환해 집단으로 공천 취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김부겸, '비명' 탈락 지역구만 골라 공천 개입…당 시스템 흔들어

이들 친노‧친문 세력은 계파로서의 기득권과 패권주의를 과시하기라도 하듯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당 공천관리위원회 등의 판단을 무시한 채 기존 결정을 뒤집으려 매우 노골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도보수 성향이 강한 김부겸 전 총리는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선거운동에 매진하며 당의 통합과 안정을 도모하는 대신 표적을 내부에 두고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면서 당의 공식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을 앞장서 흔드는 모양새다.

그는 토요일인 지난 16일 느닷없이 발표한 개인 입장문을 통해 "박용진을 사실상 배제하는 경선 결정이 과연 잘된 결정인지 이해하기 어렵다""양문석, 김우영 등 막말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후보들이 있다. 우리 당이 이런 부분에서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비명계' 주요 후보들이 낙선한 지역구만 세 군데를 콕 집어 공천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같은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인 이재명 대표, 이해찬 전 대표 등과 상의해서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의견을 조율하지 않고 곧장 외부에 재검증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공개한 것은 언론 보도를 통해 파장을 최대한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노무현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2024.3.17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노무현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2024.3.17 [공동취재] 연합뉴스

친노‧친문의 과장된 '슬픔과 분노'…패권주의 노골화 '전해철 구하기'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양문석 후보의 공천 취소 또는 자진 사퇴 등 낙마를 노린 친노‧친문 인사들의 발언이 줄줄이 이어졌다. 실제 이런 불협화음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토대로 부정적 기사를 선호하는 언론에 좋은 먹잇감이 됐고 뉴스거리가 부족한 주말 내내 포털 사이트 메인화면을 장식했다.

"노무현의 동지로서 양문석 후보의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 김대중과 노무현을 욕보이고 조롱한 자를 민주당이 당의 후보로 낸다는 건 당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다."(정세균)

"양문석 후보의 과거 글을 봤다. 깊은 슬픔을 느낀다. 당은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이광재)

"긴급호소문.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바로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임종석)

"가슴 깊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기가 어렵다. 저는 잊지 못하겠다. 받아들이지도 못하겠다. 당 지도부가 부디 민주당의 가치와 명예를 지켜주기 바란다. 결단을 촉구한다."(윤건영)

"15년 전 가슴 속으로 다짐했던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번만큼은 지킬 거다. 대통령님의 손을 두 번 놓치지는 않을 거다."(고민정)

그러나 이 같은 친노‧친문 인사들의 격렬한 반발은 여러모로 뜬금없고 비약과 자가당착이 심해 한 편의 어설픈 연극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실제로는 양문석 후보와의 경선에서 패한 친문계 중진 전해철 의원을 기사회생시키려 '깊은 슬픔과 분노'를 과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시민들조차 다수가 그렇게 느끼는 듯하다. '전해철 구하기'를 위해 사안을 터무니없게 침소봉대한다는 것이다.

 

2019년 4월 2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경남 통영시 광도면 죽림주공아파트에서 4·3 보궐선거에 출마한 양문석 후보(왼쪽)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9.4.2. 연합뉴스
2019년 4월 2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경남 통영시 광도면 죽림주공아파트에서 4·3 보궐선거에 출마한 양문석 후보(왼쪽)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9.4.2. 연합뉴스

양문석, 14년 전부터 당 추천‧공천받아 공직 후보…이제 와 자격 없다?

우선, 양문석 후보는 이미 14년 전부터 민주당 추천으로 차관급 주요 공직자로 일했고 총선과 지방선거에도 여러 차례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새삼 오래전 발언을 문제 삼아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양 후보는 2010년에 민주당 몫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임명됐고, 2011년에 다시 2기 방통위원에 임명돼 2014년까지 4년간이나 근무했다. 2019년에는 민주당 험지인 통영·고성 지역구 보궐선거에 출마해 대검 공안부장 출신인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를 상대로 36%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낙선했다. 2020년 제21대 총선 때 다시 공천을 받아 39%의 득표율로 선전했음에도 역시 미래통합당 정점식 후보에게 패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 때는 경선을 거쳐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또 고배를 마셨다.

이렇게 14년 동안 꾸준히 민주당에서 고위 공직자로 추천됐거나 공천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오랜 세월 중앙당의 검증을 거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친노‧친문 진영에서 후보 자격을 따질 정도로 이렇다 할 문제 제기를 한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양 후보가 경남 험지에서 경기 안산갑으로 옮겨 3선 전해철 의원을 누르고 본선 진출을 확정 짓자 갑자기 16년 전 발언을 핑계로 벌떼처럼 달려드는 것은 계파 이기주의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경선 통해 결정된 당원과 시민 선택 무시…당 대표 권위도 부정

이는 당원과 시민들의 선택권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안산갑 선거구에서는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당원 50%, 일반시민 50%의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양자 경선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다른 많은 민주당 경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당원과 시민들이 윤석열 정권에 맞서 좀 더 잘 싸울 후보로서 현역 의원 대신 원외 인사인 양문석 후보를 택한 것이다. 이를 특정 계파가 세몰이를 이용한 밀어붙이기로 뒤집으려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역 의원들이 무더기로 탈락한 경선 결과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참으로 놀랄 일이 벌어지지 않았느냐"며 "더불어민주당은 당원의 당이고, 국민이 당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경선을 통해 증명했다. 위대한 국민과 당원의 뜻"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천 혁명'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런데 일부 친노‧친문계는 당 대표의 권위마저 부정하며 '비명‧반명'으로서의 정체성을 대놓고 드러내는 형국이다.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는 식이다.

노무현 생전에 언론 칼럼으로 공적 비판한 걸 '모욕' 침소봉대

게다가 이들이 '모욕과 조롱'이라고 주장하는 양 후보의 발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도 아니고 생전에 어디까지나 언론을 통해 공적 비판으로 내놓은 것이었다는 점에서 억지스럽기 짝이 없다. 끔찍한 사고를 당했던 군 장병이나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이 대상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을 향해 잘잘못을 따진 사례라는 점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목발 경품' 발언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정치인에 대한 '모욕과 조롱'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면 이들은 예컨대 김한규 의원에 대해서도 중징계나 공천 취소를 당 지도부에 촉구했어야 옳다. 그게 일관성과 형평성에 부합한다.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테러를 당한 뒤 종편 채널에 출연해 "그냥 찌르면 안 되고 선혈이 낭자하게 찔러야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이런 정치 문화에 대해서 이 대표도 본인이 피해자가 돼 보니 느낀 게 있었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이에 대한 불만을 내색한 적이 없고 김 의원은 소위 '비명계'로 분류됨에도 지역구인 제주시을에 단수 공천됐다.

 

2007년 8월 10일 한미 FTA를 반대해온 정태인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이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07.8.10. 연합뉴스
2007년 8월 10일 한미 FTA를 반대해온 정태인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이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07.8.10. 연합뉴스

당시 진보 진영서 한미 FTA 등 두고 비난 일반적…정태인도 격렬 반대

양 후보가 언론연대 사무총장으로 일하던 지난 2008년 5월 인터넷 매체 미디어스에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 등을 밀어붙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불량품" 등의 내용으로 기고했던 칼럼은 여러 비꼬는 표현을 비롯해 거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과 이라크 파병 등을 두고 당시 진보 진영에서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일제히 맹비난을 퍼부었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양 후보의 글이 예외적인 게 아니라 그 시절 일반적인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마저 한미 FTA 추진을 격렬하게 반대하다 민주노동당에 입당했던 행보도 잘 알려져 있다. 정 전 비서관은 2006년 3~4월 레디앙과 오마이뉴스, 문화일보 등과의 잇단 인터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은 임기 안에 뭔가 업적을 남겨보려는 노 대통령의 조급증 때문에 시작된 전형적인 한건주의" "정부 주장대로 10개월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정권이 날아가고, 그 안에 마무리하면 한국 경제가 날아갈 것" "노 대통령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나중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청문회에 설 수도 있다" "로비와 압력이 다 '386'들을 통해서 올라온다" 등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양문석 후보의 '유사 불량품'과 정태인 전 비서관의 '청문회' 운운 중 어느 쪽 발언이 내용상 강도가 더 센 것일까.

노무현 모욕한 정치인‧언론인 등 수두룩한데 왜 갑자기 양문석만?

노 전 대통령이 지지율 10~20%대를 맴돌던 재임 중에나, 퇴임 후 이명박 정권의 사냥개였던 정치검찰과 언론에 시달리다 스스로 죽음을 택할 때까지 노 전 대통령을 난도질하는 글과 말이 얼마나 부지기수로 넘쳐났는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말할 것도 없고 한겨레와 경향신문까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가시 돋친 보도 및 논평을 이어갔다는 점도 촛불 시민들은 잊지 못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수구언론보다 소위 진보언론에 의해 더 큰 상처를 받곤 했다.

이렇게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노 전 대통령에게 '모욕과 조롱'을 가한 정치인, 언론인, 각종 단체 관계자들이 허다했음에도 그들과 어울려 밥 먹고 술 먹고 인터뷰하며 그간 잘 지내 온 친노‧친문 인사들이 돌연 양문석 후보 일개인만을 상대로 "가슴 깊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기가 어렵다. 잊지 못하겠다. 받아들이지도 못하겠다"고 짐짓 비장감까지 연출하니 민주당 지지층마저 어리둥절해 하는 것이다.

 

노컷뉴스 2007년 3월 21일 기사 ​​〈​​​​​김부겸 "노 대통령, 다시 손학규 비판하면 가만있지 않겠다"〉 갈무리
노컷뉴스 2007년 3월 21일 기사 ​​〈​​​​​김부겸 "노 대통령, 다시 손학규 비판하면 가만있지 않겠다"〉 갈무리

김부겸도 과거 노무현 향해 "가만 있지 않겠다…쌍소리 나올 것"

한나라당 의원 시절엔 "실패와 부패로 얼룩진 김대중 정권 심판"

이런 '이중잣대' 못지않게 '내로남불'의 문제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과거 한나라당에서 의원 생활을 하다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던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3월 20일 노 대통령을 향해 "가만히 있지 않겠다" "쌍소리가 나올 것" 등의 험한 언사를 내뱉은 바 있다.

당시 미국을 방문 중이던 김 전 총리는 워싱턴 특파원들을 만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의 개혁을 부르짖다가 탈당한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 적극 돕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면서 "손 전 지사를 돕고자 나름대로 역할을 할 것이며 세 규합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지사를 돕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것이냐는 질문엔 "또 탈당하느냐는 말만 듣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탈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손 전 지사를 겨냥해 "보따리 장사 같이 정치를 한다"고 했던 발언을 두고는 "열린우리당이 대통령으로부터 엄청난 피폭을 받아 이처럼 망가졌는데도 뭔가를 이루려고 이렇게 몸부림치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말씀하신 데 대해 매우 섭섭하게 생각한다""노 대통령이 또다시 현실 정치에 관여하거나 손 전 지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면 당에서는 대통령에 대해 쌍소리가 나올 것이다. 그때는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정세균 전 총리는 양문석 후보를 향해 "김대중과 노무현을 욕보이고 조롱한 자를 민주당이 당의 후보로 낸다는 건 당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일갈했지만, 김부겸 전 총리가 과거 김대중 정권을 '실패와 부패'로 규정하며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김 전 총리는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지난 2002년 4월 23일 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며 "실패와 부패로 얼룩진 김대중 정권을 심판하고 희망의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선 한나라당이 국민들로부터 더 큰 사랑과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었다.

 

연합뉴스 2009년 4월 27일 기사 〈정대표 "盧 범죄 법의 심판받아야"〉 갈무리
연합뉴스 2009년 4월 27일 기사 〈정대표 "盧 범죄 법의 심판받아야"〉 갈무리

정세균, 노무현 검찰 소환 때 "범죄는 법과 제도로 심판받아야"

"우리는 한 번 실패한 세력…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평가 혹독"

정세균 전 총리 역시 2009년 4월 27일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을 통보받았을 때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모든 범죄는 범죄 그 자체에 대해서 법과 제도에 의해 심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그는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노 전 대통령의 '박연차 게이트' 연루를 '생계형 범죄'로 옹호한 데 대해 "그런 발언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총리가 '범죄에 대한 심판'을 역설하고 20여 일 뒤 노 전 대통령은 세상을 하직했다.

정 전 총리는 2012년 5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정치개혁모임 초청 간담회에서 "우리는 사실 한 번 실패한 세력으로, (김대중‧노무현이라는) 민주정부 10년간 우리 성과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혹독했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2007년 1월 17일 기사 〈"노무현에게 표 던진 내가 죄인이지"〉 갈무리
오마이뉴스 2007년 1월 17일 기사 〈"노무현에게 표 던진 내가 죄인이지"〉 갈무리

"노무현은 선글라스 안 낀 박정희"라던 박용진은 두둔…모순투성이

김부겸‧정세균 두 전직 총리가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떨어진 박용진 의원을 각별히 챙기면서 민주당 지도부에 '공천 승계'를 압박하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 기묘한 대목이다. 박용진 의원이 과거 노 전 대통령을 비난했던 수위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민주노동당 대변인이던 2006년 2월 논평을 통해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강행처리 입장, 한미 FTA의 성급한 추진, 쌀 수입 전면 개방, 삼성 등 재벌에 대한 온정적 태도,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이 참여정부가 보여 온 표리부동 정책과 갈지자 정치의 면면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노무현 정권 3년은 국민 고통이 3배로 늘어난 기간이었다"고 혹평했다.

박 의원은 2007년 1월 17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한미 FTA 협상 저지 민주노동당 결의대회' 사회를 보던 중에 "정부는 국민의 50% 이상이 반대하는 FTA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은 선글라스 끼지 않은 박정희이며, 참여정부는 군화 신지 않은 유신정권"이라고까지 비유했다. 양문석 후보의 '유사 불량품'과 박용진 의원의 '선글라스 끼지 않은 박정희' 중 어느 쪽이 '조롱과 모욕'에서 한 수 위일까.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가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2024.3.18.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가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2024.3.18. 연합뉴스

양문석, 4년 전에 이미 "철부지 시절" 사과…봉하마을 참배, 거듭 사죄

양 후보는 이미 4년 전에 해당 칼럼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한 일이 있다. 2020년 4월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MBC경남 후보 토론회에서 경쟁자인 정점식 후보가 칼럼 내용을 들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양 후보는 "당연히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분리를 못 했던 게, 티코만한 죄와 그랜저만한 죄가 있으면 티코만한 죄를 그랜저만큼 비판했던 철부지 시절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강하게 글을 썼고 예의 없이 글을 썼다"면서 "이 내용을 우리 노무현재단 식구들이 지적을 하고 비판을 해서 노무현재단 식구들에게도 '죄송하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친노‧친문계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파문이 커지자 양 후보는 16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저의 글에 실망하고 상처받은 유가족과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다시 정식으로 사과했다. 이어 "정치인으로서 정치 현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정치적 판단에 대한 수많은 고려 요인을 배워왔고 그때마다 노 전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정치 현장에서 겪었던 수많은 좌절의 순간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으로부터 위로받아 왔다. 그리고 수많은 반성과 사죄의 시간을 가져왔다"고 토로했다.

18일에는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검은 정장에 검정 넥타이를 착용한 그는 묘역이 있는 너럭바위 앞에서 3분가량 무릎을 꿇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 등 참배하는 내내 진심을 전하려 애썼다. 취재진에게도 "사죄하는 마음으로 왔다"면서 "유가족에 대한 사죄,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리워한 국민에 대한 사죄"라고 거듭 분명한 사죄를 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국민 시선이 얼마나 따가운지 깨닫지 못하는 일부 친문

유시민 "난센스…살아 있는 당 대표한테나 좀 잘하라"

이제 일부 친노‧친문 세력은 소모적이고 비열하기까지 한 정치 공세를 그만 접어야 한다.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심판이라는 국민 다수의 절박한 목소리를 실현해야 할 총선을 코앞에 두고 사적인 감정이나 파벌 내 의리에 집착하는 대신 무엇이 더 중요한지 대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신들을 향해 얼마나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지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 전해철 의원부터 본인이 왜 동료 의원과 당직자들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고 지역 당원을 비롯한 주민들 선택도 못 받았는지 남 탓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양 후보는 그간 페이스북에 "대선과 지선 패배는 문재인 정부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총리의 무능이 핵심 원인" "수박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 "윤석열 검사독재정권과 투쟁하지 않는 자는 민주당에 있어서는 안 된다" 등의 글을 올렸다. 미운털이 박힐 만도 하지만, 현재 일부 친노‧친문 인사들 행태는 양 후보의 지적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듯하다.

친노 그룹에서도 핵심이고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는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양 후보 공천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선거 때는 그런 것에 흔들리면 안 된다""그대로 가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유시민 작가도 "(양문석 후보 사퇴 주장은) 한마디로 난센스"라며 "정치인 양문석을 싫어할 수는 있지만 그걸 가지고 '너는 공직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진입 장벽으로 쓰는 건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돌아가시고 안 계신 노무현 대통령 애달파하지 말고 살아 있는 당 대표한테나 좀 잘하라""양문석 욕하는 사람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기 생각부터 해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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